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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 굿바이
이시다 이라 지음, 권남희 옮김 / 예문사 / 2015년 9월
평점 :
1. 저자인 이시다 이라는 꽤 많은 히트작을 보유하고 있다. 일본 소설 매니아라면 한번 쯤은 들어봤거나, 읽어보았을 <4teen>과 <1파운드의 슬픔>을 썼다. 또 나오키상 후보에도 여러번 올랐고, 실제로 상도 받았다고 한다. 또 <LAST>란 소설도 유명한 걸로 알고 있다. (이건 읽어본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트렌디한 느낌의 작가이고, 도시적인 감각이 충만한 소설을 자주 쓰는 작가이다.
2. 현대 도시의 삶을 배경으로, 젊은이들의 모습을 다룬 소설속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점은 공허함이다. 어른들과 가족들과의 단절, 친구와 또래들과의 단절, 그리고 사회와 공간속에서의 단절. 의도했다기 보다는 자연스레 끊어졌다고 보는게 더 적절할 듯 싶은데, 이를 자기만의 방식으로 극복해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외부와의 관계를 통해서 이를 희석시키는 사람도 있고, 다양한 취미와 볼거리로 다스리는 사람도 있다. 또 회사와 조직속에서 이를 극복하는 사람도 있고, 깊은 내면으로만 파고들어 가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단순한 해결책과 피상적인 방법은 일시적일 뿐이다. 피해가는 것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어떤 식으로든 마무리를 지어야 하는 것이다.
3. 이시다 이라의 소설 속에서는 젊은이들의 다양한 연애 모습이 등장한다. 연인인 척하는 두 사람의 이야기도 있고, 나쁜 새끼(?)에게 데인 여자를 어루만져 주는 남자의 이야기도 있다. 온라인을 통해서 만난 젊은 연인도 있고, 이메일을 통해서 만난 마흔살 이상 차이나는 관계도 있다.(역자의 말을 빌리자면, 반전이 숨어 있다.) 일을 하다 만난 젊은 커플의 이야기도 신선하다.(개인적으로 그 이후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끝으로, 굿바이 데이트를 소재로 한 - 이 책의 타이틀이기도 한 - <슬로 굿바이>도 있다.
4. 개인적으로 마지막 이야기가 인상깊었다. 짧지만, 꽤 많은 말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러 개의 단편들 속에서 빛이 나고 있다고 해야 할까. 역자는 이 소설이 유일한 <새드엔딩>이이서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이 책을 읽을 또 다른 사람들은 또 어떤 이야기로 이야기를 나누게 될까. 문득 궁금해진다. (이 책은 네이버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 까페에서 진행한 출판사의 이벤트 도서를 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후미히로는 대학을 졸업하고 칠 년이나 지났는데, 아직 그런 것을 하는 것은 바보 같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인간이 하는 일의 9할은 자신도 바보 같다는 걸 알면서 하는 것이다.
♣ 아침부터 너무 감상적인 실연 노래를 듣는 것이 고역일 때도 있었지만, 후미히로는 잠자코 있었다. 어쨌든 누군가와 같이 살려면 참는 것이 중요하다.
♣ 이유 같은 건 없어. 그것은 당신이 혼자서 귀한 빛을 계속 반짝거리고 있었기 때문이야. 그 빛은 도쿄의 별처럼 좀처럼 보기 어려운 것으로, 사실은 당신만의 것이 아니야. 많은 사람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밝게 비출 등불이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 세계와 당신을 가로막는 커튼을 아주 조금이나마 열어주는 정도뿐이야.
♣ 진심으로 하는 칭찬은 상대를 움직인다.....작품을 칭찬하는 것은 들이마신 공기를 토하는 것처럼 간단했다. 실제로 그렇게 느꼈을 때 아낌없이 표현하면 된다.
♣ 내숭을 떠는 건 안 돼..... 누구라도 무기는 마찬가지야. 용기를 내야지.... 용기라면 있어. 구체적인 방법을 모를 뿐.
♣ 결국 일이나 사랑이나 그 사람의 전부를 거는 것은 마찬가지니, 기세가 넘칠 때는 굳이 구별해서 생각할 필요가 없는 것 같았다.
♣ 나는 일 년 내내 바쁘다고 말하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일은 그냥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