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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번의 시계 종소리 - 최신 원전 완역본 ㅣ 아르센 뤼팽 전집 11
모리스 르블랑 지음, 바른번역 옮김, 장경현.나혁진 감수 / 코너스톤 / 2015년 7월
평점 :
1. 얼마전에 영화 <연평해전>을 봤다. 당시 희생한 수병들의 이야기와 해상 전투 장면이 인상적이었는데, 특히 내무반 생활과 전투 장면이 오버랩되는 후반부를 보면서 울컥할 수 밖에 없었다. 그 당시 나는 대학생 1학년이었고, 월드컵 응원에 정신이 없던 때였었는데, 그때만 해도 뉴스 기사로만 봤었지, 크게 감정이입은 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이번에 영화를 보면서 참수리에 탔던 사람들의 공포감이 어떠했을까 생각해보니... 미안한 마음이 들수밖에 없었다.
2. 작년에 봤던 <변호인>과 <카트>. 그리고 이번에 본 <연평해전> 셋다 안타까움의 동일 연장선에 자리해 있다. 정권의 폭력에 희생된 사람들, 자본의 힘에 휘둘린 사람들, 그리고 해소되지 않은 국제 역학관계에 의해 산화한 사람들. 모두다 우리 주변 사람들이고, 길을 가다 만나거나 스쳐 지나간 사람들일텐데 말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약자와 서민들은 (일부) 비열한 권력과 (일부) 더러운 자본, 그리고 (비인간적인) 힘의 논리에 의해 희생자가 되고 만다. 더 안타까운 것은 그 희생마저도 이쪽이냐 저쪽이냐에 따라 폄훼당한다는 사실. 야훼의 말씀에 따르자면 이러한 비극은 일어나서도 안되는 것들인데 말이다.
3. 어제는 아르센 뤼팽 전집의 열한번째 이야기 <여덟번의 시계 종소리>를 읽었다. 이건 내 이야기가 아니라 레닌 공작의 이야기라고 말하는, 뤼팽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내용으로 하고 있다. 레닌 공작은 오르탕스의 마음을 얻기 위해 여덟번의 모험에 참여하게 되고, 뛰어난 추리로 멋지게 문제를 해결한다. 중간 중간에 던지는 미사여구와 오르탕스의 마음을 흔드는 레닌의 구애도 이번 소설의 포인트고.
4. 첫번째 모험인 <망루 꼭대기에서>는 성의 비밀과 오르탕스의 어려움을 멋지게 해결하고, 두번째 모험인 <물병>에서는 심리 수사를 통해 어려움에 빠진 여인과 그 가족들을 구한다. 세번째 작품인 <테레즈와 제르맨>에서도 뤼팽, 아니 레닌의 활약이 두드러지는데 - 비록 범죄자이지만 - 그 안에 얽힌 비극과 피의자의 안타까움을 감싸안아준다. 여기서도 증명되지만 언제나 뤼팽은 약자 편이다. <영화 속 단서>와 <장 루이 사건>은 잔인하지 않은 유쾌한 사건인데, 결국 해피엔딩으로 이끌어낸다. 특히, <장 루이 사건>에서는 뤼팽의 하얀 거짓말이 거짓말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오르탕스가 위험에 빠진 <도끼를 든 여인>에 이어 마지막 작품인 <헤르메스 조각상>을 끝으로 그들의 모험은 끝이 난다. 마지막은 어떻게 되었냐고? 처음에 오르탕스와 레닌이 합의(?!)한대로 그렇게 끝을 맺는다. 행복하게~
5. 끝으로 아래의 대화는 뤼팽의 성격을 유추할 수 있는 대화들이다. 소개해 본다.
"가장 최고의 모험은 바로 아무것도 예측할 수 없을 때 일어나지요. 전문가가 아닌 한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기회란, 손이 닿을 만큼 가까이 있는데도 잡으려 노력하지 않을 때 갑자기 나타납니다. 기회는 왔을 때 즉시 잡아야 하지요. 조금이라도 머뭇거리면 때는 너무 늦습니다. 기회를 잡을면 우리에겐 특별한 감각이 있어야 하는데, 마치 뒤섞인 냄새에서 좋은 냄새를 구별하는 사냥개의 후각과도 같은 감각이 필요하죠."
"어떻게 이 기쁘고 즐거운 소식을 알리러 가지 않는 거예요?"
"곧 시들해질 즐거움이니까요. 계속 반복되는 유일한 즐거움은 치열한 싸움 끝에 얻는 즐거움입니다. 일단 그걸 얻고 나면 흥미가 사라지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