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십년전에. 아직 대학생일때. 에드가 앨런 포의 <우울과 몽상>을 구매했었다. 두꺼운 분량에 검은 표지. 누가 봐도 암울한 책이었고, 공포와 추리를 주제로 한 책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내 기억이 맞다면, 다 완독하진 않았지만 꽤 인상적이었던 기억이 난다. 내용은 잊혀지더라도 그 이미지만은 머릿속에 각인된 그런 것 말이다.
2. 육년전쯤에 에드거 앨런 포의 유명 단편 여섯개를 삽화와 함께 곁들인 책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검은 고양이>, <어셔가의 몰락>, <적사병 가면> 등의 단편을 포함하고 있었는데, 글로만 읽었을 때와는 또 다른 맛이 있었다. 어렴풋이 기억을 떠올리자면, 공부가 되지 않아 도서관에서 빌려봤던 책인데, 그래서인지 더 재미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3. 몇일 전에는 코너스톤 출판사에서 - 까페 이벤트로 자주 만나게 된 출판사이다. 매번 잘 읽고 있습니다. 꾸벅 ㅡㅡ; - 출간한 에드거 앨런 포 단편집을 읽었다. 첫번째 이야기는 미스터리를 모아둔 책인데, 모르그가의 살인을 비롯하여 열개의 단편이 실려 있었다. 내용은 몰라도, 제목은 들어봤을 <모르그가의 살인>과 역시 뒤팽이 등장하여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가는 <마리 로제 미스터리>가 제일 인상적인데, 다른 추리소설과는 다른 서정적인 느낌이 물씬 풍긴다.
4. 세번째 단편인 <도둑맞은 편지>는 추리소설 마니아라면 한번 이상은 접했을 레퍼토리이다. 잃어버린 물건이 있고, 그것이 누군가를 위협하고, 주인공은 이것을 멋지게 되찾아주고 말이다. 추리는 단순히 논리뿐만 아니라, 심정적이고 감각적인 부분까지 잡아내야 함을 보여준 이야기였다.
5. 다음은 으스스한 소재를 가지고 있지만 막상 잔인한 이야기는 아닌 <황금 벌레>. 소설의 전개와 소재의 나열, 그리고 등장인물의 대화만 놓고 보면 뭔가 초자연적인 사건과 연루되어 있을 것 같았지만 말이다.
6. <병 속의 수기>와 <폭로하는 심장>은 에드거 앨런 포의 공포 소설의 묘미를 보여주는 듯 했다. (이 두개는 공포 편에 포함되도 될 듯) <병 속의 수기>는 이미 죽은 듯한 곳에서의 마지막 독백을 보는 듯 했고, <폭로하는 심장>은 <검은 고양이>의 전주곡 같은 느낌이었다.
7. <범인은 너다>는 추리소설 매니아라면 좋아할 만한 구성의 단편 소설이었다. 그 외에도 초자연적이고 종말에 관한 저자의 상상력(?)을 엿볼 수 있는 <에이러스와 차미언의 대화>와 치밀한 묘사와 편집증적인 병세마저 엿볼 수 있는 <군중 속의 남자>도 인상적인 소설이었다. 특히, <에이러스와 차미언의 대화>는 영화 <노잉>의 결말 부분을 떠올리게 했는데, 꽤나 독특하단 생각이 들었던 단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