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인어 남자
칼요한 발그렌 지음, 최세진 옮김 / 현대문학 / 2015년 3월
평점 :
절판
1. 까페의 이번주 이벤트 도서에 <인어 남자>란 제목이 보였다. 사실, 제목보다 눈에 띄었던 건 <현대문학> 출판사. 잘 만들어진 비주류 문학을 많이 소개하는 출판사로 알고 있기에 냉큼 신청했다. 어떤 내용일지는 읽어봐야 알겠지만, 독특한 소재와 평범하지 않은 스토리를 갖고 있을 것만 같았다. 사실, 인어남자란 제목부터가 평범하지 않으니 말이다.
2. 인어공주란 단어가 주는 어감은 아름답고, 서정적인 무언가를 담고 있는 것만 같다. 인어공주는 아니지만 로렐라이 언덕의 요정이 떠오르기도 하고, 코펜하겐의 인어공주 동상을 연상하게도 한다. 그런데, 인어남자라... 반인반수의 괴물이나 알려지지 않은 괴생명체의 이미지같다. 책 속에 등장하는 인어남자 역시 그런 이미지로 소개되고 있는데, 거구의 체격에 비늘과 촉촉한 외피로 둘러싸여 있다. 상세한 건 상상으로 맡기겠다...
3. 잘 쓰여진 책이다. 그리고 주제 의식도 엿보인다. 옮긴이의 말처럼, 약자가 약자를 더 약하게 보이게 하는 안타까운 현실을 풍자하고 있다. 서로 연대해서 도와주어야할 상황속에서도 그들은 서로를 짓누르고 괴롭힌다. 다르다는 이유로, 조금 특이하다는 이유로, 그리고 강자가 싫어한다는 이유로 말이다. 어린 로베르트와 넬라는 예라르드 패거리로부터 심한 괴롭힘을 당하지만, 그들을 도와주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아이가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도 모른채 매일 술로 연명하는 엄마. 암묵적으로 예라드르 패거리에 동조하는 친구(?)들과 관심으로 위장한 채 거리를 두는 - 일부 - 반친구들. 그리고, 무섭다기 보다는 안타까움을 자아내는, 교도소를 들락거리는 아버지까지.
4. 넬라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한다. 그리고, 또 다른 폭력의 위험에 처한 인어남자를 돕는다. 약자끼리의 연대인 셈이다. 반대의 연대도 있다. 그 폭력의 연대에는 예라드르 패거리와 그녀의 아버지, 토뮈의 형들이 있었다.
5. 새드엔딩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피엔딩이라 부를 수도 없다. 로베르트와 넬라는 각각 다른 가족으로 입양되고 만다. 참, 인어남자는 어떻게 되었냐고? 소설의 중간에서 넬라에 의해 안전한 장소로 옮겨지지만, 결국 바다로 돌아가진 못한다. 로베르트와 넬라를 구해주고, 그는 재로 변한다.
6. 조금은 역겨울 수도 있는 배경과 잔혹한 폭력의 현장, 그리고 학대와 같은 암울한 묘사가 읽기에 조금 거북할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것이 실제 우리 주변의 현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면 조금 나을지도 모르겠다.
#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는 거야. 그리고 모든 일은 좋아지기 직전까지는 점점 더 나빠지게 되어 있어. 이야기는 항상 그런 식으로 흘러가니까. 고통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기 전에 가장 강해지는 것 같이, 이야기에도 나쁜 일은 저절로 끼어드는 것 같아. 하지만 언젠가는 그 고통도 사라질 거야. 언젠가는 어떤 사건이 일어나 역사를 바꿔서 새롭고 나은 이야기로 변화시킬 테니까.
# 사람들은 이상한 걸 보면, 이상하게 반응하는 법이야. 그렇지 않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