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 도시를 보는 열다섯 가지 인문적 시선
유현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1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 시청, 청계천, 인사동과 정독도서관 뒷길


오전에 시간이 좀 남아서 거리를 둘러보기로 했다. 무엇보다 날씨가 너무 좋아서 까페안에만 있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햇살마저 따사로와 자연스레 밖으로 몸이 움직였다. 목적지보다 한 정거장 앞에서 내렸다. 시청의 푸르른 잔디밭은 - 아쉽게도 - 행사용 부스로 둘러싸여 있었지만, 그래도 좋았다. 서울 시청 도서관과 지하의 시민청도 - 밖에서만 - 구경했는데, 다음엔 여기에서 공부하고 책을 읽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스마트 폰 앱에서는 원래 다니던 길이 더 가까워 보였지만, 오늘만큼은 다른 길로 가보자 마음먹었다. 덕분에 평소엔 보지못한 건물 옆 공지와 간판들도 볼 수 있었다. 청계천 근처로 가보니 오늘따라 더 맑아 보였다. 아마도 날씨 때문이리라. 사람도 적은 듯 해서, 밑으로 내려가 보았다. 맑은 물에 물고기들이 가만히 정지해 있었다. 돌무더기에 잠깐 걸터앉아 바닥을 쳐다보았다.


손을 털고 일어나, 반대편으로 향했다. 오늘따라 나처럼 혼자 다니는 분들이 꽤 있었다. 봄을 닮은 파스텔톤의 겉옷과 꽃무늬 치마를 입은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한달 전만해도 추워 보였을 텐데, 지금은 딱 어울리는 코디였다.


커피를 한잔 사서 계속 길을 걸었다. 인사동 거리를 지나 안국역앞 횡단보도에 도착했다. 평소처럼 풍문여고 옆 길로 갈까 하다가 조금 더 가서 다른 골목길로 가보기로 했다. 헌법재판소가 있는 곳까지 걸으려고 하던 중, 우연히 보이는 골목이 예뻐 그리로 가보기로 했다. 살짝 경사가진 오르막길이였는데, 햇볕을 받아 더 화사해 보였다. 걷던 중 우연히도 홍상수 감독의 영화 <자유의 언덕>에 나왔던 까페를 발견 했다. 들어가보진 못하고 앞에서 사진을 한장 찍었다. 반대편에서 걸어오시는 분이 뭔가 하고, 나와 까페를 두리번 거리기 시작했다.


■ 도시를 보는 열다선 가지 인문적 시선 (부제)


오늘 읽은 책은 유현준 씨가 지은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책이다. 도시의 골목과 거리, 그리고 각종 건축물들에 대한 인문학적 담론을 나누고 있는데, 우리 주변에 대해 얘기하고 있어서 재미있었다. 또 평소 내가 알고 있던 거리와 건물들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어서 좋았는데, 저자의 독특한 시각 역시 마음에 들었다. (물론 나의 생각과 느낀 감정과는 다른 부분들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저자는 주변 환경과 어울릴 수 있고,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장소로서의 건축물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 부분은 건축가나 도시 개발과 관련하여 일하고 있는 분들에게는 좋은 조언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강남 테헤란로의 말끔한 길보다 북촌이나 강북의 골목길이 더 정겨운 이유는 무엇일까? 나 역시 이 길을 둘다 - 여러번 - 걸어봤기에 그 질문에 공감하면서도 이유는 무엇일지 궁금했다. 테헤란로는 외화관리사 공부할 때 다니던 길이고, 강북은 취직하고 나서 다녔던 길이라 그랬을까? 아무래도 그건 천박한 자본주의의 논리다. 더 정확한 답을 찾자면 그 당시의 마음가짐이나 추억들 때문일 것이다. 그러면 그런 마음을 가져다준 원인은 무엇일까? 저자는 그것을 경험(이벤트)을 선사하는 골목과 건축물의 구조에서 찾고 있다. 까페의 데크와 오밀조밀한 상가들, 그리고 사람들을 더 많이 마주칠 수 밖에 없는 구조. 이 모든 것들이 동일한 길이의 거리를 다른 느낌의 공간으로 바꿔준다는 것. 볼거리가 많고 느끼고 추억할거리가 많다는 것을 도시와 거리의 구조로도 창조해 낼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참고로 아래는 저자가 제안한 이상적인 거리의 풍경이다. 말끔한 대도시의 모습과 정겨운 골목길의 모습을 동시에 느낄수 있는 공간이 아닐까 해서 소개해 본다. 



책 속에는 그 외에도 다양한 광장과 건축물이 등장한다. 오르세 미술관과 로마의 나보나 광장. 성 베네딕트 채플을 통해 건축물에 얽힌 이야기와 인문학적 감성을 나눌 수 있고, 우리나라의 각종 건축물들을 통해서는 아쉬움(?)과 함께 어떻게 하면 더 나은 공간으로 만들 수 있을지를 깨닫게 해 준다. 또 우리나라의 전통 건축물들을 통해 자연과 함께하는 공간의 가치가 무엇인지도 알려준다.

추천사를 쓴 최재천 교수는 건축을 유기체적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건축을 통해서 삶을 얘기할 수 있다고 말한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서 건축속에 녹아들어 있는 인문학적 요소를 발견할 수 있다. 건축물로 이루어진 도시는 어쩌면 인간의 삶과 함께 어울리는, 이야기가 담겨져 있는 또 다른 생명체가 아닐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