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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의 역설 - 슈퍼 달러를 유지하는 세계 최대 적자국의 비밀
정필모 지음 / 21세기북스 / 201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 들어가기 전에...
최근 중국의 AIIB 설립이 이슈가 되고 있다. 미국과 일본 중심의 아시아개발은행(ADB, Asian Development Bank) 대신에 아시아 인프라 투자은행(AIIB, Asian Infrastructure Investment Bank)를 설립하여, 세계 금융경제에 있어서 새로운 역학 관계를 형성하려는 중국의 의도가 엿보이는데, 이미 많은 나라들이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초반에는 중국과 아세안 국가를 비롯하여 몇개국 정도만이 호응했지만, 얼마전부터 영국과 독일 등도 참여하기로 했다는 보도가 이어지면서 중국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일본, 유로, 미국의 양적완화를 비롯한 강대국들의 통화 전쟁이 진행되는 가운데 중국의 이러한 행보는 세계 경제에 또다른 방향을 제시하리라 생각된다. 물론 그것이 훈풍이 될지, 또다른 태풍이 될지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말이다.
■ 기축통화 "달러"의 역설적인 힘
기축통화(Key currency)란 계산, 교환, 가치저장의 세가지 기능을 갖춤과 동시에 발권국의 군사력과 효율적인 금융시장의 발달 등을 갖춘 상황에서의 통화를 지칭한다고 한다. 과거 이슬람의 디나르나 네델란드의 길더가 비슷한 예가 될 수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달러"를 들 수 있다. 미국은 이같은 기축통화인 달러를 통해 세뇨리지 효과를 누리고 있는데, 이는 화폐의 액면가에서 제조비용을 뺀 나머지를 실물자산 구입에 사용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또 최근에는 세계 경제 금융위기의 여파로 오히려 달러의 위치가 공고해지는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이는 그나마 믿을 것은 달러밖에 없다는 분위기가 반영된 것인데, 미국의 영향력이 약화되는 가운데에서도 달러만큼은 오히려 더 강해지고 있는 듯 하다.
경상수지는 상품,서비스,자본이전 등으로 이루어지는데 현재 미국은 대표적인 경상수지 적자국이다. 보통의 나라면 심각한 경제위기 상황에 직면하겠지만 흑자국들이 달러를 획득하고 이를 다시 미국 채권에 투자하는 식으로 순환되고 있기 때문에 이처럼 특이한 순환구조가 계속 유지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는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대미무역 흑자국들이 함부로 미국과 달러를 건드릴 수 없는 상황을 만드는데 일조하고 있다. 달러가 하락하면 보유하고 있는 외화자산의 손상이 불가피할 뿐만 아니라, 주 수출국의 소비 여력이 감소해 결국 채권국으로 그 여파가 돌아오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달러가 가진 역설적인 힘은 쉽사리 사그러들지 않을 듯 하다.
■ 브레튼우즈 정신으로 돌아가야...
저자는 이 같은 달러의 역설 이외에도, 반복되는 금융위기의 문제점을 최근 백여년간의 변화 과정을 통해 분석하고 있다. 이는 금태환 불가 선언 이후, 변동환율제의 도입과 자유로운 자본 이동과 규제의 완화를 통해 금융위기가 쉽게 전이되고, 또 강대국에서 약소국으로 전가하기가 쉬워졌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 등도 한몫을 했고. 무엇보다도 단기 투기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은 한 나라의 경제 주권과 통화정책 제도를 무용지물로 만들어 버리기 때문에 더 문제가 크다고 보여진다.
이러한 문제의 대안으로 한때 케인즈가 말했던 "자유로운 자본 이동에 대한 일정한 제약"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세부 방안으로는 수많은 경제학자들이 찬성한 토빈세를 들 수 있는데, 단기 투기 보다는 장기적인 투자를 장려하며, 재정 수입을 늘릴수 있다는 점에서 효율적이라 할 수 있다. 또, 단기자금 융자제도나 조정가능한 고정환율제도 등을 통해 현재의 시스템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결국 저자가 말하는 것은 과거 브레튼우즈 체제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인데, 한번 고민해 볼 부분임에는 분명하다. 이 외에도 미국과 유로 중심의 IMF, 세계 은행의 개편 및 조정, 그리고 목표 환율권제도의 도입 등을 대안으로 들고 있다.
■ 책장을 덮으면서...
금 본위제와 고정환율제, 그리고 자본거래에 대한 일정한 제한을 가하고 있는 브레튼 우즈 체제를 시작으로 미국 경제의 침체와 닉슨정부의 금태환 중지 선언. 두번째로 일본 경제의 급성정과 미국의 위기 의식으로 촉발된 플라자 합의. 세번째로 미국의 블랙 먼데이와 동아시아 외환위기, 그리고 수시로 발생하는 전세계적 금융위기까지. 1900년대 이후의 세계 금융경제사를 상세하면서도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는 이 책은 거시경제학, 국제경제학, 외환론, 금융 경제관련 수업 등에 많은 도움을 주리라 생각된다. 그리고 거시 경제에 대한 감각과 금융 통화에 대해 알고싶은 사람에게도 더 없이 좋은 책이라 생각된다.
또 양적완화의 장단점과 그것이 세계 각국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부분과 브레튼 우즈 합의 사항을 요약 정리한 부분(저자가 주장하는 핵심적인 부분이다.), 그리고 책의 마지막 부분에 소개된 해설들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이 책만 꼼꼼하게 읽는다면 대부분의 외화 금융 관련 기사는 막힘없이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