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니엘로의 날개
에리 데 루카 지음, 윤병언 옮김 / 문학수첩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어렸을 때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 있다. 어린 제제의 성장 과정을 담은 <나의 라임오렌지나무>와 시끌벅적한 꼬마 녀석들의 즐거운 한때를 담은 <꼬마 니꼴라>. 내용과 서술 구조는 다르지만 결국 아이들의 성장 과정을 담았다는 점에서 비슷한 교훈을 뽑을 수 있는 소설이었다. 거기에다가 - 요즘도 나오는지 모르겠지만 - 국내의 청소년 소설들 역시 비슷한 느낌을 전해 준다. 세상은 그렇지 않을지라도 밝고 건강한 느낌을 전해주는, 그리고 그렇게 살기를 바라는 어른들의 마음처럼.


이 책은 이탈리아의 소설가이자 미장이인 에리 데 루카의 성장 소설 <라파니엘로의 날개>이다. 가정 상황상 일찍 일을 배우게된 주인공과 그에게 인생이란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에리카 선생님. 그리고 가정적이면서도 무언가 위엄이 서려있는 아버지와 주인공의 가장 가까운 친구 라파니엘로가 등장하여 이야기를 꾸려나간다. 그 외에도 주인공의 여자친구인 마리아와 그녀를 탐하는 집주인도 등장하고. 


그다지 부유해 보이지는 않지만 굳건한 신앙심과 자신의 일에 대한 자부심, 그리고 가족 공동체로서의 가치관이 골목길과 도시 구석구석마다 스며들어 있는 나폴리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이 소설은 읽는 내내 따스한 느낌을 전해주고 있는데, 얼마 전에 읽었던 <영원의 수업>을 떠올리게 했다. <영원의 수업>이 한 어른의 진정한 성장과 자아찾기라면, <라파니엘로의 날개>는 어린 아이의 세상과 진실로 마주하기라고 해야 할까. 둘다 내 나이에 해당하는 책은 아니지만 공감을 주기에는 충분했다.


주인공에게 부메랑이 있다면, 라파니엘로에겐 하늘로 비상할 수 있는 날개(곱추)가 있다. 이 둘은 마지막을 위해 그것을 아껴둔다. 소년은 부메랑을 가지고 매일 몸을 단련시키고, 라파니엘로는 날개가 활짝 펼쳐질때까지 구두 수선일을 계속한다. 책의 마지막 장면에서는 이 모든 것들이 환상적이면서도 몽환적인 서술로 끝을 맺으면서 독자들에게 열려 있는 결말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결말을 예상하던지 간에 이 소설이 보여주었던 아름다운 문장들과 평온하기까지한 일상들(실제로는 험난하지만)에 대한 감사함은 같지 않을까 싶다.


○ 일을 시작한 뒤로, 그리고 부메랑으로 체력단련을 시작한 뒤로는 식욕이 왕성해졌다. 아버지는 나와 아침식사를 같이 할 수 있어서 좋다고 하셨다.

○ 아버지는 엄마를 나무라는 법이 없다. 우리 집에서는 아무도 언성을 높이지 않는다. 우리는 말다툼을 하지 않는다. 기분이 상하는 일이 있으면 아버지는 손으로 입을 막고 얼굴을 반쯤 가린다.

○ 천사가 다시 한 번 나타나서 똑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왜냐하면 인간들에게는 무엇이든 두 번씩 되풀이해서 말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었다.

○ 태양은 움직이지 않고 누워서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좋지만 해 뜰 때부터 저녁까지 하루 종일 그걸 등에 업고 지내는 사람들에게는 석탄 지게에 지나지 않는다.

○ 가진다는 말 대신 간직한다는 말을 쓴 건 잘한거야. 가진다는 말은 오만한 말이지. 대신 간직한다는 말은 오늘은 간직할 수 있지만 내일은 그것이 힘들 수도 있다는 걸 잘 이해하는 말이란다.

○ 슬픈 일이 있어도 할 일은 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걸 보여준 셈이다. 적어도 집 안이 지저분해서 한층 더 슬퍼보이는 일은 이제 없을 것이다. 눈물을 벽에 걸어놓고도 정리 정돈된 곳에 있을 수 있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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