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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푸라기 여자
카트린 아를레 지음, 홍은주 옮김 / 북하우스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한 사람의 일생에 있어서 완벽한 기회란 거의 오질 않는다. 잘 짜여진 각본처럼, 내가 한 선택이 상황에 딱딱 들어맞는 경우에는 진심으로 신에게 고마워해야할 일이다. 수시로 변하는 상황과 제삼자들의 반응마저도 내가 기획했던 대로, 아니면 내가 기대했던 대로 이루어지는 일이란 현실보다는 꿈에서 만날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이다. 하쿠나 마타타~!! 마음먹은 대로 이루어질지어다~!! 와 같은 내면의 무한한 가능성을 극대화하는 마법의 주문들은 우리의 의지속에서는 희망의 빛을 가져다 주지만, <지푸라이 여자>의 주인공, 힐데가르트에게는 생애 최고의 선물을 가장한 비극의 시작일 뿐이었다.
폭격속에서 가족을 잃고, 번역일로 근근이 살아가는 힐데가르트는 매주 금요일에 배달되는 신문의 결혼 공고를 보는 것이 인생의 유일한 낙인 함부르크 출신의 30대 여성이다. 동호회나 클럽 따위에는 관심도 없고, 고양이를 기를 생각도 없지만 오직 좋은 남자를 만나는 행운을 잡기 위해 매번 신문을 뒤적인다. 그러던 중 어느날 그녀는 자신의 기호에 꼭 맞는 공고문을 보게 된다. 그리고 고민없이 연락을 하고, 그의 비서인 안톤 코르프와 만나 면접(?)까지 보게 된다. 하지만, 그 결혼 공고는 안톤 코르프가 만들어낸 첫 번째 연극일 뿐이었다. 주인의 재산을 상속받기 위한, 누군가가 필요했던 것이었다. 그는 그 연극의 대상으로 힐데가르트를 선정한 것이었고. 그와 그녀는 둘만의 밀약을 맺고, 칼 리치먼드(회장)에게 접근하기 시작한다.
여기까지만 읽으면 힐데가르트와 코르프 둘다 악인이라고까진 생각되지 않는다. 그녀 역시 당당하게 돈과 명예가 필요한 결혼을 원했고, 코르프 역시 수십년간 수족처럼 일한 대가를 받을 수 있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그녀의 센스와 코르프의 임기응변이 빛을 발하면서, 결국 둘이 원하는 결혼에 이르게 된다. 그러나, 리치먼드가 갑작스레 죽으면서 이야기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동안의 거짓말과 재산을 상속받기 위한 둘간의 거래들이 그녀를 옥죄는 도구로 돌변한다. 마침내 그녀가 진실을 알게 되었을 때는 이미 여론과 수사 진행 결과는 모두 그녀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었다. 돌이킬 수 없이 말이다.
책속의 해설을 보면 <지푸라기 여자>는 허수아비를 의미한다고 한다. 이용되고 사라져버리는 무언가처럼 말이다. 선과 악의 구별이 아닌, 악이 승리하는 모습을 보면서 해설가는 <이토록 냉정한 시선>이라는 표헌을 사용하는데, 이 책을 나타내는 정확한 표현이라 생각된다. 완벽한 코르프의 계획과 완벽한 기회를 잡았다고 믿었던 힐데가르트. 완벽한 거짓과 속임수, 그리고 숨을 조여오는 이야기의 전개가 인상적인 소설이었다.
P.S. 세상사의 부조리와 여론의 형성과 해체 과정, 그리고 그녀를 비난하는 군중들의 초라한 삶의 대비도 인상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