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광수생각>이라는 만화가 크게 인기를 끈 적이 있었다. 독특한 그림체와 담담한 문구가 인상적이었는데, 단행본으로도 히트를 쳤을 뿐만 아니라 TV와 신문 광고에도 자주 등장했었다. 지나치게 가볍지도 또 무겁지도 않게 일상의 소소함을 잘 나타낸 이야기들과 삽화가 많아서 공익 광고에도 사용되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지금으로 본다면 OSMU의 대표적인 예가 아닐까 싶다.
그러다가 얼마전에 광수생각의 저자가 엮은 시집이 출간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저자가 좋아하는 시를 삽화와 함께 엮어서 출판한 것인데, 추억·사랑과 같은 사람들에게 힘이 되는 주제를 가진 시 100편을 소개하고 있었다. 최근에 시집을 조금씩 읽고 있는 중이기에 잘 되었다 하고 읽어보기로 했다.
인생을 꼭 이해해야 할 필요는 없다. 인생은 축제와 같은 것. 하루하루를 일어나는 그대로 살아 나가라. 바람이 불 때 흩어지는 꽃잎을 줍는 아이들은 그 꽃잎들을 모아 둘 생각은 하지 않는다. 꽃잎을 줍는 순간을 즐기고 그 순간에 만족하면 그뿐.
위 시는 책에 소개된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인생>이라는 시다. 릴케의 시선을 한번쯤 읽어보라는 조언을 들었었는데, 저자 역시 릴케의 시를 참 좋아했던 것 같다. 책속에는 이외에도 릴케의 또 다른 시들이 소개되어 있으니 말이다. 삶의 관조적으로 바라보면서 따스하게 감싸안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광수생각>의 분위기 역시 이같은 시들의 영향을 많이 받지 않았나 싶다. 이 외에도 김용택 시인의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로버트 슐러의 <실패의 의미>, 앤드류 토니의 <당신 생각에>도 참 기억에 남는 시였다. 달빛 아래서 느끼는 서정적인 감수성과 실패를 담담하게(어쩌면 강인하게) 받아들이는 용기, 그리고 당신을 정말로 사랑한다는 반어적인 표현이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소단락 사이마다 자신의 경험과 그동안의 말못했던 이야기들을 독자들에게 들려주는데, 사업의 실패와 이혼의 아픔을 겪었음을 고백하고 있다. 그리고 그 와중에 있었던 친구들의 배신과 한때의 인기의 허망함까지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었고. 그래서인지 시들이 가져다주는 울림이 더 길고 잔잔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자주 그리고 많이 우슨 것.
현명한 이에게 존경을 받고
아이들에게서 사랑을 받는 것.
정직한 비평가의 찬사를 듣고
친구의 배반을 참아내는 것.
아름다움을 식별할 줄 알며
다른 사람에게서 최선의 것을 발견하는 것.
건강한 아이를 낳든
작은 정원을 가꾸든
사회 환경을 개선하든
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
자신이 한때 이곳에 살았음으로 해서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 랄프 왈도 에머슨
위에 소개한 시는 책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시인데, 부끄러우면서도 이렇게 되고 싶다는 바램을 느껴서였던 것 같다. 마지막으로 책에 소개된 시들의 배열중에서 끝에 나열된 것들을 적어볼까 한다. 저녁에.. 오래된 기도... 이제는 더 이상 헤매지 말자... 그대 앞에 봄이 있다... 저자가 본인에게 그리고 독자들에게 하고 싶었던 말이 아니었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