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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과 짐 ㅣ 에디션 D(desire) 6
앙리 피에르 로셰 지음, 장소미 옮김 / 그책 / 2014년 12월
평점 :
짐과 줄은 근 20년간 한 번도 충돌하지 않았다. 그들은 그들의 차이점을 애정 어린 눈길로 목도했다.
과연 이것이 사랑에서도 가능할까? 줄은 짐과 자신처럼 서로를 받아들이는 커플을 찾아보았으나 허사였다.
짐은 그에게서 루시와 카트린을 가로챘다. 아니, 줄이 그녀들을 잃지 않기 위해, 그녀들이 그럴 만큼 아름다웠으므로, 짐에게 준 것이었다.
짐은 그녀들한테서 자신감을 얻었고 그녀들은 짐을 통해 성숙했으며 줄은 조용히 그들을 관찰할 수 있었다.
카트린과 짐은 상호적 숭배를 매우 높이 끌어올렸으나 그것이 일상이 되자 지쳐버렸다.
그들은 투쟁을 위한 투쟁을 사랑한 것일까? 아니다.
하지만 그들은 그것으로 줄을 토하고 싶도록 경악하게 만들었다.
안도감이 줄을 엄습했다. (본문중에서)

지난주 서울에 갔을 때 챙겨간 책이다. 작은 사이즈에 평소에 읽지 않았던 주제의 책이 작은 휴식에 잘 어울리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생각보다 쉽진 않았지만(오후부터 눈바람이 몰아친데다가 차도 놓칠뻔 했기에) 어딘가로 떠나서 읽기에는 알맞은 책이었다.
줄과 짐. 출간 당시에는 그다지 빛을 보지 못했던 이 소설은 한 영화감독의 눈에 띄어 영화화되어 책도 유명세를 탄 케이스다.
최근 우리나라에도 미디어셀러가 이슈가 되고 있는데, 이미 50년전에 미디어셀러의 원류가 프랑스에서 잉태한 셈이다.
그는 이 책에서 건조한 어조 가운데에서 느껴지는 연인간의 사랑의 감정에 주목했다고 하는데, (번역한 문체이지만) 나 역시 그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줄과 짐은 마치 연인처럼 서로 이끌린 사이로 시작한다. 좋은 친구, 진실한 우정이란 단어보다는 그냥 서로 잘 어울리는 친구라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 같은 이 둘은
서로의 문학적 견해와 예술적 시각, 그리고 인생관과 연애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의 여성들을 교류(?)한다.
언제나 그들 사이에는 한 여인이 있고, 삼각 사랑 가운데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애정을 나눈다.
아슬아슬하고 위태롭다기 보다는 서로가 서로에게서 부족함을 메우고, 보듬어주며 또 관망한다.
줄과 짐, 그리고 그들과 함께한 오질과 루시, 카트린의 관계는 삼각 사랑이라는 문학적인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그런데 솔직히 말해서 이런 그들의 모습은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정상적으로 비춰질 수 있는 것일까란 의문도 든다.
가까이로는 영화 <몽상가들>이나 홍상수 감독의 초기 영화가 오버랩되고, 더 나아가서는 스와핑과 같은 퇴폐적인 불륜, 3류 성인 영화의 모습마저 연상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는 내내 그런 느낌은 받지 못했다.
(책을 덮고 나서, 그리고 리뷰를 쓰면서 줄거리를 다시 떠올려보니 앞서 말한 느낌이 떠오를 뿐이다.)
그들의 관계가 옳았다기 보다는 그냥 책 속에서 자연스레 흘러가고 있다는게 신기하다.
역자의 말처럼, 그리고 프랑수아 트뤼포의 언급처러 사랑이란 커플간의 조합, 그리고 미치도록 원하는 욕망의 순수함으로 다가오는 듯 하다.
시작은 줄이었지만, 언제나 그 마지막은 짐과 함께한 삼각사랑(삼각 관계라고는 불수 없기에).
결국 그 끝은 카트린과 짐의 죽음으로 끝나게 된다.
그 담담함과 함께, 사소하기까지한 줄과 짐, 그리고 그녀들의 대화는 마치 그 끝을 본 것처럼 지독하기까지 하다.
여운이 오래 남는 소설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