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 속의 소녀들
톰 롭 스미스 지음, 박산호 옮김 / 노블마인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처음 책을 받고 나서 정신없이 읽었다. 흡입력과 전개 방식 등이 뛰어났다고 해야 하나. 오랜만에 읽은 소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어색함 없이 주~욱 읽어내려간 듯 하다. 참고로 저자인 톰 롭 스미스는 영국 작가로 방송국 작가로도 일했다고 한다.(어쩐지 극적인 구성과 전개가 남다르다.) 그리고 29세에는 부커상 후보에도 올랐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국제도서상도 수상했다고 한다. 전작인 <차일드 44>는 영화로 제작되어 15년에 개봉한다고 하는데, 이 책도 흥미가 간다.(곧 읽어봐야겠다.) 최근에 북유럽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나, 북유럽권 작가들의 약진이 눈에 띄는데, 이 책 역시 북유럽을 배경으로 그 아름다움과 어울리지 않는 사건들을 절묘하게 결합시키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결합은 저자의 극적인 전개 방식과 어우러져 더욱 읽는 재미를 더한다.

 

첫번째 껍질. 북유럽은, 스웨덴은 우리가 알고 있었던 한겨울의 파라다이스는 결코 아니다. 아름다움 뒤에는 그것을 유지시켜야 하는 추함이 존재할 수 밖에 없고, 뛰어난 예술 문화는 이를 지탱할 비인간적인 노예제도에 의해서만 존속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삶의 터전을 잃고 희망을 찾아 떠나간 스웨덴은 눈에 덮인 추함으로만 가득찬 공간이었다. 타인을 경계함을 모자라 배척하는 지역색과 음란한 그들만의 파티. 그리고, 입양 뒤에 감추어진 추악한 실체까지. 흑인 소녀의 실종은 죽음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주인공 어미니의 외침은 그녀의 비뚤어진 시선과 마음으로 인해 더 왜곡된다.

 

두번째 껍질. 극단적인 시선과 비뚤어진 마음은 현실을 왜곡시킨다. 그녀의 어머니가 본 것들은 그녀가 느꼈던 것들이 형상화되어 나타난 것이리라. 그녀가 느꼈던 지역색은 그녀의 과민 반응에 기인한 것이었고, 성범죄자라고 믿었던 하칸은 그냥 무뚝뚝하고 표현할 줄 모르는 마초같은 남성일 뿐이었다. 실종되었다던 흑인 소녀 역시 사랑의 도피를 했을 뿐이었고. 물론 그 와중에서도 어머니가 말한 것들은 일정 부분 진실이었다. 다만, 그 진실들을 결합해서 새로운 진실을 창조해내고, 그것이 현실을 왜곡했다는 점이 또다른 껍질을 만들어낸 것이었고.

 

세번째 껍질. 그러나 그의 어머니가 말한 일부의 왜곡된 현실을 가지고 그녀를 비난할 순 있을까? 그녀를 믿지 못했으며, 믿음직하게 행동하지 못했던 남편. 실제로 음탕한 눈빛을 쏟아냈던 시장. 그리고, 이 모든 사건의 시발점이 된 그녀의 아버지까지. 두꺼운 책의 분량은 이렇게 세 단계의 껍질을 벗겨내고 나서야 그 내막을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책의 3분의 2 이상을 가득 채우는 그녀의 이야기와 음모론은 마지막의 반전과 함께 그 안타까움을 극대화한다. 하얀 설원이 이렇게 가슴 아픈 진실을 담고 있을 줄이야...

 

정말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그리고 쉬지 않고 읽어내려갈 수 있는 소설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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