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의 옹호
메리 울스턴크래프트 지음, 손영미 옮김 / 연암서가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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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난주말에 영화 인터스텔라를 봤다. 사실, 처음 개봉한다는 소식을 접했을 땐 그래비티와 아마겟돈에서 소스를 따온 그런 영화라고 생각했었기에 별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냥 전날 달리기의 피로도 풀고 영상미도 즐길겸해서 간거였는데, 정말 3시간동안 쉬지 않고 영화에만 집중했던 것 같다. 주제 의식, 영화 전체를 품고 있는 사랑에 대한 메세지, 종말에 다가가는 지구의 현실적인 모습, 그리고 우주. 이 모든게 다 좋았다. 작품 전체에 녹아 있는 주제 의식은 영화 <콘택트>에서 느낀 감성을, 우주의 또 다른 행성과 공간속에서 고립된 모습은 소설 <솔라리스>의 주인공들의 모습을, 그리고 마지막 우주선은 소설 <빠삐용>의 잠자리 우주선을 떠오르게 했다. 그리고 이 모든게 따로 노는게 아니라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이어져서 더 좋았던 것 같다. 이 영화에 대한 수많은 리뷰와 감성의 기록은 다른 블로그의 리뷰에서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으니, 이 정도에서 마무리하고 하나 인상깊었던 부분을 말해보고자 한다. 바로, 지구 종말의 모습. 우주에서 날라온 혜성도 아니고, 대 전염병이 창궐해 모든 인간이 좀비로 변해버린 것도 아니다. 행성이 십자로 또 일직선으로 모아져서 땅이 뒤집히고, 바다가 넘치는 모습 역시 아니다. 그냥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조금씩 멸종해가고 말라가고 있었던 지구의 모습이었다. 서서히 진행되는 사막화, 눈에 보이지 않게 사라져가는 수많은 동식물들, 매일 풍족하게 공급되어서 말라가는지도 몰랐던 물과 식량들, 그리고 조금씩 조금씩 오염되가는 공기까지.

 

2. 오늘 본 영화 카트에서는 우리의 이웃이자, 친구들의 부모님일지도 모를 사람들의 험난한 현실이 생생하게 표현되고 있었다. 또 TV속의 파업 사태와 웹툰 <송곳>에서만 봤던 일들이 실제로 우리 주변에서 발생했었다는 사실을 - 부끄럽게도 - 이제서야 - 제대로 - 인지할 수 있었다. 불공정한 노동 계약, 불합리한 근무 환경, 감정 노동자들의 어려운 현실, 비정규직과 정규직간의 갈등, 사측에 의해 고용된 검은 패딩 용역들, 외국 기업에 인수되고 팔리는 과정에서 부속품처럼 처리되는 근로자들의 모습을 영화는 생생하게 잡아내고 있었다. 너무 심한거 아니냐고 항변하는 김강우에게 현실을 직시해라고 말하는 최과장의 모습은 서서히 파괴되어 가고 쪼여가는 압박감에 순응해버린 사람들을 나타내는 듯 했다. 그 다음 차례가 바로 자기일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우리가 무시하고 지나쳐버리고, 그냥 그렇게 놓아둔 사이에 이미 많은 사람들이 그런 어려움에 허덕이고 있었던 게 아닐까? 그냥 그렇게 놓아버린 사이에 말라가버린 <인터스텔라> 속 지구의 모습처럼 말이다.

 

3. 이번 주에는 <여권의 옹호>라는 책을 읽었다. 워낙 두껍거니와 사용된 어휘와 문구 역시 고급적이라 하나하나 음미해가면서 읽어야했다. 어렵다기 보다는 제대로 이해하고 싶었고, 고상하기 보다는 그 말들이 너무 와닿았기에 좋았던 책이었다. 무엇보다도 말뿐인 남녀 평등이 아닌 독립적이로 주체적인 사람으로서 진정한 우정(부부간에)을 나눌 수 있는 남녀간의 관계를 바라고 있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일컫어지는 루소의 글에서 그녀는 가짜 여권 옹호론자의 모습을 찾아내어 하나하나 비판한다.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여성 교육과 여체의 아름다움이, 오히려 여성의 진정한 독립에 방해가 됨을 강하게 주장한다. 남녀간의 차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동일한 권리와 의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그녀의 문장속에서 진정한 페미니스트의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어쩌면 페미니스트란 말 역시 그녀가 말하는 진정한 남녀평등에 어긋나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킨 책인 만큼 이와 관련된 비평도 상당하다. 버지니아 울프는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당당함이 거슬린다는 뉘앙스를 남기고 있으며, 테일러라는 사람은 수권의 옹호라는 책에서 코끼리와 개와의 애무를 언급하며 그녀의 주장을 저속함으로 깍아내린다. 무엇보다도 - 지금의 우리나라로 치자면 - 진보와 보수 양쪽에서 협공 당할만한 요소를 듬뿍 가지고 있다. 물론 그녀의 사상과 인간관에 경의를 표하며, 찬사를 아끼지 않은 사람들도 많다. 그리고 나 역시 이 책을 읽으면서 <독립적이면서 당당한 인간>을 지향하려는 그녀의 주장에 동의를 표한다.

 

세상의 만물과 이성에 대한 깊은 체험을 통해서 독립적인 자아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그녀의 바램은 남녀 노소 모두에게 공평하게 적용된다.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 참된 교육 - 이 필수적인데, 이를 통해 남녀간의 갈등을 해소하고 나아가 올바르고 건강한 사회로 나아가릴 기대하고 있다. 인터스텔라에서 앤 해서웨이는 사랑만이 모든 것들을 뛰어넘어 전달될 수 있다고 말했고, 카트에서는 연대와 공감과 화합을 사람들에게 알려준다. 그리고 여권의 옹호의 저자인 울스턴크래프트는 교육을 통해 진정한 자아로서의 독립을 바라고 있다. 또 아버지는 딸을 위해서, 어머니는 아이들을 위해서, 그녀는 또다른 여성들을 위해 메세지를 전하고 행동하고 있다. 영상속의 메세지가 음악과 글을 타고 우리들에게 전하고 있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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