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서의 괴로움
오카자키 다케시 지음, 정수윤 옮김 / 정은문고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1. 책을 참 좋아한다. 사람마다 인생에서 포기 못하는 몇가지가 있는데, 나에게 그중에 있어서 한가지가 뭐냐고 물어본다면 "책"은 꼭 포함된다고 말할 수 있다. 분야도 가리지 않는 편이다. 역사, 사회, 경제 뿐만 아니라 소설과 에세이 등도 좋아한다. 초고대문명이나 음모론, 잡학에 관한 책들도 색다른 즐거움이 있다. 만화와 잡지 등도 결코 빠져서는 안되는 요소다. 같은 내용을 색다른 시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또 어떠한 이미지를 형상화한다는 점에서도 말이다. 덕분에 고향집의 책장은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다. 물론 서울에서 직장을 갖게 된 이후로는 내 책장을 자주 보진 못하지만... 언젠가 부모님께 다른 것은 몰라도 결혼하면 꼭 책은 다 가져가겠다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이사할 때 꽤나 고생해야 할듯 하다. ㅠㅠ

 

2. 이번에 읽은 책은 일본의 집필가인 오카자키 다케시가 지은 <장서의 괴로움>이라는 책이다. 도대체 장서가 왜 괴로움이 되었을까라는 의문을 갖게하는 제목인데 책을 읽으면 무슨 말인지 알게된다. 그리고 조금은 실망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그 괴로움이란게 형이상학적인 부분에 대한 언급이 아닌 지극히 현실적인 어려움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책이 많아 집이 무너질지도 모른다나 수많은 장서중에 헌책을 골라내어 팔때의 어려움 등은 솔직히 나도 상상 못했다. 이러한 소재를 가지고 책을 쓴다는 것 자체가 말이다.

 

하지만 이러한 부분은 오히려 장서가로서의 솔직한 모습과 진짜 애서가로서의 모습을 여과없이 보여주는 것 같다. 책이 삶의 중심에 있다는 걸 여실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담배에 중독된 사람, 술에 쩔은 사람, 만화와 피규어에 빠져사는 사람, 도박에 잡혀사는 사람, 운동중독이나 레고에 중독된 사람들도 있듯이 책에 중독된 사람, 책에 빠져사는 사람들도 있음을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서 생생하게 확인하게 되리라.

 

3. 원래 진정한 애서가의 단계는 자신이 바로 보여주고 또 갖고 있을 수 있는 오백여권 정도를 갖춘 상태라고 한다. 물론 여기에도 정답이란 있을 수 없지만, 나도 어느정도 공감한다. 내가 자신있게 얘기할 수 있는 책. 그리고 타인에게 당당하게 권해줄 수 있는 책들이 어느정도 마음속에서 정리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평생 읽어도 지겹지 않고, 언제 읽어도 새로운 생각과 다짐을 불러일으키는 책. 또 읽을때마다 추억과 기억들을 한뭉치로 꺼내줄수 있는 책. 그러면서도 책장을 덮을 때 쯤엔 수많은 사고와 잡념을 정리해주면서 행동하게 해주는 책들 말이다.

 

4. 참고로 일본의 집은 목조 주택이 많아 실제로 책이 많으면 집 기둥이 휘청거릴 수도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자가 주택을 짓거나 책을 무작정 다락방에 쌓아 놓으면 저자가 말하는 장서의 괴로움을 직접 경험하게 될 수도 있으니 주의하길 바란다. 아무튼 이래저래 재미있는 소재를 가지고 재미있게 풀어나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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