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너머의 연인 - 제126회 나오키상 수상작
유이카와 게이 지음, 김난주 옮김 / 예문사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1. 이야기하지 않았으면 모를 뻔 했다.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그리고, 왜 내게 그런 문자를 보냈던 건지. 때때로 나를 귀찮게 했던 짜증과 투정은 어쩌면 아직 남아있는 마음의 연결고리였고, 무심한 반응에 대한 반작용 이었으리라. 어쩌면. 어쩌면. 정작 센스있어야 할때, 그리고 감성이 충만해야 하는 순간에 그러지 못했던 사실들에 대한 기억의 낙인일지도 모르겠다.

 

소설 속 두 주인공인 루리코와 모에는 너무나도 다른 성향의 친구다. 한쪽은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하고, 또 한쪽은 구태여 말하려 하지 않는다. 루리코가 미국식 만화의 말풍선과 같다면, 모에는 영상만 잔뜩 보여주다가 가끔씩 나레이션을 들려주는 EBS 다큐멘터리를 떠올리게 한다. 자유분방한 루리코의 모습마저 싫은 건 아니지만, 남편을 사랑하는게 아니라 결혼을 사랑하는 거라는 다카시의 말은 부정하기 어렵다. 말속에 숨겨진 욕심과 본성은 주변 사람들에게는 세속적인 무언가를 떠올리게 하는 조롱의 대상이지만, 그녀는 이를 통해 그녀가 바랬던 것들을 하나 둘씩 붙잡아둔다. 그리고 다시 버리기를 반복하고... 삐딱한 말투와 갈등을 유발하는 그녀의 행동들은 이 소설의 외적인 면을 이끌어가는 주요 소재인 듯 하다.

 

 

2. 벗겨보지 않았으면 모를 뻔 했다. 책의 안 표지 말이다. 지난주말이었나. 지하철에서 책을 읽다가 가방에 넣는 순간 겉 표지가 찢어진 걸 알았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원래부터 구멍이 뚫려 있던 것. 조심스레 겉 표지를 벗겨보니, 예쁜 무늬의 속 표지가 눈에 들어왔다. 보통은 제목과 저자의 이름만 적혀있는데, 이 책은 오히려 겉 표지를 떼어 내는게 더 나을 듯 했다.

 

모에는 많은 말은 하지 않는다. 그래서, 잃는 것도 많아 보이고(겉보기에 그렇다는 거다. 실제로는 오히려 루리코가 더 많은 것을 상실하고 있는 듯 하다.) 항상 한 두걸음 뒤에 서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그녀는 그만큼 더 진솔한 대화를 나누고, 진심어린 몸짓을 보낸다. 다카시와의 대화와 관계. 그리고, 서점 주인과의 만남은 언제나 욕심많은 루리코를 질투하게끔 한다. 그녀의 사람들을 뺏은 건지, 아니면 그녀가 뺏기도록 놔둔건지, 어쩌면 그녀가 남겨두고 간 사람을 쟁취하고 스스로 승자라고 생각하고 자위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편안함 속에서 긴장감을 유발하는 그녀의 몸짓들은 이 소설의 내적인 면을 이끌어가는 것 같다.

 

 

3. 오랜만에 소설을 읽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오랜만에 읽은 건 아닌 듯 하다. 오랜만에 읽었다기 보다는 매일 숫자와 엑셀, 그리고 경제와 회계만 접해서 그렇게 느낀 것 같다. 그래도 다행인건, 소설 속 이야기들이 더 감미롭게 다가온다는 점. 마치, 하루종일 바쁜 일과가 끝나고 마시는 맥주의 상쾌함과 주중(워어어어어얼화와아아수우모옥금)의 업무를 마무리하고 맞이하는 여유로운 토요일의 아침과도 같다고 해야 하나? 편안해졌고, 또 따스해졌다. 창 밖에는 비가 오지만 덕분에 내일 아침에 맞이하는 공기는 상쾌할 듯 싶다. 또 이번달에는 한동안 못봤던 사람들을 만날 꺼다.

 

두근거린다. 하루하루가..

 

어깨너머의 연인

작가
유이카와 케이
출판
예문사
발매
2014.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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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해졌네, 하고 생각한다. 날카롭고 뾰족하던 부분이 닳아 둥글둥글, 점점 더 시시하고 따분한 여자가 되어 간다. 그렇다고 뭐 누군가에게 '대단하다'는 소리를 듣고 싶은 것은 아니다. 다만 조금만 더 긴장하며 살고 싶다...."


"....그는 늘 차분하고 여유가 있다. 말속에,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 자리에서 바로 거절해도 상관없게 느껴지는 융통성 같은 것이 담겨 있다. 물론 마음에 들지 않은 적이 한 번도 없다. 미안한 마음에 억지로 상대방에게 맞추는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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