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의 영광과 패배 - 케인스에서 크루그먼까지 현대 경제학자 14명의 결정적 순간
히가시타니 사토시 지음, 신현호 옮김 / 부키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1. 경제학을 참 좋아한다. 전공 과목인 데다가 책을 통해 자주 접한 까닭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사람"을 향한 학문이라는 점이 마음에 들기 때문이다. 최근의 금융 자본주의와 천박한 - 일부 - 돈놀이, 그리고 몇몇 고위 인사들의 돈에 얽힌 부적절한 처신을 보면서 "무슨 개소리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수많은 경제학자와 사상가들은 언제나 사회와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경제학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

 

사회 현상과 그 속에 숨겨진 부조리에 대한 연구를 통해 사람들에게 더 나은 세상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던 갤브레이스와 베블런. 1,2차대전을 전후로 하여 경제위기와 체제의 불안정성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에 몰입했던 케인즈와 하이에크를 비롯한 수많은 경제학자들. 또 최근에는 국제 금융위기와 미국 모기지론 사태 이후 과도한 통화량과 금융 자본주의에 경종을 울리는 경제 이론과 지구 환경과 공존할 수 있는 생태 경제학 분야를 연구하는 분들까지. 2~300년전에 학문적 번영을 이루었던 우리나라의 실학자들도 여기에서 빠질순 없다.

 

물론 여전히 검은 돈과 숨은 권력과 결탁하여 그 권위를 유지하려는 사람들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내가 생각하는 경제학은 세상과 사람을 위한 학문이다.

 

 

2. 몇일 전 장하준 교수님께서 새로운 책을 내셨다는 기사를 접했다. 제목은 < 이코노믹스, 유저스 가이드(Economics, The User's Guide) >인데, 국내에서 출간되려면 조금 더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주 내용은 경제학의 본질에서 벗어나 경제학 제국주의화 되어가는 최근의 풍토를 경계하면서, <신고전학파>이외의 수많은 경제학파 - 오스트리아 학파, 제도학파, 마르크스주의, 행동경제학 등 - 에 대한 설명을 담고 있다고 한다. 아래에 <시사인>의 기사를 담아두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나서 장하준 교수님의 책을 읽어도 참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3. 책속에는 수많은 경제학자들이 등장한다. 세계 경제사에서 애덤 스미스만큼 유명한 존 메이너드 케인즈를 시작으로, 경제 교과서의 바이블로 통하는 <새뮤얼슨의 경제학>의 저자인 폴 새뮤얼슨. 통화학파의 거장 밀턴 프리드먼과 제도학파 경제학자인 갤브레이스. 그리고 언론에서 자주 자문을 구하는 분들인 폴 크루그먼과 스티글리츠까지. ​아, 최근에 우리나라를 방문한 로버트 쉴러 교수도 있다.

 

최근에 읽었던 <케인스와 하이에크> 덕분에, 이번에는 마치 요약을 하면서 머릿속에 정리되는 느낌이었다. 무엇보다도 그들의 경제이론이 인생사와 철학과 함께 자연스레 소개되면서,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었다. 특히, 우리가 흔히 생각하고 있던 - 차가운 감성 - 의 그들이라는 생각과는 달리 일관되게 자신의 나라와 사회, 그리고 사람들의 평화를 바랬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케인스의 주장과 행동을 살피다 보면 그의 자유당 지지자로서의 성격과 자국의 산업을 중시하는 자세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케인이나 홉킨스뿐만 아니라 최근 역사학자 니얼 퍼거슨이 "제국 시스템은 글로벌 경제의 확대를 재촉하는 것이었으나, 케인스가 생각했던 대체안은 영국의 산업 생산과 고용을 우선하는 것이었다."라고 말했듯이 케인스는 고용이라는 관점에서 보더라도 일관되게 영국의 산업을 지지했다...............


..............."공공성이 강한 이들 업종에 대한 유일한 해답은 공유제 아래서 확실한 조직을 만드는 것이다. 이것은 경제 영역에서 "권력의 자리"를 추구하지 않고 약한 사람을 지키는 입장에 서는 새로운 사회주의이다." 물자가 넘쳐 흘러 소비가 가속화하면서 부의 편중이 조금도 해소되지 않는 "풍요한 사회"에 대한 비판은, "새로운 사회주의"라는 해결책을 찾기에 이르렀다. 이것이 정치와 관련을 맺어 온 갤브레이스의 경제학적인 대답이었다...................


..............."불확실성이 세계 경제 속에 뿌리 깊게 박힌 성질임을 인식하면, 단순히 자유 방임을 해야 한다는 현재의 주장은 더 이상 성립하지 않는다. 현대 자본주의의 금융 시스템을 뒷받침해 온 경제는 1929~1933년에 벌어진 일처럼 언제라도 또다시 붕괴될 수 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민스키가 늘 금융과 결부해 논했던 불확실성은 지금 그를 새롭게 읽는 경제학자나 전문가 사이에서 여전히 계속 무시되고 있다.............


..............."대공황과 뉴딜정책으로 시작된 정부 개입의 시대에 살았던 보수파는 정부의 개입은 열반의 오류에 빠져 있다고 비판했었다. 이때 보수파는 틀리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은 시장은 완전하고 자기조정기능이 있으며, 정부의 개입은 늘 실패하게 마련이라며 저희들끼리 자기최면을 걸더니 이번에는 자신들이 열반의 오류에 빠지고 말았다....


...............스티글리츠는 계속 말을 이어간다. "하이에크는 노동 시간의 규제를 비롯한 통화정책, 법제도, 적절한 정보유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정부가 완수해야 할 역할이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보수파는 시장의 효율성에 관해서는 애덤 스미스와 하이에크의 말을 빌려 모든 것을 죄다 설명할 수 있는 척하면서도 정부의 개임이 필요하다는 두 사람의 경고는 무시했다.".....................

 

 

4. 마지막으로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조그만 책에 14인의 경제학자를 소개했다고 해서 별볼일 없다고 생각하지 마시길. 학자들의 주된 사상과 인생사에서 파생된 경제 이론과 핵심적 문구가 잘 정리되어 있으니. 경제학설사 수업을 듣는 학생에게는 훌륭한 보교재로, 또 경제학을 처음 배우게 될 신입생들에게는 좋은 입문서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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