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 하기 좋은 날
무레 요코 지음, 김난주 옮김 / 블루엘리펀트 / 201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Step ~ Step ~ Step

 

2월 1일부로 업무 분장이 바뀌었다. 물론 - 외국계 기업이 아닌 이상 - 니일 내일을 구분하는게 큰 의미가 없는 한국 기업들의 정서로 봤을 때 큰 변화는 아니다. 하지만, 그동안 해오지 않았던 업무를 맞게 되었고 또 새로오신 차장님과 함께 업무를 해나가야 하기에 나에게는 새로운 변화임에는 분명하다. 다행인건 새로오신 분과는 대화 코드가 잘 맞아 일이 잘 풀린다는 점. 쉽게 가도 되는 일을 억지로 돌아가게 하고 또 웃으면서 해도 될 일인데 짜증내면서 가는 분들도 종종 봐왔기에, 올 한해는 왠지 기분 좋게 일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도 있다. 좋은 관계와 안정적인 업무 수행, 그리고 개선을 해나가는 건 결국 나의 몫이기에 올 한해도 회사, 사회, 가족, 사람들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더 충실히 하나 하나 걸어가야겠다.

 

공시, 감사, 결산, 회계마감 준비, 대내외 요청 자료 작성 등으로 바쁜 한주를 보내고 맞이하는 토요일의 아침은 행복하다. 조금 더 자도 되고, 하루 정도는 여유롭게 보내도 된다는 나만의 룰에도 거스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날은 빵과 커피와 함께, 그리고 좀 더 여유가 된다면 공연을 보고 전시를 관람하고, 교외로 나들이를 떠나는 것이 어울린다. 시간이 맞는 사람들과 만나 시원하게 맥주 한잔 하는 것도 너무 좋고. 가끔씩 하는 생각이지만 기업의 생산성이 보장되기 위해서라도 주말은 보장되어야 함을 다시 한번 깨닫곤 한다.

 

하지만, 오늘은 다른 주말보다 조금 일찍 일어났다. 곧 다가올 기사 실기 시험이 있기 때문. 전공자가 아니라서 시간 날 때마다 틈틈이 공부해 두어야 한다. 그리고 주말을 이용해서 그동안 못들었던 동영상 강의를 들어야 하고. 샤워를 하고 간단히 빨래를 한후(세탁기가 해주고 나는 건조대에 올리기만 하면 되지만..), 근처의 커피숍으로 향했다. 그리고 알고리즘 파트 복습 시작. 3월달에 강의는 다 들어두었고, 또 필기도 다 해두어서인지 진도가 빠르다. 애매한 부분은 이따가 저녁에 다시 보기로 하고, 계속해서 진도를 나간다. 11시반이 지나면서 사람들이 많아진다. 웅성거리는 소리도 들리고. 더이상의 집중은 어려운 듯 해서 조용히 프린트 물을 가방에 넣고, 읽으려고 가져온 책을 꺼낸다. 나카무라 요시후미가 지은 <건축가가 사는 집>. 책을 펴낸 곳이 잡지 회사라서 그런지 책의 디자인도 훌륭하다. 이 책을 구매한 몇몇은 아마도 책의 촉감과 심플하면서도 따스해 보이는 디자인 때문에 골랐으리라. 책속의 글이 읽히고, 대중들과 교감을 하기 위해서는 일단 팔려야 하므로 일단은 성공한 셈이다.

 

Run ~ Run ~ Run

 

동적인 모습에 비해 정적인 모습은 차분하기만 하다. 외로워보이다가도 어느 때는 쓸쓸해 보인다. 때로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하고 궁금해지기도 하고. 속좁은 사람에게는 의구심을, 독선과 아집으로만 가득찬 사람에게는 답답함을, 자기만의 룰이 아니라 마이웨이만을 부르짖는 사람에게는 끌어당김을 일으키게 하는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우린 알아야 한다. 정적인 사람 덕분에 동적인 나의 모습이 보일 수도 있고, 정적인 시간 속에서 얻는 삶의 깊이와 사색, 그리고 반성 덕분에 동적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는다는 사실을. 무엇보다도 이 둘이 잘 어우러진 사람의 모습 속에서 우리가 안정감을 얻는다는 사실도 말이다.

 

소설속의 아키코는 정적인 사람임에는 분명하다. 어머니가 물려주신 가게를 가지고 자신만의 식당을 운영하는 그녀의 모습은 차분하면서도 감각적이다. 식상한 표현이지만 마치 정지된 영상을 보는 것만 같다. 같이 일하는 시마씨 역시 그다지 세상과 어울리려 하진 않는다. 그녀들은 지금 일하는 이 식당에 너무 마음에 들고 또 편안하다. 도피처라기보다는 편안한 거실과 같은 느낌을 준다. 메뉴 역시 심플하다. 간단해서 쿨한게 아니라, 단순해서 사람들이 다가가기 편하게 한다. 이런 점들 때문에 아키코의 식당은 잡지와 파워블로그에 소개되는 맛집으로 부상한다.

 

그러나 이런 편안함을 깨는 사람들이 있다. 어머니가 가게를 운영하던 시절에 단골 손님이었던 아저씨들과 식당과 코드가 맞지 않는 까다로운 손님들, 그리고 무례한 사람들. 조금 멀리 떨어져서 생각해보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이지만, 아키코의 식당이라는 공간으로 한정짓는다면 이들은 유쾌한 방문객들은 아니다. 이들에게 불쾌함을 표시하는 시마씨와는 달리 아키코는 그냥 그러려니 한다. 인내심이 좋은 건지, 아니면 그냥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런 아키코에게도 변화의 시간은 다가온다. 동반자인 고양이의 죽음과 그녀의 아버지에 대한 비밀을 알게 되고, 그들을 만나면서부터 말이다. 그리고 새로운 고양이를 만나러 가고. 잊혀진 가족(?)들을 만나러 가는 그녀의 뒷모습은 책을 덮는 우리들에게 새로운 상상을 품게 한다. 그녀는 이제 달려가겠지. 그녀만의 방식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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