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
마루야마 겐지 지음, 고재운 옮김 / 바다출판사 / 201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가 듣고 싶어하는 건, 기쁨에 들떠있는 가족들과 함께하는 아름다운 미래. 종종 주변 사람들에게 말해왔고, 마음속으로 꿈꿔왔던 낭만 가득하 전원 생활. 반복되는 일상과 직장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난 자유의 도피처. 매일 아침 알람시계 소리와 지하철에서의 번잡함 따위는 던져버리고, 새벽 닭의 홰치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나 동이 트는 넓은 토지를 바라보면서 시작하는 하루. 보기싫은 사람들, 짜증하는 인간들을 뒤로 한채 반갑게 이웃들과 인사하며 지내는 나날들. 옆집 사람들과 그날 만든 반찬과 수확한 과일을 나눠먹고 저녁에는 마당에 모여 다같이 바베큐를 구워먹는 모습. 몸은 비록 도시의 노동자이고, 경제적 여유는 금융 자본주의에 저당잡혔지만, 누구나 한번쯤은 이처럼 시골에서의 평화로운 삶을 꿈꿔봤을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낭만적이기만 한 시골에서의 삶에 대한 우리의 환상을 단칼에 베어버린 사람이 있다. 바로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의 저자인 <마루야마 겐지>. 그는 우리에게 지금 당장 그런 환상따윈 날려버려라고 - 강력하게 - 경고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약해 빠진 정신상태를 가진 채로, 현실 도피를 위한 귀향은 절대 안된다고 강조한다. 이렇게 편한 도시에서 조차 힘들다고 징징대는 사람이 불편하고 다양한 기반시설조차 갖춰지지 않은 시골에서 어떻게 살아남겠다는 건가? 도시의 사람들보다 더 삭막하고 폐쇄적일지도 모를 집단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그게 힘들다고 빠져 나온 사람이 과연 적응할 수 있겠는가? 부모님과 직장과 사회와 도시의 보호아래 살아온 사람 주제에, 아무것도 없는 대자연과 함께 살아야 하는 시골에서의 삶이 과연 가능한가? 새로운 도전을 가장한 도시로부터의 도피라면 그건 출발부터 잘못된 것이다.

 

장미는 가시를 감추고 있고,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생명체들은 사람을 죽일만한 강력한 독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대자연의 아름다움은 잔인하기까지한 열악한 환경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 산사태와 홍수와 같은 자연재해. 그리고, 도시에서는 볼수 없는 병충해에 의한 피해 등이 시골에서의 우리를 괴롭힐지도 모른다. 어디 그뿐일까? 어디에서나 존재하는 텃세와 지역색, 그리고 사람들간의 관계는 귀향민들이 넘어야 할 또 다른 벽이다.

 

이렇게 저자가 말해주는 이야기들을 듣다보면 시골은 아름다운 공간이 아닌 웹툰 <이끼>에서나 보던 폐쇄적이고 암울한 공간으로만 비춰진다. 오락 프로그램이나 방송에서 소개하는 시골의 애정어린 모습은 온데간데 없다. 전원생활 열풍과 일부 미디어의 거짓 홍보에 속지 말기를 당부하는 저자의 조언 치고는 너무 잔인한 느낌도 없지 않다. 결국 저자가 말하는 진짜 조언은 이 책의 후반부에 있다고 봐야 한다. 홀로서기를 할 만큼의 강인한 정신력과 불편함을 새로운 재밋거리와 운동으로 인지할 수 있는 긍정적인 마인드. 하루가 멀다하고 엎치락 뒷치락 하는 인간관계의 풍파 속에서 자신의 정도를 지킬줄 아는 마음가짐 등을 갖추고 - 진정으로 - 시골 생활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만약,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이 정도의 단단함이 가슴속에 들어와 있다면, 귀향 뿐만 아니라 어떤 생활도 힘들진 않을 것 같다.

 

진정한 빛은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만 빛납니다.

진정한 감동은 현실의 고단함 속에서만 만날 수 있습니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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