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빛 - 나만의 서점
앤 스콧 지음, 강경이 옮김, 이정호 그림, 안지미 아트디렉터 / 알마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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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자신만의 추억이 담긴 서점 하나쯤은 가지고 있다. 아니 가지고 있을 것이다. 어머니, 아버지 손을 잡고 따라다녔던 시내의 큰 서점이나 마을 중심마다 하나쯤 있었던 단골 서점처럼 말이다. 요즘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터넷 서점을 이용하기 때문에 새로나온 책을 보려고 서점에 갈 필요까진 없지만, 예전에는 서점에 가야만 신간 도서들과 재미난 책들을 마음껏 구경할 수 있었다. 내 손을 잡은 부모님부터, 주변에서 서성이는 모든 어른들의 키는 나보다 훨씬 컸지만 책만은 언제나 나의 눈높이에서 마주하고 있었다. 세상은 시끌벅적하게 돌아가지만 나와 책만은 서로 마주한 채로 이야기하는 순간들. 가끔 그때의 기억들이 한순간의 사진들처럼 머릿속에 떠오르곤 하는데 참 정겹고 포근하다고 생각될때가 많다.

 

나의 첫 서점 기억은 언제였을까? 분명 더 어릴적에도 부모님과 함께 서점에 간 적이 있었겠지만, 머릿속에 남아있는 건 부산 남포동에 있는 문우당 서점이다. 지구본과 지도를 사러 갔던 걸로 기억하는데 되게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그 당시만 하더라도 부산의 중심은 여전히 시청이 자리한 남포동과 중앙동 근처였기 때문이다. 그 다음으로는 서면에 위치한 동보서적과 영광도서. 특히 동보서적은 근처의 태화백화점(구, 태화쇼핑)과 함께 부산의 젊은 사람들이 모이는 대표적인 장소였다. 지금은 안타깝게도 동보서적은 폐업한걸로 알고 있고(한동안 가보지 않아서 정확히는 잘 모르겠다.), 태화쇼핑 역시 망하고 다시 살아나기를 반복하다가 지금은 주인이 바뀐 쥬디스 태화 백화점으로 이름이 변경되어 운영중이라고 한다. 지금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찾는 장소이지만 동보서적이 사라진 서면의 거리는 익숙하게 다가오진 않는다. 해마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부모님과 동보서적에 함께 가서 내가 갖고 싶었던 책을 몇권씩 구매했던 기억이 나곤 하는데, 그 기억을 떠올릴 장소가 사라졌다는 건 슬픈 일중의 하나다. 나 뿐만 아니라 수많은 부산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겠지만. 그 외에도 기억에 나는 서점들이 꽤 있다. 덕천동에 있는 대한도서가 그렇고 수영로타리에 있는 작은 서점 2개 역시 그렇다. 대학생 시절에는 새로생긴 교보문고와 영풍문고에 자주 가곤 했는데, 그 당시만 해도 부산 서점들의 상권을 침해한다고 논란이 많이 되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그 서점들마저도 최근에는 인터넷 서점과 인터넷 쇼핑몰에 의해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고 하니, 시간의 흐름은 정말 아련하기만 하다.

 

저자에게도 서점은 역시 애정어린 공간이었다. 그리고 온갖 기억과 사람들과의 추억이 어려있는 장소였다. 세상과 마주하고, 사람들과 만나고, 역사와 시대의 흐름이 녹아들어있는 곳이었다.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 그리고 런던에서 마주한 서점들과 지금은 사라진 서점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화려하게 변한 공간들까지 말이다.

 

요즘에 구매하는 책들은 대부분 인터넷에서 한다. 편리하고 또 저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점에 들리는 것만큼 편안하고 상쾌한 일도 없다. 저자 역시 인터넷에서 책을 주문하더라도 책 구경만큼은 서점에서 하는 걸 보면 서점은 누구에게나 꼭 필요한 공간임에는 분명하다. 

 

늦은 낮잠에서 깨어나 얼핏 본 뉴스에서는 최근에 유행하는 <드라마셀러>에 관한 기사가 나왔다. 서점 방문이 인터넷 도서 검색으로 대체되듯이 도서 홍보도 구전에서 방송과 드라마로 바뀌는 것 같다. 그래도 사람냄새와 책내음이 물씬 풍기는 북적대면서도 평온한 서점만큼은 그대로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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