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여행하다 - 공간을 통해 삶을 읽는 사람 여행 책
전연재 지음 / 리더스북 / 2013년 10월
평점 :
품절


1. 내가 살던 공간에 대한 기억은 특별하다. 누구에게나 그럴 것이다. 가족과 함께, 그리고 함께하던 이들과 보낸 기억들은 뿌옇게 흐려져가는 사진첩의 웃는 얼굴 마냥 옅어져 가지만, 머릿속에서 그리고 가슴속에서 더욱 선명해짐을 느끼곤 한다. 어렸을 적 살았던 작은 주택. 공동 화장실을 사용했고, 연탄으로 난방을 했던 그 집. 몇십년 뒤에 그곳을 지나쳤을 때 '내가 저렇게 작은 곳에서 가족과 함께 살았었구나...'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작고 허름했던 집. 그럼에도 그곳에서 자랐고, 또 함께 보내었던 기억들은 지금도 끊어진 기억처럼 문득 문득 떠오를 때가 있다. 다락방의 어두컴컴한 벽지와 계몽사의 디즈니 명작 동화, 장난감. 그리고 두꺼운 이불 속에서 잠결에 보았던 '토요 명작 영화(제목이 맞는지는 모르겠다만...)'까지...

 

서울에 공부한다고 올라와서 처음 살았던 충정로의 고시텔과 사람들과 함께 모여 지냈던 하숙집. 지금은 모두 허물고, 새로운 빌딩들이 들어선데다가, 학원마저 다른 곳으로 옮겨서 이젠 집 앞에 보이던 녹색의 충정 아파트만 남아 있는 것 같은 공간.

 

지금 살고있는 양재는 또 어떠한가. 집을 떠나 가장 오래 지낸 지역이었고, 회사를 다니면서 또 가끔 책을 읽거나 공부할 겸 들렸던 까페까지...

 

사람은 언제나 살았던 공간. 그리고 지나치곤 했던 길과 함께한 사람들, 책, 음악 속에서 그 기억과 흔적을 떠올리곤 하는 듯 하다.

 

 

집을 여행하다

작가
전연재
출판
리더스북
발매
2013.10.18

리뷰보기

 

 

 

2. 이 책의 제목을 <흔적>으로 하면 어떨까? 자신의 삶의 궤적을 돌아보고, 그 때의 감정과 기억들을 떠올리면서 말이다. 찍어 두었던 사진들과 그 사진을 보면서 추억에 잠기는 한가한 오후의 하루처럼. 저자의 여행 경험담은 차분하면서도 흥미진진하고, 단조로운 어투 속에서도 그 생생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냥 잊혀져 버릴 수도 있는 기억들이지만, 그 때의 감정이 진실했기에, 그래서 부서질 듯 연약해지고 나약한 것처럼 보여지지만 질긴 감정의 끈이기에, 수줍지만 솔직해질수 있는 건 아닐까란 생각도 했다.

 

책속에는 빛나는 글과 경험 뿐만이 아니라, 멋진 사진들과 그녀가 주고받았던 편지들도 많다. 그리고 우리는 이를 통해 글속에서 다 말하지 못한 감정들과 생각을 공유할 수 있다. 아직 멋진 곳으로 여행을 떠나보지 않은 나로서는 그녀가 해외에서 만난 사람들과 보았던 경험을 온전히 이해하지는 못하겠지만, 그 느낌은 전달되는 듯 했다.

 

그래... 차라리 내가 나중에 내 삶의 궤적을 가지고 책을 내봐야 겠다. 고마웠던 기억들과 그 속에서 만난 사람들과 경험들. 좋아했던 책들과 음악. 부끄러운 기억들과 미안함 등을 담아서... 책 제목은 <흔적>으로..

 

3. 비가 쏟아진다. 아직 한번도 타지 않은 자전거를 손질하러 갈 예정이었지만, 오늘도 패스다... 운동이나 하러 가야겠다.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운이 좋았습니다. 하지만 그 운은 길 위에 널려 있는 것이기도 했습니다. 그 운을 발견하는 열린 마음과 그것을 집어들 한 줌의 용기만 있으면 되는 일이었습니다. 나는 맹목적인 이상주의자도 하릴없는 비관주의자도 못 됩니다. 현실에 굳건히 발을 디딘 채 앞을 바라보고, 그저 한발 한발 내딛을 뿐입니다. 그것이 내 삶의 지평을 조금씩 넓혔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이들을 만난 과정을 소상하게 기록하지 않았습니다. 혹시라도 그들의 삶을 드러내는 것이 폐가 되지나 않을까 하여 택한 작은 배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극히 사적인 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길 위에서 만난 이들과 나눈 충만함을 당신과 나누고 싶기 때문입니다. (서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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