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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만리 1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3년 7월
평점 :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얼마전에 모 인터넷 사이트에서 조정래 작가의 신작이 연재된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그게 바로 이 작품이었다. 집에 책이 도착했을때, 3권 - 1,200페이지 - 나 되는 방대한 분량을 어찌 다 읽을까란 생각에 걱정도 했었지만, 저녁에 , 오고가는 지하철 안에서 그리고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다 읽어버렸다. 긴 호흡을 요하는 글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쉽게 또 금방 읽혔다는 건 그 만큼 책의 내용이 재미있었기 때문. 무엇보다도 최근의 트렌드와 중국과 한국, 그리고 일본간의 대내외 정세상도 잘 반영하고 있어서 더 재미있었던 것 같다.
1. 책에는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먼저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전댕광이라는 종합상사맨과 그의 가족들, 중국 학교에 다니면서 그들의 문화와 역사를 이해하고 또 많은 감정을 느끼게 되는 송재형과 그의 중국인 여자친구 리옌링, 그리고 그녀의 가족과 공산당 지도부 사람들. 꽌시와 얼나이. 중국의 신흥 부호들과 프랑스와 일본의 종합상사인들까지. 중국이라는 거대한 영토에서 벌어지는 한바탕 "쩐의 전쟁"이라도 봐도 무방할 듯 했다.
첫 부분에서 등장하는 종합상사맨 전대광과 서하원 원장의 이야기는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에서 새로운 인생의 2막을 열려고 하는 한국의 수많은 기업가와 야심찬 젊은이들을 표현하는 듯 했다. 국내에서는 유명한 의사였지만, 날로 악화되어 가는 시장 환경과 의료 사고로 인해 중국에서 새 출발을 하는 서하원에게 전대광은 비즈니스 현장에서 갈고 닦은 영업기술과 생존의 노하우를 들려준다. 지구력을 겸한 "만만디". 중국인을 이해하고, 중국 시장에 진출하려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게 바로 이것이라고 전대광은 말하고 있었다.
새로운 조직, 새로운 공간, 새로운 문화에 적응하고 성공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책에서도 소개되고 있지만 일본인의 경우 그들의 자만심과 오만함, 그리고 언어 능력의 부족 등으로 고전하는 장면이 그려진다. 반면에 한국의 주재원들은 누구보다 중국 문화를 빨리 이해하려고 - 노력하며 - 중국말 역시 빨리 배움으로서 중국 시장에서 조금씩 호감을 갖게 된다. 중국 대학생들, 그리고 군데 군데 등장하는 중국인들의 호의적인 시선이 저자의 설정인지는 모르겠으나, 만약 사실이라면 우리는 다른 어느 나라보다 중국 시장에서 더 큰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2. 수많은 등장인물들의 대화 속에서 우리가 눈여겨 봐야 할 것중의 하나가 바로 중국 문화에 대한 이해다. 더 정확히 얘기하자면, 지금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즈니스 환경과 트렌드를 이해하는 것인데, 앞서 말한 만만디를 비롯하여 좋은 내용이 참 많았다. 중국의 양대 명주인 마오타이주를 비롯하여 술자리에서 지켜야 할 매너는 서양과는 다른 중국만의 독특한 것이었고, 무엇보다도 체면을 중요시하는 그들의 모습을 이해할 수 있었다. 우리에게는 부조리함으로 느껴질수도 있는 부분들이 그들에게는 역사적 이유와 급변하는 현대사회속에서 적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산물일수도 있다는 점이었다. 또한 공산당 체제 하에서 생성된 그들의 행동 양식이나 관습 등도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부분 못지않게 중요한 건 바로 농민공들의 희생과 어떤 일이라도 가능케 하는 수많은 인민들의 땀방울이었다. 서문에서도 밝히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역사가 그랫듯이 중국의 경제 성장에서도 그들의 노력과 땀방울이 지금의 중국을 있게 했음을 잊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스티브 잡스가 말한 - 중국 인민들의 놀라운 능력 - 에 관한 이야기 뿐만 아니라, 저임금에도 불구하고 이것도 많다며 열심히 일하는 그들의 모습은 마치 70년대 한국 경제 성장의 주역인 우리 부모님 세대를 떠올리게 했다. 책의 후반부에 등장하는 태산을 여행하면서 만난 중국인 상인에게 이것밖에 안되냐며, 더 많은 돈을 주는 국내 사업가의 모습은 마음이 짠해지는 장면이었다.
그리고 이들을 보살피면서 - 중국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 사업을 하고 있는 하사장의 에피소드는 이런 중국의 어두운 면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감싸주는 장면이었다. 소제목인 천하를 얻는 법이 정말 잘 어울렸던 부분이었다. 나라면 과연 매일 저렇게 할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
3. 중국에서 해서는 안될 말이 있다고 한다.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는 것, 마우 주석에 대한 결례가 바로 그것이다. 우리에게는 이미 대만은 존재하는 나라이지만, 중국인들에게는 대만의 진정한 독립은 티벳, 신장위구르 자치주의 독립과 연결되면서 영토의 상당수가 날라가 버릴수 있는 사태이기 때문에 보통 문제가 아니라고 한다. 비즈니스맨이라면 꼭 기억해야 할 부분이겠다. 또한 그 외에도 공안은 언제나 당신을 관찰하고 있다는 사실이나 중국의 개방된 성 의식 등도 새로이 알게된 사실이었는데, 기존에 어렴풋이 듣던 걸, 이번에 소설속에서 제대로 확인한 느낌이라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인민의 해방을 위해 탄생한 중국 공산당과 사회 전반을 검열하는 공안의 존재. 무언가 앞뒤가 맞지 않는 듯 하지만, 얼나이의 인정과 짝퉁에 대한 관대함, 그리고 개방된 성의식은 잘 어울리지 않는 조합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앞에서, 이 역시 현대 중국의 또다른 모습이 아닐까란 생각도 했다.
일본인의 역사 왜곡과 댜오위다오 분쟁, 그리고 남경대학살 날조에 대한 중국인들의 분노. 그래서인지 독도 분쟁과 위안부 망언을 일삼는 일본인에 대한 한국인의 감정이 중국인들에게 묘한 동질감을 느끼게 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여전히 문제가 되는 동북공정과 한국을 시기하는 일부 중국인들의 태도 역시 우리에게 가지고 있는 중국의 또다른 시선임에는 분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중국 땅에는 중국을 사랑하고 그곳을 삶의 터전으로 여기는 한국인들이 많다는 점과 항일운동 과정에서 공유한 역사적 동질감. 그리고 서로를 존중하려는 사람들 역시 많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한중 관계는 더 희망적이진 않을까란 생각도 해 보았다.
4. 책의 마지막에는 송재형과 리옌링이 결혼을 확약하고 양가의 부모님께 인사드리는 장면이 등장한다. 한국과 중국이 서로를 더 이해하고 존중하자는 저자의 바램이 나타난 장면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