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 허풍담 1 - 차가운 처녀
요른 릴 지음, 백선희 옮김 / 열린책들 / 2012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거의 2주째 무더운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저녁마다 헬쓰를 마치고 찬물로 시원하게 샤워를 하면 9시반이

조금 지나곤 하는데, 제법 선선하다 싶어서 그제야 집으로 발걸음을 옮겨도 언제나 옷은 땀으로 흠뻑 젖고

만다. 어제 뉴스를 보니 적도 지역보다 더 덥다고 하니, 이 무더위가 근래들어 가장 더운 듯 싶다.

무더위 때문인지는 몰라도, 일찍 일어난 탓에 아침밥도 일찍 먹었는데, 오후가 되니 평소보다 빨리 배가

고파온다. 근처 식당에서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 땀도 식히고 책도 볼겸 커피숍에 들렸다. 망고주스 - 몸에

그렇게 좋다고 한다. 특히 남자..;; - 를 들고 한쪽 구석에 앉아 책장을 펼쳤다.

그린란드에 동부 해안가 마을에서 벌어지는 기상천외한 이야기들. 때론 너무 엉뚱하고, 때론 너무 바보같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들이 시트콤처럼 펼쳐진다. 허세보다는 허풍이, 바보란 단어보다는 순박하다는

단어가 더 알맞는 그들의 이야기속으로 지금 들어가보려 한다. 북극 허풍담. 그 첫번째 이야기와 함께...

*

넓은 땅에서 혼자 지내야 하는 그들에게 고독과 망상은 함께 따라다닐수 밖에 없는 것일까. 중국 요리사와

있지도 않은 엠마라는 가상의 여자를 만들어서 떠들어대고, 그녀에 대한 권리를 교환하는 매슨과 빌리암.

하루종일 자기 이야기만 떠들어대는 로이빅과 헤르버트. 그리고 역사와 정치에 대해 이야기하는 비요르켄

 - 안타깝게도 다른 이들은 그다지 관심이 없어보이지만 - 까지.

세계사란 말이야, 친구. 여러 전선에서 벌어지는 살인과 조국애와 명예, 이런 종류의 하찮은 일들을 기록한

거대한 책이야. 보통 사람들의 삶에 대해서는 여기저기 몇 줄 정도 끄적여 놓을 뿐이지.

정치는 여우들을 위한 거야. 라스릴. 가장 똑똑한 사람들이 가장 똑똑하지 못한 사람들과 야합하는 걸 민주

주의라고 부르는 거야.

그들은 나름대로 잘 살고, 또 그들만의 관습과 놀이와 함께 살아가지만 요엔손이라는 문신 예술가(?)에게

크게 속는 에피소드도 등장한다. 저자의 말처럼 그들에게도 예술적 감각이 있었음을 인정해줘야 하는 걸까.

하지만 안타깝게도 유럽으로 돌아간 요엔손은 그들을 속여먹은 일화를 자랑스레 떠벌릴것만 같았다.

책의 부제인 북극 허풍담. 차가운 소녀에 등장하는 엠마가 바로 그들의 무료한 삶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일화가 아닐까 했다. 있지도 않은 여자와의 추억을 만들어내서 사람들에게 떠벌리고, 그 이야기에 등장하는

여자를 사랑하게 되어 권리를 파는 모습은 정말 엉뚱해 보였다. 생각해보니, 이 책에서 주인공들은 다 남자

였는데, "역시 사람은 짝이 있어야 돼" 라는 생각이 든 부분이었다.

**

책을 읽고나니, 예전에 유진출판사에서 나온 유쾌한 도둑들이 떠올랐다. 북극허풍담이 미지의 추운나라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라면 유쾌한 도둑들은 미지의 더운 나라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였는데, 등장인물들의 엉뚱함과

에피소드들이 서로 묘하게 어울리고 있었다. 특히, 전쟁광의 꿈을 꾸는 한센을 골려주는 이들의 일화가 재미

있었다.

많이 소개되지 않은 세계의 현대문학 작가들을 자주 소개해주는 열린책들에서는 북극허풍담 시리즈의 반응을

고려해서 추후 출판 계획을 세울 예정이라고 한다. 이 정도의 재미라면 다들 후속권의 에피소드가 기다려지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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