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시의 시대 - 통제하다 평화롭다 불안하다
아르망 마틀라르 지음, 전용희 옮김 / 알마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조지 오웰의 1984년, 그리고 예전에 읽었던 그림자정부 미래사회편에는 빅브라더라는 용어가 등장한다. 한글로는

대형으로 번역되어 있지만 그 실상은 수많은 사람들을 통제하고 감시하는 중심축을 일컫는 말이다. 이처럼

빅브라더는 각종 영화, 드라마 등 다양한 콘텐츠에서 미디어와 통제의 상징물로 사용되곤 하는데, 영국 영화

데드셋에서는 빅 브라더 쇼가 핵심소재로 등장하며, 영화의 마지막은 좀비들이 CCTV를 통해 서로 연결된 모습을

보는 장면이 음산한 음악과 함께 보여지기도 한다.

 

단지 소설속이나 논픽션을 표방한 음모론을 파헤치는 도서에서만 주로 등장하는 주제이기에 우리에게 감시와 정보의

통제는 조금은 먼 얘기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 또한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먼 나라의 소식들이 순식간에 전 세계로

펼쳐지며, 카카오톡과 라인을 통해 수시로 정보를 공유하는 지금의 모습을 떠올린다면, 오히려 독재를 무너뜨리고,

정보의 독점을 막을 수 있는 기술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수많은 정보가 어느 한 사람, 단일 군사기관, 최상위 기업 집단에 의해 종속된다면 어떠할까?

서로 주고 받는 대화, 오늘 내가 방문한 장소와 만난 사람들, 휴대폰에 저장된 사진들과 은밀한 사생활까지 말이다.

생각만 해도 끔찍할 것 같다. 영드 블랙 미러에서 처럼, 그 끔찍한 순간이 찰나로 잊혀진다 하더라도 이미 그 사람의

인생은 180도 변하는데, 그러한 사실이 평생동안 최상위 통제기관에 의해 관리되고 감시된다면, 사람들은 정상적인

삶을 영위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

중앙권력이 대다수의 민중을 통제하는 방식은 과거부터 있어왔다.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민적과 호적과 같은

신분증의 사용, 다루가치와 상수리제도,기인제도와 같은 인질을 통한 통제, 국토보안을 목적으로 한 개인정보의

수집과 통제,검열까지. 시대에 따라 그리고 사용 목적에 따라 그 찬반은 나뉘어지지만, 이러한 제도속에 통제,감시라는

요소가 조금이라도 들어가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책에는 이보다 더 강화된 방법들이 소개되고 있는데, 1800년대에 만들어졌던 베르티요나주라는 인체측정기록문서가
대표적이다. 이는 신체의 다양한 부위 - 광대뼈 사이의 지름, 왼손 중지와 약지의 길이 등 - 를 측정하여 기록으로

남기는데, 이를 통해 수감자의 프로필을 작성하고 또 관리하려 했다고 한다. 특히 최근에는 생체 정보 칩이나

이를 사람의 몸속에 넣는 방식도 고안되고 있다고 하니 정말 놀라울 일이다.

 

저자는 미국의 군사적 확장과 에셸론이라는 정보 기지를 소개하며, 이를 통한 정보 통제와 감시가 강화되었다고

소개하고 있는데, 특히 중남미에서 벌어진 수많은 군사정부가 미국의 아메리카 스쿨과 연관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사실 이부분은 90년대 초반까지 이어져온 군사정부 하에서의 대중 통제와도 연계되어 있는 부부인데, 이때

다양한 정보 통제와 대중 감시의 기법들이 사용되었다고 한다. 한국 역시 70~80년대에는 군사정부하에서

국민의 자유와 권리가 억압받았던 시기였으므로 - 물론 경제성장과 수출 증가의 시기이기도 함 - 유심히 읽었던

부분이다.

 

군대 , 경찰, 각종 정부 부서와 함께 이런 분쟁을 주도한 기관이 발명한 거짓말은 표적인 대중들이 현혹되기 쉬운

이야기를 제공하기 위해 세상에서 가장 간교한 언어를 구사한다. 그리고 이것은 분쟁을 규정한 미디어에 의해 무한

반복된다. 제아무리 부정해도 이 과정에서 시민들의 지극히 개인적이고 친밀한 언어는 오염될 수 밖에 없다... 나의

의견은 단순히 서아시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분쟁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지금도 지구 곳곳에서는 수백만의

인구가 그들의 생존, 가치, 자유, 정체성이 위협받고 이쓴 갖가지 "상황"과 맞서고 있을 것이다.

 

책의 문맥을 조심스레 따라가 보면, 1800년대 이후부터 진행된 주 차례의 세계대전과 공산주의와 자유 진영간의

냉전과 분쟁들. 그리고 최근의 대테러 전쟁에 이르기까지. 그 과정속에서 진행된 프로파간다와 사람들에 대한

통제와 감시의 진화 과정이 상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그리고 이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마치 세뇌시키며, 그 논리가

자연스레 일상속에서 움직이도록 한다.

 

새로운 기술의 진보, IT 정보기술의 발달 또는 바이오 나노 기술의 발달로 설명되어지곤 하는

인터랙티브 광고, 신용카드와 같은 전자 화폐의 사용 - 이는 휴대폰 결제 및 각종 모바일결재 등도 포함 - 및

유전자 정보를 통한 개인 정보 관리 등은 우리의 생활속에 잠재적인 통제 장치가 들어왔음을 암시한다.

 

저자는 지난 10년간은 권력을 상대로 성찰력있는 비판을 하지 못한채 후퇴해 왔지만, 최근에는 변혁의 바람이

불고 있다고 진단한다. 이는 서두에 밝힌 것처럼, 아이러니 하게도 통제의 도구로 쓰일수도 있으며, 권력의

집중에서 벗어나는 도구로도 쓰일수 있는 SNS의 양면성에도 기인한다고 생각된다. 또한 사회 각 계층의

활동과 변화된 시민 의식과 비판과 이의 제기를 통해 감시의 시대를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

얼마전 한 언론에서 하루 24시간을 감시하는 CCTV에 대한 기사를 보았다. 정보의 발달은 정말 아이러니

하게도 우리에게 안전과 통제라는 양면성의 선물박스를 선사한다. 이를 어떻게 사용하고, 우리 스스로를

지키는 것은 결국 지속적인 관심과 깨우침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

파놉티콘 : 파놉티콘 또는 판옵티콘, 패놉티콘, 팬옵티콘은 영국의 철학자이자 법학자인 제러미 벤담이 제안한

일종의 감옥 건축양식을 말한다. 파놉티콘의 어원은 그리스어로 '모두'를 뜻하는 'pan'과 '본다'를

뜻하는 'opticon'을 합성한 것으로 벤담이 소수의 감시자가 모든 수용자를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감시할 수 있는 형태의 감옥을 제안하면서 이 말을 창안했다. 벤담은 자신의 제안서에서 이 감옥의

본질적인 장점을 한 단어로 표현하기 위해, "진행되는 모든 것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하는 "파놉티콘" 이라고 부를 것이라고 하였다(위키디피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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