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으로 기업하라 - 무한경쟁시대의 착한 대안, 협동조합 기업
스테파노 자마니 & 베라 자마니 지음, 송성호 옮김, 김현대 감수 / 북돋움 / 2012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썬키스트, FC 바르셀로나, AP통신, 웰치스, 서울우유.. 이들의 공통점이 무엇일까? 회사인건 알겠는데, 딱히 공통점을 찾기는 어렵다.

웰치스와 썬키스트는 과일, 음료 분야이고 바르셀로나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축구구단이다. AP통신은 세계적인 통신사 - 스스로 뉴스를

발표하지 않고, 뉴스를 모아 다른 신문사나 잡지사, 방송 사업체에 뉴스를 제공하는 회사 -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협동조합이라는

사실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거대한 기업들이 등장하고, 기업들간의 M&A가 진행되면서, 중소기업 및 협동조합과 같은 소규모 기업들이 설 자리는

줄어들고 있고, 98년 외환위기와 2000년초의 신용카드 사태, 미국 모기지 사태 및 유로 사태 등 지속적인 경제위기로 규모나 자금력에서

약한 기업들은 점차 도태되고, 다국적 기업에게 인수합병되고 있다. 그러기에 저자가 말하는 협동조합으로 기업하라는 책제목의 조언은

우리에게 직접적으로 와 닿지 않는 것 같다.

하지만 최근들어 시장 만능 자본주의의 약점과 문제점들이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으며, 지나친 시장 집중화로 지역 기업이 사라지고, 공동체적

가치가 훼손되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사회적 자본의 중요성과 지역 어메니티를 구현하려는 움직임이 세계 각국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생각해 본다면 지금이야 말로 협동조합이 가지는 사회적 의미와 경제적 가치가 심도있게 논의되어야 할 타이밍이 아닌가 하고

생각해본다.

이 책은 협동조합의 근원과 세계 각국의 협동조합 현황, 그리고 그 미래에 대해 서술하고 있는 책으로 협동조합이 가지는 경제적 함의와

그 운영 실체를 다양한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는 책이다. 우리에게 농협이나 축협, 또는 농수산물 판매조합 정도로만 인식되고 있는

협동조합을 제대로 알수 있게 해주는 바이블과도 같다고 말할 수 있을 듯 하다.

*

먼저 협동조합의 의미는 무엇일까? 저자는 협동조합을 야누스의 두 얼굴이란 단어로 설명한다. 시장안에서 작동하며 그 원리를 받아들인다는

점에서 경제적 차원의 기업이며, 경제 외적인 목적을 추구하고 그 구성원의 복리를 생각하며 사회 전체에 긍정적인 외부효과를 창출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차원의 단체이기도 하다. 기업의 제 1차 목적이 이윤추구라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협동조합이 일반 기업과는 다른 존재임을

단번에 인식할 수 있다.

....서로 겨루는 경쟁을 통해 기업 정신이 살아나고 합리적으로 계산하는 문화가 안착된다. 경쟁이 있는 곳에서는

지주와 특권층의 지위가 강고하게 유지되기 어렵다. 겨쟁은 확실히 비용이 더 들지만, 고객의 기호에 민감하게

반응해 결과적으로 품질을 개선하는 효과를 낳는다. 정치에 비유하자면, 민주주의가 비용이 많이 들긴 하지만

시민의 권리를 지켜주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저자가 말하는 협동조합과 일반기업의 차이를 이해하기 전에 공동선과 전체선의 의미를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전체선이 각 개인이나

집단의 선을 모두 더한 것이고, 공동선은 개인이나 집단의 선을 모두 곱한것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는 현대 경제의 극단적인 경향을

잘 설명해 줄수 있을 것 같다. 즉, 전체선의 입장에서 맞춰보면 누군가를 희생시켜 0으로 만들더라도 일부의 부가 극대화되면 전체선은

늘어날 수 있지만, 공동선의 입장에서 살펴보면 사회의 효용은 0 으로 떨어진다.

이는 노무현 정부 말기부터 논의되온 양극화 문제와 소득 불평등 문제와도 관계되어 있다. 더 멀리 나아가면 성장과 분배중 어느 것을

먼저할 것인가의 문제와도 맞닿아 있고...

여기서 우리가 한가지 짚고가야할 포인트가 있다. 바로, 자본주의 기업이 우리가 생각하는 유일한 기업의 형태는 결코 아니라는 점.

만약 협동조합과 같은 기업들이 수익을 내면서, 사회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기능을 수행한다면 우리는 다양한 대안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

유럽에서는 일찍이 협동조합의 정신이 발달했었는데, 특히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 활발히 진행되었던 것 같다. 특히 저자가 말하는

이탈리아의 다양한 협동조합의 소개는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던 베를루스코니와 마피아로 인식된 이탈리아 경제권의 모습과는

다른 면을 알게 해주는데, 이 부분 역시 유심히 읽어보면 좋을 부분이다.

아래에는 책에서 소개된 협동조합의 특징과 기본적 의미에 관한 설명을 소개해 본다.

.... 보유 주식 수에 아무런 제한이 없다면, 부유한 자본가 한 명이 수천 명의 소액 주주보다 더 많은 회사 지분을 사들여

소액 주주의 전체 지분을 제로로 만들 수 있다. 협동조합 하는 사람들은 아주 현실적이어서 자본 없이 일을 하거나 또는

자본을 공짜로 얻을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협동조합의 본질적 속성은 협동조합의 자본을 없애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자본의 진정한 기능을 노동이 이용하는 도구로 한정시키고, 그만큼 대가를 취하도록 한다는 점이다....

이 문구의 마지막을 읽는 사람이 자본가라면, 그리고 주주라면 조금은 섬뜻할 수도 있겠다. 기업의 주체가 자본이 아니라

기업을 구성하는 직원 - 노동이란 표현은 가급적 쓰지 않으려 한다. 빨갱이로 오인받을수 있으므로, - 이기 때문이다.

이는 잉여이익을 자본가가 취하는 것이 아니라, 직원이 취할 수 있다는 논리를 만들수도 있는데, 최근 붉어지는 보험사의

배당금 분배 문제와도 연결지을 수 있을 듯 하다.

협동조합의 선구자이자, 역사가인 조지 홀리오크가 말한 협동조합과 자본주의 기업 간의 궁극적 차이를 설명한 부분은

읽어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 자본주의 기업은 임금 노동자를 고용해 시장 가격으로 그 대가를 지불하고 남는 이윤을 모두 차지한다.

협동조합의 노동은 자본을 고용해 시장 가격으로 그 대가를 지불하고 남는 이윤을 모두 차지한다........

물론, 많은 경제학자들이 협동조합은 배당을 통한 추가적인 수익 창출이 어려우며, 주식 공개 매매 시장이 없다는 점,

인적자원의 결합으로 인한 장기적인 결속력 문제들을 단점으로 지적하고 있지만, 현대 자본주의 기업들의 문제점 역시

만만치 않음을 생각해 본다면, 우리에게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하고 생각해 본다.

책의 뒷부분에는 협동조합의 이론적 개념이 소개되어 있는데, 대학교 교재 및 협동조합을 학술적으로 더 알고 싶은

분에게는 꼭 읽어보기를 당부하며, 마지막으로 협동조합의 구성원이 가지는 함의에 대해 소개하고 마칠까 한다.

이 부분을 곰곰히 읽어보면, 협동조합의 단점으로 언급된 부분에 대해 스스로 어떻게 극복하게 될지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과 함께 도덕감정론을 통해 그 대안을 제시했듯이 말이다.

..... 요컨대, 두 가지 기업 형태는 행동과 행위 사이의 차이로 식별할 수 있다. 그들 스스로 선택한 목적을 수행할 때

사람은 행동한다. 그러나 그저 행위하는 사람, 작업을 수행하는 사람, 남의 명령을 따라 움직이는 사람은 그 목적이

무엇인지 모를뿐더러 혹 알고 있다 하더라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피고용자들은 작업을 수행하고 주어진

일에 대해서만 책임을 지는 반면, 협동조합의 조합원들은 행동하고 그 일의 목적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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