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함양 오르고의 일곱 번째와 여덟 번째 산을 올랐다. 계곡을 따라 오르는 거망산과 꽤나 가파른 산성으로 이어진 황석산을 거의 여섯 시간 반 정도 걸려서 다녀왔다. 날도 덥긴 했고 또 처음 가보는 산이라 그런지 쉽진 않았다. 가져간 생수와 과일 그리고 주전부리도 거의 다 먹었던 것 같다. 언제부터인가 산행을 약간의 극기 훈련처럼 하고 있는지라 내려올 때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꽤나 힘에 부치지만 그래도 확실히 다녀오면 다시 힘이 나는 무언가가 있다.
이번에 읽은 책은 <감정을 읽는 사람은 다르게 말한다>라는 책이다. 말이 많은 것과 말을 잘하는 게 다른 것처럼 말을 잘하는 것과 대화를 잘하는 것 역시 또 다른 문제라고 저자는 말한다. 지식을 자랑하는 게 아니라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면서 마음의 거리를 좁혀가는 과정이 바로 대화라고 말이다. 또 AI가 발전한다고 해도 관계 속에서 온기와 존재가치를 확인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물론 언제부터인가 SNS의 좋아요 와 구독, 알람 설정과도 같은 것들에 이미 많은 사람들이 중독되어 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AI처럼 대화가 끝나기도 전에 공감한다고 말하거나, 또 들어주기보다 자기 이야기를 많이 하고, 문제점을 지적하려고만 하는 건 올바른 대화법은 아니다. 맥락과 상황 속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공감하는 건 역시나 또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칭찬을 한다는 건 그 사람 역시 칭찬을 받고 싶다는 말일지도 모른다. 즉각적인 판단이나 조언보다는 한발 떨어져서 중립을 지키는 게 더 좋을 수도 있다. 잠깐의 침묵과도 같은 대화의 여백과 속마음을 살짝 드러내 보이는 순간도 필요하다.
템포나 표정도 중요하다. 이미 얼굴에 부정적인 무언가가 가득 차 있거나 상대방의 템포나 상황을 전혀 고려치 않은 대화도 문제가 있다.
호기심을 보이거나 다른 시각에서 접근하는 방법도 좋다고 한다. 이때 정보 탐색형이나 취조의 느낌을 주는 질문은 삼가도록 하자. 나도 회사나 밖에서 이런 식의 대화를 펼치는 사람을 만나면 조금 멀리하게 된다. 누구나 그렇듯이 말이다.
끝으로 AI가 발전하면서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는데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 안전지대라 불리던 의사나 변호사와 같은 전문 직종이 오히려 더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보도도 있고, 출처도 확인하지 않고 발표를 하다가 최근에 무더기로 적발된 회계법인의 사례도 이슈가 되었다. 반면 소설과 영화와 같은 창작물은 오히려 AI가 여전히 당분간은 쉽게 따라오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 책은 후자를 지지하는 입장인듯하다. 참고로 나 역시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주장에 어느 정도 공감대를 보내며 리뷰를 마칠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