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괴담
온다 리쿠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림원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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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다 리쿠의 신작이 나왔다. 제목은 <커피 괴담>. 내 기억이 맞는다면 <굽이치는 강가에서>와 <밤의 피크닉>으로 그녀의 작품을 처음 접한 걸로 기억하는데 섬세하고 은밀하기까지 한 배경과 감정이 묘사가 인상적이었다. 국내에도 많은 팬이 있으며, 몇 년 전에 출간된 <벌꿀과 천둥>으로도 다시 한번 큰 화제가 된 적도 있다.

맛있는 커피는 밖에서 마신다는 온다 리쿠의 생각은 코로나19로 인해 - 다른 사람들처럼 - 일상의 큰 변화와 마주하게 된다. 최근에 다시 맛있는 카페를 찾아다니며 원두를 구매하고 그곳에서의 이야기를 듣고 떠올리고 글감을 구한다고 하는데 이번 도서는 여기서 연장된 조금은 으스스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고 보면 되겠다. 마치 어릴 적 세평 정도 될까 말까 한 친구네 집에 우르르 모여 누군가가 무서운 이야기를 꺼내면 다들 흥미롭게 듣던 그런 분위기 말이다. 이제 그런 기억들은 군대 야간근무 때나 하숙집에서 사람들과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눌 때 그리고 어쩌다 한번 친구들과 모여 예전 이야기를 꺼내다가 등장하는 정도이지만 이렇게 책으로 접하게 되니 감회가 새롭기도 하다.

이 책에서는 총 여섯 개의 단락으로 나뉘어 이야기가 전개된다. 의사, 검사, 작곡가 그리고 프로듀서로 한창 활동하고 있는 중년이 네 남자가 들려주는 괴담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실 이야기 자체가 무섭다기보다는 괴담이 기본적으로 가지는 플롯, 즉 배경과 소품 그리고 문체 등에서 느껴지는 으스스 한 빌드업이 눈에 들어온 책이다. 그리고 괴담을 소재로 중년의 남자들이 나누는 이야기의 전개 상황 자체를 다루고 있다는 느낌이랄까. 또 이제는 이들의 대화가 사회 주류가 아닌 조금은 밀려난 무언가처럼 느껴지는 감정을 받기도 했다.

괴담 자체보다는 괴담을 소재로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려낸 소설이 더 맞는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심야 괴담회와 같은 이야기를 생각한 독자라면 조금은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온다 리쿠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오랜만에 만나보는 그녀의 작품에 반가움이 더 앞설 듯하다. 생각해 보면 우리가 술자리에서 잡담을 나누고 친구들과 옹기종기 모여 무서운 이야기를 나누던 시간들이 콘텐츠에 의미가 있지는 않았다. 그냥 그때의 분위기 그리고 같이한 사람들과의 시간과 장면들이 더 기억에 남았을 터. 이 책 역시 커피와 괴담을 소재로 그런 기억들을 되살려주려던 게 아닐까란 생각을 해보며 리뷰를 마칠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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