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파스칼의 팡세
블레즈 파스칼 지음, 강현규 엮음, 이선미 옮김 / 메이트북스 / 2025년 7월
평점 :
4일간의 연휴. 오랜만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말 그대로 쉼을 즐길 생각이다. 영화는 넷플릭스 <채털리 부인의 연인>과 이미 여러 번 본 <버드맨> 그리고 90년대에서 2000년 초반에 개봉한 우리나라 영화 중에서 한편 정도를 보기로 한다. 도서는 에리히 프롬의 사상집과 SKEPTIC 23호 정도. 많이 돌아다니지는 않을 것이므로 간단히 셔츠 하나와 베스트 그리고 티셔츠 한두 개 정도만 챙기는 것으로.
나 혼자 산다를 보다가 잠들기 전에 잠시 파스칼의 팡세를 읽었다. 메이트 북스에서 펴낸 철학 사상 시리즈 스물네 번째 편이다.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라고 배웠고 또 그렇게 시험에도 많이 나왔던 분인지라 잘 안다고 생각하면서도 실제로 그분의 텍스트나 사상에 대해서는 깊게 들어가 보지는 못했던 것 같다. 마치 미디어 속 수박 겉 핥기에만 익숙해진 요즘의 모습 그리도 더 나아가 미디어에 자주 뜨지 않으면 아예 진실이 뭔지도 모르는 지금의 세태와도 닮아있는 건 아닌가란 생각도 잠시 했다.
인간은 위대하지만 또 그만큼의 나약함과 어리석음도 함께한다고 한다. 무언가를 하되 또 무언가는 절대 하지 말 것이며, 행복함을 향해가되 또 그만큼의 고통과 어려움도 함께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일부 비밀 결사조직 -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클럽 아레스에서는 서로의 범죄를 공유하는 것으로 이를 대신하는 것처럼 보인다 - 은 추악한 치부를 서로 공유(?) 하면서 그들의 결속(?)을 공고히 하는 것으로 고통을 겪음을 대신한다. 하지만 어떤 이들은 스스로 고통을 겪고 또 어려운 길을 택함으로써 내적인 무언가를 단단히 하는 것처럼 보인다.
파스칼은 팡세에서 가장 중요한 건 바로 우리 자신의 내면에 대해 깊이 이해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생각을 하고 아니 더 깊게 해보면서 나아가야 한다고 말이다. 믿음 역시 중요하다. 신성에 대한 조언도 인상 깊은데 겸손함과 통찰력 그리고 습관의 중요성을 언급하면서 한발 한발 내디뎌야 한다고 말한다.
끝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사람은 하나의 극단에 있을 때 위대함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두 극단에 동시에 접하고 그 둘 사이를 가득 채움으로써 위대함을 잘 보여준다'는 말로 리뷰를 마무리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