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나무, 손수건, 그리고 작은 모자가 있는 숲 열다
로베르트 발저 지음, 자비네 아이켄로트 외 엮음, 박종대 옮김 / 열림원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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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디한 제목이다. 요즘 MZ스러운 타이틀로 딱 어울리는 카페나 독립 서점 그리고 소품 숍 상호로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커피는 에스프레소나 카푸치노 그리고 구비된 책들은 유해하지 않은 그래픽 노블이나 소설, 에세이들로 채워진 그런 공간. 주인이나 종업원이라면 과하지 않은 색깔에 - 절대 짙은 청색 데님은 안된다 - 오버롤이 어울릴 것 같고.

가스레인지 주변을 간단히 정리하고 - 서랍과 펜트리로 다 밀어 넣었다 - 드라이플라워와 작은 소품 하나를 올려두었다. 그리고 운동하러 가기 전에 로베르트 발저의 <전나무, 손수건, 그리고 작은 모자가 있는 숲>의 리뷰를 쓰고자 한다.

저자는 로베르트 발저는 스위스 문학 작가로, 이 책은 그의 산문과 시 그리고 단편들 중에서 숲을 소재로 쓴 문구들을 새로이 엮어 만든 선집이다. 읽어보면 알겠지만 마치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을 떠올리게 하는데, 설명하거나 무언가를 가르치려 하기보다는 그냥 그가 느낀 감정들을 옆에서 듣고 볼 수 있게 서술한 느낌이라 전혀 부담스럽지 않게 다가옴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독일 지역에 관심이 있다면 울창한 숲에 대한 이미지나 글귀를 한 번쯤을 읽어보았을 듯한데 그 이미지를 글로 제대로 느낄 수 있을 듯하다. 다만 나에게는 독일의 흑림의 이미지가 더 강해서 이 책과는 조금은 상반된 그런 느낌도 조금 있었다.

안분자족, 서로에 대한 옅은 연대와 관계 속에서의 채워짐 그리고 소소한 행복감과 무덥지 않은 선선한 햇살과도 같은 느낌으로 다가왔는데, 도덕적 관념과 이상의 극단화로 치닫고 있는 미디어 속에서 잠시나마 벗어난 것 같아 좋았다. 최근의 날씨마저 폭염과 폭우가 번갈아 내리고 있어서 책 속의 풍경마저 아름다워 보였고.

괴팍하고 암울한 환경이 편안하고 차분한 환경으로 대체될 수가 없는 순간들이 반복된다면 내면의 여유로움과 충만감으로 외부와 내부의 간격을 중화시키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다면 이 책이 그런 혜안의 좋은 가이드라인이 되리라 생각하며 리뷰를 마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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