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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행복 - 버지니아 울프와 함께 정원을 걷다 ㅣ 열다
버지니아 울프 지음, 모명숙 옮김 / 열림원 / 2025년 5월
평점 :
오랜만에 10km를 완주했다. 매일 회사에서 아침에 트레드밀로 짧게 뛰었는데, 오랜만에 밖에서 뛰어본 듯하다. 기분도 좋았고, 몸도 개운해진 듯하다. 10월에 회사 동호회에서 나주 MBN 마라톤 대회에 단체 참석하는데 그때까지 조금씩 기록을 올려봐야겠다.
어젯밤에 EBS 토요명화 아니 세계의 명화를 보다가 늦게 잠이 들었다. 90년대 또는 2000년대 영화가 명화로 방송되는 걸 보니 정말 시간이 많이 지나갔음을 실감하는 요즘이다. 오늘 아침에는 빨래를 하고 간단히 집 청소를 하고 설거지도 했다. 빈 박스와 비닐들도 정리해서 이따 나가는 길에 버리는 걸로 하고. 이 러닝 강의를 마저 듣고 별로 중요해 보이지 않은 것들도 대략 마무리하니 어느덧 점심시간이다. 새로 받은 버지니아 울프의 '모두의 행복'이라는 산문집을 조금 읽다가 밥을 챙겨 먹고 밖에 나가보기로 한다.
일상의 순간에서 느낀 사유의 기록을 읽어보는 건 꽤나 재미난 일이다. 찰나의 순간에서 느낌 감정들을 이렇게 잘 다듬어진 글로 읽어보는 건 마치 정지된 시간을 천천히 음미해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경험의 많음보다 잠깐의 경험이라도 얼마나 깊게 그리고 그 주변으로 들어가 보고 넓혀보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버지니아의 글들은 이런 생각과 궤를 같이하는 것만 같아서 항상 좋다고 생각하고 있다.
직접 가본 적은 없지만 영국 남부의 정겨운 풍경이 글을 읽으면서 머릿속에 아른거린다. 나는 글을 읽으면서 내 기억 속에 머물던 평일 오후의 햇살과 여행지에서의 추억들 그리고 영화 속의 한 장면을 떠올려보기도 했다. 그녀의 생각들이 마치 내 생각인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이다.
차를 마시고 이른 아침과 나른한 오후 한때의 여유를 즐기는 모습은 평화로와 보인다.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 기다린 시간들일지도 모르겠다. 번역가의 의도인지는 모르겠으나 완벽한 오후라는 표현이 눈에 들어온다. 다른 문장 속에서도 완벽한 한때의 무언가가 자주 등장한다. 찰나의 완벽한 순간들이 모여 - 행복하게 기억되는 - 삶을 이루는 것일까? 버지니아의 삶이 어떠했는지를 온전히 이해하긴 어렵지만 그녀는 잠시나마 완전히 행복했던 순간들을 글 속에 담아낸 것 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