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쿠타가와 류노스케×청춘 청춘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지음, 최고은 옮김 / 북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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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타가와 류노스케(芥川 龍之介)는 일본 다이쇼 시대를 대표하는 작가로 1892년에 도쿄에서 태어나 파란만장한 삶을 살다가, 1927년에 자살로 짧은 생을 마감하였다. 그의 작품세계는 예술지상주의와 합리주의로 대표되며, 아시아권의 고전 설화를 기반으로 하여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각색한 작품들을 많이 썼다고 한다. 대표작으로는 <라쇼몬>, <코>, <지옥변>, <톱니바퀴> 등이 있는데, <라쇼몬>의 경우에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으로도 출간(나도 최근에 구매한 책이다) 되었으며, <톱니바퀴>의 경우에는 이번에 교보문고(북다)에서 출간된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X 청춘> 단편집에 수록되어 있다.

이번 단편집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그의 소설들은 단편소설보다는 엽편소설에 더 가깝다고 한다. 엽편소설이란 프랑스어로 꽁트라고도 불리는데, 굉장히 짧은 원고지 이삼백 매 정도의 분량이라고 한다. 많은 교과서에도 실려 있고, 나 역시 언제가 읽은 것으로 추정되는, 이번 작품집에도 실려있는 <귤>이 그 대표적 사례가 아닐까 한다. 참고로 처음 글을 쓰거나, 제대로 된 소설을 - 자신의 삶과 철학 등을 농축시켜서 말이다 - 써보고자 한다면 엽편소설을 목표로 글을 써보는 것도 좋다고 한다.

아쿠타가와는 어려서 부모님으로부터 버려진 - 사연이 있다고는 하나... - 채로 자라났고, 그의 생모가 정신병(발광)으로 고통받는 모습을 그대로 볼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병약했으며, 신경 쇠약으로도 고통받았다고 하는데 이런 환경 속에서도 수많은 작품들을 썼다고 한다. 이번 작품집에서는 그의 단편소설들 중에서도 청춘과 연결될 수 있는 열두 개의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많이 언급되는 <짝사랑>, <귤>, <톱니바퀴> 그리고 <어느 바보의 일생>이 눈에 들어온다.

1917년에 출간된 <짝사랑>은 실제 경험담일지도 모르겠으나, 친구가 짝사랑했던 술시중 하는 여성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다시 전달하는 뭐 그런 내용이다. 그녀 역시 누군가를 짝사랑했는데 그리 유명하지는 않은 한 배우를 좋아했더라는 내용. 주인공은 그녀가 실제로는 그날같이 술집에 있었던 누군가를 좋아하고는 그 맘을 다른 누군가(허구로 만들어낸 내용일지도 모르지만..)로 표현한 게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

<귤>은 우리나라 근현대문학이나, 70년대 전후 시골에서 상경했던 우리 부모님 세대를 떠올리게 하는데, 잠시 일었던 감정의 변화들이, 짧은 글 속에서, 따스하게 잘 전달되는 작품이다. 역자 역시 이 글은 지금도 유명해서 많은 교과서에도 실릴 뿐만 아니라, 여전히 연구되고 있는 글이라고 한다.

이 단편집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두 작품 <톱니바퀴>와 <어느 바보의 일생>은 그가 자살하기 직전의 감정들과 인간과 삶을 바라보는 그의 생각이 잘 드러나 있는데, 사람들의 불안감과 우울한 정서 들을 엿볼 수 있던 글들이었다. 아쿠타가와의 일생에 대해 궁금한 점이 많거나, 그의 작품들을 관통했던 무언가에 대해 궁금한 독자들이라면 이 두 개의 글들이 어느 정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란 생각도 든다.

그가 살았던 1800년대 말부터 1900년대 초는 일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그리고 전 세계가 급격히 변해가던 시기였고, 어떻게 말하면 미쳐있던 시기이기도 했다.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조선 왕조가 몰락했으며, 수많은 사람들이 원래 살던 영토를 잃었고, 여기저기로 떠돌아다닐 수밖에 없던 시절. 아쿠타가와 역시 관동대지진 당시 자경단에 참여했다가, 수많은 일본인들이 조선인을 학살하는 장면을 보고는 그 즉시 활동을 그만두고 평생 그 일을 후회했다고 한다. 일본의 지식인으로서 마주하게 된 현실의 도피처로서 예술지상주의가 어쩌면 그가 내린 해답이 아니었을까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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