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네시아, 나의 푸른 영혼 - 세계일주 단독 항해기
알랭 제르보 지음, 정진국 옮김 / 파람북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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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세우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영웅이다. 그는 트로이 전쟁에서 목마를 이용해 전쟁을 승리로 이끈 인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또 호메로스의 서사시인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를 통해서도 많은 사람들이 들어보았을 것이다. 여기에서 오디세우스는 자신의 왕국 이타카로 돌아오면서 험난한 모험의 과정을 거치는데, 그리스 신화의 마지막 영웅이라고도 불린다.

여기 20세기 오디세우스라고 불리는 또 다른 남자가 있다. 전투기 조종사이자, 테니스 대회 우승자이기도 한 알랭 제르보라는 프랑스인이다. 무엇보다도 그는 유럽인 최초로 작은 돛배만으로 세계 일주를 한 남자다. 책에서도 그 스스로 밝히지만 단독 항해란 쉬운 게 아니다. 폭풍우와 파도가 넘치는 바닷가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두려움에 떤다. 어디 그뿐이랴. 날이 좋은 망망대해는 기분 좋은 느낌일 듯하지만 실은 엄청난 고독과 외로움을 선사하기도 한다. 게다가 보이지 않는 바닷속의 무서움과 맑은 날씨 뒤로 다가올 험난한 여정의 두려움까지...

그가 쓴 <폴리네시아, 나의 푸른 영혼>은 이런 그의 경험이 잘 녹아있는 작품이다. 그리고 그런 두려움과 외로움을 극복하고 만난 사람들과 지나간 섬들에 대한 애정 어린 그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 상어가 따라오고, 폭풍우와 암초에 의해 배가 좌초당할 뻔한 이야기들을 그는 정말 담담하게 풀어내고 있다. (솔직히 말해서 책장을 덮고, 잠시 그 장면을 상상하면...)

새로운 곳에서의 경험은 사람에게 특별한 감정을 선사한다. 무엇보다 새로운 곳에서 만난 낯선 사람들의 무조건적인 호의는 감사한 선물로 다가온다. 폴리네시아 사람들이 알랭 제르보에게 보여준 것들이 바로 이런 게 아니었을까. 자신들도 그렇게 부유하지 않지만, 새로운 곳을 방문한 여행자에게는 먹을 것과 안락함의 배려를 보여주었고, 고장 난 배 수리까지 선심 성의껏 도와준다. 물론 알랭 제르보의 말처럼 모두가 다 그러지는 않았기에, 더욱더 폴리네시아가 마음에 와닿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책장을 덮으면서 배타적이고 폐쇄적인 집단일수록 자신들을 더욱 어둡게 만들고 있는 건 아닐까란 생각을 해 보았다. 또 언제나 드는 생각이지만 어서 코로나19가 끝나 다시 세계 여러 곳으로 여행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페로제도, 퀴라소에 이어 폴리네시아도 언젠가 가봐야 할 여행지로 체크해 두면서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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