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잘한다는 것 - 자신만의 감각으로 일하며 탁월한 성과를 올리는 사람들
야마구치 슈 외 지음, 김윤경 옮김 / 리더스북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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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코로나19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되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 자유로웠던 해외여행, 마스크를 쓰지 않고 사람의 얼굴을 보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일상들, 그리고 인원수의 제한 없이 마음 편히 사용했던 카페, 사우나, 찜질방 등. 무엇보다 아이들의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시간을 차지하는 학교에서의 생활과 추억들도 다시 쌓아나갈 수 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 같다. 해외여행이 절차는 코로나19 확진 여부 판단이나 자가 격리 강화 등으로 더 복잡해질 것 같고, 의무 사항은 아니더라도 미세먼지와 호흡기 질환 등으로 인해 마스크 착용도 일상화될 듯하다. 의료 기술과 보건 환경은 예전보다 훨씬 나아졌음에도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사람들의 불안함 때문에 앞으로는 해당 시설에 대한 사용 빈도도 많이 줄어들 것 같다. 무엇보다도 온라인을 활용한 재택 교육과 전면적이지는 않더라도 주 4일 제 도입 등과 맞물려 재택근무 역시 확산되리라 예상된다. 하나 더 예상해본다면 원룸과 같은 1인용 가구가 사는 공간에 있어서 발코니나 테라스의 여부가 많이 중요해질 것 같다. 실내 생활이 늘어나고, 예전처럼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환경(물리적 및 심리적 둘 다)이 줄어들고 있으므로, 간단히 파티를 열거나 여유로운 햇살과 맑은 공기를 마시며 즐길 수 있는 집안의 작은 공간이 있는 것만으로도 삶의 질이 훨씬 업그레이드된다고 느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설 연휴 남는 시간 동안에 일본의 경영 및 전략 분야 구루이신 야마구치 슈와 구스노키 겐이 지은 <일을 잘한다는 것>이라는 책을 읽었다. 이 책 역시 출간 소식을 듣고 구매해야겠다고 마음먹었던 책이었는데, 운 좋게도 카페에서 이벤트 도서로 올라왔길래 잽싸게 신청해서 받아본 책이다! 언택트 사회로 변환하고 있는 지금, 오프라인의 온라인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이때, 직장인들에게 정말 필요한 능력은 바로 기술(skill)이 아닌 감각(sense)이라고 말하며, 일하는 감각을 개발하지 못한다면 결국에는 도태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나 역시 공감하는 말이지만, 이제 대부분의 기술은 컴퓨터나 모바일 기기를 통해 누구나 찾아볼 수 있다. 또 네트워크만 갖춰졌다면 필요한 정보와 기술을 물어보고 배울 수 있다. 특히 최근에는 대부분의 내용들을 복사해서 붙여 넣는데 익숙해졌거나, 이 방법으로만 교육을 배운 경우가 많기 때문에 결과물은 차치하더라도 그 과정에 이르는 사고의 질이 엄청 낮아졌다고 한다. 내가 처음 회사에 들어올 때만 해도, 이거 하나 해봐라고 하면 눈치껏 알아서 고민하고 익힌 것들을, 지금은 그냥 매뉴얼처럼 보고 따라 하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결국 가장 중요한 자신만의 노하우나 일하는 감각, 센스를 익히지 못하게 된다. (참고로 여기서 센스란 남녀 간의 텔라파시와 같은 눈치나, 상사의 말에 네네 거리는 예스맨 따위를 말하는 게 아니다! 가끔은 일하는 센스를 이런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정말 안타깝기 그지없다! 하긴 회사 선후배 사이의 관계를 남사친과 여사친 수준으로 생각하면서 센스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 일부 - 있으니 뭐...)

취미란 나 자신을 위해 하는 행위지만, 일이란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를 위해 하는 행위를 말한다. 따라서 일을 잘한다라는 말은 이 사람이라면 안심하고 일을 맡길 수 있다거나, 이 사람이라면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는 믿음을 주는 걸 의미한다. 그냥 간단하게 이 사람하고 같이 일하면 맘이 놓인다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이때 중요한 포인트가 바로 일과 작업의 구분이다. 기계적으로 작업은 잘하는 사람들은 꽤 있을지 몰라도, 고객이나 동료들에게 맘 편하게 해줄 수 있는 '일을 잘하는' 직원은 얼마 없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일하는 기술은 있을지 몰라도 일하는 감각이 없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

기술, 과학, 분석만큼 중요한 요소가 바로 감각, 예술, 직관이다. 저자들은 이를 말하면서 인간력의 중요성을 언급하는데 바로 인간적인 감성, 다정함, 온정과 같은 인간 됨됨이가 더 중요해졌다고 말한다. 만약 당신이 작업과 기술에만 소질이 있다면 결국에는 쓸모없는 일만 하게 될 수 있다. 만약 당신이 영감이나 감각, 직관을 기른다면 업무 성과는 더 나아질 것이고, 업의 본질에 더 가까워질 것이고.

청결하다고 해서 깔끔한 인상을 주지는 않는 것처럼, 감각은 없는데 부지런하게 의욕을 부리는 유형이 조직에서는 제일 위험하다고 한다. 여기에 기술이나 작업 능력만 좋다면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전체를 보지 못하고, 감각이 떨어지니 결국에는 기술로만 무장해서, 덜 중요한 일이나 마이너 한 요소만 찾아 일의 본질을 흐리게 되는 것이다. 저자도 강조하지만 일을 잘하는 사람들은 일단 업무 프로세스를 꿰고, 리스트 업을 잘하고, 우선순위를 정하는데 능숙하다. 이를 타이밍 캐치나 시퀀스, 즉 순서의 예술이라고 말하는데, 일을 잘하는 전략의 출발점인 셈이다. 또 감각에 서열을 매기는 사람들도 있는데, 저자는 그 자체가 이미 스스로 감각이 없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꼴밖에 안된다고 말한다. 넌 그걸 좋아하는구나, 난 이걸 좋아하는 데로 끝날 일일뿐이라는 거다.

끝으로 이렇게 일 잘하는 감각을 기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저자는 입사 1년 차에게는 매일 인사하는 습관을 갖고, 상대방의 말에는 '네'라고 먼저 말하는 버릇을 가지라고 조언한다. (이때 왜 인사를 강요하냐고 딴죽을 거는 일부 젊은 꼰대가 있다면 그냥 이 책과 이 리뷰를 읽지 않으면 된다! 정말로 말이다!) 다음은 주변에 일 잘하는 사람을, 아니면 배우고 싶은 장점을 갖고 있는 선배를 잘 관찰해서 따라 하라고 말이다. 마지막으로 고객의 관점에서, 상대방을 생각하며 문제를 고민하면 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중요한 건 결국 감각, 센스다. 그리고 이는 절대로 선천적인 요소가 아니라 얼마든지 노력과 배움에 의해 개발할 수 있는 요소임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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