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0 - 소유의 문법
최윤 외 지음 / 생각정거장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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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어를 공부하면서 알게 된, 아니 느낀 점이 하나 있다. 바로 표현이 다채롭다는 점. 좀 더 공손하게 말할 때 사용되는 어휘의 존재와 조금 더 강하게 말하거나 부드럽게 말할 때 붙는 접미사의 사용이 그렇고, 식사의 종류별로 다양한 동사가 존재한다거나, 시제 표현에 있어 좀 더 세밀하게 들어간다는 점도 그렇다. 예전에 회사에서 스페인어 수업을 들을 때, 스페인어는 동사 변화를 공부하면서 다들 포기한다고 말씀해 주셨던 게 문득 떠오르는데, 지금 배우고 있는 스페인어 선생님도 - 오늘 - 바로 이런 부분에 대해서 유럽권의 문화적 특성과 함께 이야기해 주셨다. 여러모로 일리가 있는 말이다. 언어를 배운다는 게 사실 그 나라의 문화와 역사를 간접적으로 습득하는 과정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미묘한 차이를 캐치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에 미술품 두 개를 구매했다. 하나는 이영학 작가님의 새 시리즈인데, 못이나 호미와 같이 시골에서 쓰는 농기구들을 가지고 다양한 모양의 새를 형상화했다고 한다. 일상의 사소한 것들도 자유롭게 날아갈 수 있음을 유선형의 조각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는데, 나는 그중에서 21번 작품을 운 좋게 얻을 수 있었다. 친근하면서도 평범한 보통의 무언가로부터 가능성과 기대감, 그리고 자유로움과 비상의 메시지를 던지는 작품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또 다른 하나는 권수현 작가님의 <Paradise>. 작가님의 시그니처 패턴으로 여유롭게 배경을 채우면서, 또 다른 시그니처인 코끼리 그림으로 이상향과 행복, 그리고 삶에 대한 감사해하는 마음을 잘 표현하고 있는 것 같다. 아래위로 그려진 해와 달의 대치도 인상적이고. 서울옥션에서 벽에 설치하는 것까지 도와주신다고 했는데, 어서 작품이 도착하길 기다리고 있다 :)

근사한 미술품이 내 방안에 자리를 잡았다는 건 꽤나 멋진 일이다. 숲과 강이 어우러진 멋진 동네나, 근처에 산책할 수 있는 공원이 있고, 블라인드를 걷었을 때 예쁜 조망을 볼 수 있는 것도 어쩌면 아름다움이나 미술과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를 소유하고픈 마음과 욕심들이 바로 탐미주의의 또 다른 모습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제21회 이효석 문학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 최윤 님이 지은 - <소유의 문법>속에 등장하는 일련의 사건들도 어쩌면 사람들의 아름다움에 대한 집착, 소유의 욕망에 기인한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대학교 은사님 덕분에 서울 근교의 아름다운 계곡에 위치한 펜션과 같은 집에서 동아 가족이 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 짧은 이야기는 햇살이 내려오는 아름다운 전망마저 소유하려고 하는 사람들의 욕심이 이야기 밑에 놓여 있다. 그리고 격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쉽게 마주하기 힘든 자연의 아름다움을 접할 때마다 느껴지는 미묘한 긴장감이 서로 대조를 이루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사실 동아 가족에게 이런 아름다운 풍경은 사치일 수밖에 없다. 남들과 다른 정서적 장애를 갖고 있는 동아 때문에 주인공과 아내는 일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에 반해, 이미 이 계곡에 터를 잡고 있는 사람들은 - 무슨 사연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 호시탐탐 은사님의 집을 노리려 한다. 자본주의적으로 말해서 전세로 살고 있는 동아 가족에게 소유권이란 아무 의미가 없지만, 주민들의 욕심으로 인한 긴장감이 일상의 균열을 가져오고 있기에 남일처럼 넘어갈 순 없었다. 은근한 따돌림과 뒤에서 자행되는 괴롭힘이 서서히 동아 가족의 삶에 가시를 찌르듯이 하나 둘 다가오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밤, 무언가를 느낀 것처럼 동아가 절박한 고함을 내뱉기 시작한다. 어쩔 수 없이 짐을 챙겨 동네 밖으로 내려오던 중 갑작스러운 게릴라성 폭우가 온 동네를 쓸어버리고 만다...

고독과 미에 대한 무지와 욕망과 질투가 뒤섞여 빚어낸 '소유의 불행한 문법'에 대해 주인공은, 아니 저자는 <소유의 문법>이라는 짧은 글로 써 내려간다. 문학과 평론이라는 분야에 있어 초짜인 나에게는 '역시 문학상을 받은 작품이라 그런지 어휘와 문장이 다르구나'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어쩌면 조금 무겁게 느껴진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함께 곁들어진 작품론은 그 무거움을 좀 더 배가시켰고, 곧이어 등장하는 인터뷰로 그 무게를 조금 덜 수 있었다. 조금 더 보태자면 인터뷰를 통해서 작가가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지, 그리고 글의 어느 지점에서 힘을 실었는지를 대략이나마 유추할 수 있었다. 그리고 확실한 건 언제나 소설은 결국 읽는 자의 몫이라는 것도 말이다. 내일은 날이 좋다면 산에 올라가야겠다. 아름다움을 소유하는 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몸으로 느끼는 건 온전히 소유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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