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본주의의 역사
앨런 그린스펀.에이드리언 울드리지 지음, 김태훈 옮김, 장경덕 감수 / 세종(세종서적)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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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달리던 버스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아니 그전에 연기가 객실을 뒤덮기 시작했다. 에어팟으로 음악을 듣다가, 타는 냄새가 난다 싶었는데, 그때 동시에 여러 사람들이 연기가 난다고 소리쳤다. 고개를 돌려 뒷좌석을 보니 퀴퀴한 냄새와 함께 뿌연 연기가 뒷좌석부터 채워오고 있었다. 버스 기사님이 속도를 서서히 줄이기 시작했다. 뒤에서 오던 차들이 경적을 울려댔다. 한 아주머니가 창문을 열더니 뒤에서 불이 난다고 소리쳤다. 그 순간 다들 당황했던 것 같다. 기사님도 그제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신 듯 고속도로 길가에 차를 세우셨고, 모두들 다급하게 버스에서 내렸다. 길가에서 버스 뒤편을 향해 바라보니 정말로 연기가 치솟고 있었다. 버스 아래를 보니 꺼먼 연기와 함께 붉은 불길이 보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펑펑 터지는 소리와 함께 버스가 정말로 불에 타고 있었다.

2. 다행히도 기사님을 포함한 13명의 사람들은 모두 무사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사태를 늦게 인지했다거나, 버스문이 열리지 않기라도 했다면 정말 위험했을 수도 있었다. TV에서만 보던 일이 나에게 직접 발생한 거라 조금 충격적이기도 했다. 고속도로에 서 있었음에도 유독한 연기 냄새가 주변을 가득 채운 듯했다. 만약 차 안이었다면... 정말 아찔한 순간이었다. 밖에서 다른 승객들과 함께 대차가 오기를 기다렸다. 양방향 차선이 정체되고 있었다. 반대편은 왜 정체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랬다. 날씨가 조금 쌀쌀한 것 같다. 발을 조금씩 움직이며, 조금 더 기다렸다. 승객들을 대신 태울 버스는 6시쯤 도착했다. 부산에 도착하니 약 9시 정도. 그래도 그렇게 늦진 않았다.

3. 토요일 아침에는 수영역 스타벅스에서 책을 읽었다. 책 제목은 <미국 자본주의의 역사>인데, 앨런 그린스펀과 에이드리언 올드리치가 함께 지은 미국 경제사 도서다. 첫 장을 펼친 건 며칠 되었지만, 이런저런 일들 때문에 다 읽지는 못한 상태. 원래대로라면 - 최근에 다시 본 <인턴>이란 영화 속 로버트 드 니로의 모습이 유난히 인상 깊어 - 오늘 아침엔 나도 일찍 카페에서 책을 읽기로 했지만, 영화 속 주인공의 시간에는 딱 맞추지는 못했다. 그래도 뭐 카페엔 내려왔다. 다음엔 더 일찍 내려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새로 나온 메뉴를 주문하고, 남은 부분은 카페에서 마저 다 읽어보기로 한다.

4. 미국은 여전히 강대국이다. 세계 대공황과 베트남 전쟁. 모기지론 금융위기와 코로나19사태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경제력과 군사력은 여전히 막강하다. 중국의 수많은 부호들이 자녀를 미국에 유학 보내고, 만일을 대비해 미국에 땅을 사두었다는 기사는 많아도, 미국의 부호들이 그랬다는 기사는 본 적이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J.P. 모건과 카네기, 록펠러와 밴더빌트가 활약한 거인들의 시대부터 구글과 아마존, 페이스북, 넷플릭스가 지배하는 현재까지도 미국의 수많은 기업들이 세계를 지배(?) 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5. 저자들은 이러한 미국 경제력의 핵심을 창조적 파괴에 있다고 본다. 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미국 경제사의 핵심은 결국 지속적인 진보와 창조의 과정이었다.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항상 위기를 겪었지만, 결국에는 이를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갔기 때문이다. 찰스 디킨스가 극찬한 미국의 특허법 제정(1790년)과 특허청 설립(1836년). 전국적인 철도망과 도로망의 개설. 독립전쟁부터 스페인 전쟁, 세계 1차 대전과 2차대전 등 각종 전쟁에서의 승리. 노예제 폐지와 여성의 참정권 부여 등 선진적인 사회제도 마련 등 분야별로 나열하면 끝도 없이 이어진다.

6. 현대에 와서도 미국의 경쟁력은 여전하다. 저자들은 미국의 역동성이 조금씩 쇠퇴하고 있다고 걱정하지만, 세계 3대 기술기업(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은 모두 미국 회사다. ETF와 MBS는 모두 미국에서 만들어졌고, 여전히 세계 금융의 주도권을 쥐고 있다. 또 세계 20개 대학 중 15개가 미국에 있고, 세계 창업 투자 자본의 60퍼센트 이상이 미국에 자리 잡고 있다. 무엇보다도 인공지능과 로봇공학, 무인자동차 등 각종 미래산업도 선도하고 있다. 트럼프의 등장을 그다지 긍정적으로 보지 않는 뉘앙스지만, 미국의 정치체계 또한 세계적 수준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7. 감수자인 장경덕 님은 이 책이 독자들에게 생생한 지적 탐사의 즐거움과 함께 현실 문제를 풀 수 있는 통찰력을 선사할 것이라고 말한다. 역사란 과거를 되돌아보는 거울이고, 미래를 내다보는 망원경이기에,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각자 원하는 무언가를 얻어 갈 수 있을 거라고 말이다. 방대한 두께였지만, 역사와 경제사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결코 지겹지 않은 시간이었다. 저자의 말처럼 앞으로 미국 경제가 어떻게 될지를 지켜보는 것도 무척이나 흥미로울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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