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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로 읽는다 한눈에 꿰뚫는 중동과 이슬람 상식도감 ㅣ 지도로 읽는다
미야자키 마사카쓰 지음, 안혜은 옮김 / 이다미디어 / 2020년 3월
평점 :
1. 오늘도 날씨가 좋았다. 바람도 적당했고, 햇살도 봄을 닮은 마냥 따사로웠다. 빛가람동과 송월동을 오가는 길가에는 하얀 배꽃이 예쁘게 수를 놓았고, 저 멀리 금성산 자락에도 연분홍빛 벚꽃이 듬성듬성 자리 잡고 있다. 환기를 하려고 내려다본 1층 주차장 앞 정원에도 벚꽃이 보인다. 이제 막 일 년이 지난 아파트라, 풍성하진 않지만 몇 년이 더 지나면 꽤나 근사해질 듯싶다. 조금 더 자라면 달빛마을이란 이름에 걸맞은 그림이 봄마다 연출될 것만 같다.
2. 다음 주 아침마다 마실 우유와 오늘 저녁에 먹을 시금치를 산 뒤에, 집으로 돌아왔다. 이제 시간은 오후 5시를 넘어가고 있지만, 서재 밖 풍경은 밝고 따스하기만 하다. 방금 전까지 읽었던 책을 덮고 나서 알게 된 사실이다. 봄날이 길어지고, 하루를 더 보낼 수 있을 것만 같아 조금 기분이 좋아진다. 내일이 출근해야 할 월요일이라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저녁은 조금 더 늦게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직 햇살이 서재를 비추고 있기 때문이다.
3. 지도로 보는 '중동과 이슬람 상식 도감'이란 책을 읽었다. 세계사의 변방으로 취급받은 오천 년 중동의 역사를 다루고 있는 책인데, 지도와 함께 중동의 오랜 시간을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는 책이다. 사실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 인더스 문명뿐만 아니라, 더 조명이 필요한 유라시아 대륙의 초고대 문명. 그리고 세계사의 중심에 서 있던 훈족과 몽골족, 이슬람 제국, 티무르 제국, 무굴 제국, 오스만튀르크 제국을 이야기하면 세계사의 변방이 아닌 수천 년간 세계의 중심이었던 중동을 이해하는데 꼭 필요한 책이라고 말하는 게 맞을 듯싶다. 심지어 지금도 오일 머니의 위상과 사우디, UAE 등의 경제적 지위를 논하면, 세계 무대에서 꼭 빠질 수 없는 지역이므로.
4. 중동의 3대 민족은 이란인, 아랍인, 그리고 투르크인이라고 한다. 이들은 기원전 6세기와 기원후 7세기, 그리고 11세기부터 19세기 후반에 이르는 시기에 각각 중동을 중심으로 3개 대륙의 주인공 역할을 수행했다. 중동의 역사 시대를 구분하는 것도 의미가 있는데, 저자는 이를 6개로 나눠서 설명하고 있다. 첫 번째는 이집트 문명과 메소포타미아 문명 시대인데, 기원전 3000년부터 기원전 550년까지를 포함하고 있다. 두 번째는 페르시아 제국으로 유명한 이란인의 패권 시대인데, 기원전 550년부터 기원후 651년까지를 말한다. 세 번째는 이슬람교도, 즉 아랍인의 패권 시대로 632년부터 11세기까지를 말하며, 네 번째 투르크인의 패권 시대는 11세기부터 19세기 말까지로 보고 있다. 그 이후는 유럽의 식민 지배 시대를 거쳐, 현재의 불안정한 정치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고.
5. 책을 보면 알겠지만, 우리가 중동이라 부르는 지역을 이슬람 세계권으로 확장해 본다면 그 영향력이 미치는 지역은 어마어마하다. 아프리카 대륙의 중남부까지를 포함하며, 유럽으로는 알바니아를 비롯한 발칸반도까지. 아시아로는 카자흐스탄을 비롯해 중국과 인도, 그리고 동남아시아까지 영향권에 들기 때문이다. 사실 중동이란 표현도 영국이 자국 기준으로 붙인 아시아의 명칭인데, 오스만 제국 지역을 근동, 이란과 아프간 지역을 중동, 그리고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을 극동이라 부른 것에 유래했다고 한다. 종교적으로는 이슬람 문화가 강하고, 지리적으로는 사막이 많은 대건조 지대를 중동이라 보면 되겠다.
6. 중동에서 태동한 인류의 문명을 시작으로, 서구 열강에 의한 중동의 인위적 분할, 이라크 전쟁, 체첸 사태, 쿠르드 난민 문제, 알카에다, IS 및 요르단 사태까지 중동과 관련된 다양한 상식을 지도와 함께 배울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세계사 수업이나 대학교 교양 과목을 공부할 때, 같이 봐도 좋겠다 싶었다. 아니면 나처럼 지도를 좋아하거나, 더 많은 지식을 배우고 싶은 사람에게도 유용한 책일 듯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