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에서 이기는 법
퀸투스 툴리우스 키케로 지음, 필립 프리먼 그림, 이혜경 옮김, 매일경제 정치부 해제 / 매일경제신문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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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키케로. 로마의 정치인이자 웅변가. 세계사 시간이나 철학 수업 때 - 졸지 않고, 시험기간에 열심히 공부했다면 - 아마도 한 번 정도는 들어본 이름일 테다. 당시 그리스에서는 그를 두고, 위대한 웅변가마저 이제는 로마에 빼앗겼다고 말했으며, 로마에서는 카틸리나의 반란을 진압한 공로로 국부로 칭송받기조차 했다고 하니, 그의 위세를 짐작할 만하다. 카이사르, 폼페이우스, 그리고 옥타비아누스와 동시대를 살았으며, 난해한 그리스 철학을 대중들에게 알기 쉽게 전달했다는 평가를 받는 키케로. 생의 마지막에 그는 새로운 삼두정치의 제물로 사라지지만, 여전히 그의 책과 연설들은 후대로 전달되어 계속 기억되고 있다.

2. 앞에 말한 키케로의 진짜 이름은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이다. 그리고 이번에 리뷰로 소개할 <선거에서 이기는 법>의 저자인 키케로는 바로 그의 동생인 '퀸투스 툴리우스 키케로'다. (부끄럽지만, 책을 읽기 전까지만 해도, 이 책의 저자는 내가 어렴풋이 알고 있었던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인 줄 알고 있었다.) 역사서에 따르면 동생 키케로는 옥타비아누스의 제물로 형과 나란히 죽음을 맞이했다고 한다. 비록 형보다는 유명하지 못했지만, - 사실 형이 너무나도 유명한 사람이었기에 많이 가려진 측면도 있다고 한다. - 퀸투스 역시 로마의 뛰어난 정치가이자 웅변가였다고 한다.

3. 당시 로마에서 집정관이 되기 위해서는 의무적으로 군 복무를 마친 뒤, 서른 살 무렵부터 일련의 공직 순서에 따라 가장 낮은 직위부터 선거를 통해 당선되어야만 했다. 그리고 해외 근무를 거치고, 단계별 직급을 거쳐 최고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고 한다. 로마는 그리스와는 달리 1인 1표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고 한다. 로마 근교에 가까울수록, 그리고 집단의 소속된 투표 결과가 더 영향력이 있었다고 한다. 여기서 모든 걸 다 말할 수는 없지만, 결론적으로 말하면 당시 로마의 정치는 지극히 현실적(?)이었던 셈이다. 퀸투스의 이 책을 두고, 누군가는 마키아벨리의 <군주론>과 연결해 이야기했다고 하니, 대략 어떤 이미지인지는 감이 올 듯싶다.

4. 그렇다면 퀸투스가 말하는 선거에서 이기는 방법이란 무엇일까? 책에서는 많은 조언들이 등장하지만 몇 가지를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① 가족과 친구부터 당신을 확실하게 지지하게 만들 것 ② 적합한 사람을 항상 곁에 두고, 재능 있고 신뢰할 수 있는 참모 집단을 구축할 것 ③ 지금까지 베푼 호의에 대한 보답을 요구할 것 (뻔뻔할 정도로...) ④ 광범위한 지지 기반을 구축할 것 (우리나라를 예로 들자면 경제 실세와 유력가들로부터 말이다) ⑤ 모두에게 모든 것을 약속하고, 의사소통 능력을 기를 것 (여기서부터는 지극히 현실적인 조언들이 등장하고 있다) ⑥ 선거기간 동안이라도 지역구에 있을 것 ⑦ 경쟁 후보의 약점을 철저히 파악할 것(?!) ⑧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예의 바르게 행동할 것 등이다. 또 요즘으로 치면 인기 유투버나 연예인과 같은 인플루언서와의 원만한 관계 조성과 지역 공동체를 내 편으로 만들라는 조언도 눈에 들어온다.

5. 퀸투스의 조언대로 마르쿠스는 선거에서 승리한다. 비록 로마 제국이 시작되던 날, 두 형제는 죽음으로 공화정의 마지막을 함께 했지만, 그의 책은 지금까지도 선거 운동의 교본(?)으로 읽힌다고 한다. 책의 마지막에는 현실 정치에 적용할 수 있는 현대판 조언도 실려 있다. 지금 4월 국회를 앞둔 정당인과 정치인이라면 다시 한번 필독해볼 도서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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