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요동을 치니
빈 배도 멀미를 한다. - 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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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첫날처럼 ㅣ 문학동네 시인선 191
김용택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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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 불거지는 회오.
“나는 오랫동안 어린이들을 가르치면서
가르친 대로 살지 못했다” 16

갑작스러이 길을 잃고.
“내 나이 일흔여섯이다
이제 생각하니
나는 작고 못났다
그런데다가
성질도 못됐다
나무야
근데 내가 인자
어찌하면 좋을까” 14

‘무엇인가를 두고 온 것 같’은 산뜻하지 못한 노년의 나날이 있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걷는다. 온갖 것들과 교감하며 거닐고 감동한다. 위로를 건넨다.

”방바닥에
떨어진 꽃잎을
주우며 생각한다
누구나 다 견디지 못할
삶의 무게가 있다고
삶에는 예외가 없다고 그러나
어제보다 조금 더
날아간 꽃잎도 있다고“ 29

무겁지?
다 그래
그러니 조금 더 날아가자고
지금

누구나 길이 없는 산 아래 서 있다.
지금이 아니면 언제 이 어려움을 이겨내고
지금이 아니면 언제 또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을 사랑하게 될까.
어제는 가버렸고
내을은 오지 않았다.
불행을 붙잡고 앉아 있지 마라.
일어서자.
지금이다. - P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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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애부도 마애탑 - 우리나라 마애부도 마애탑 최초의 답사기록
임병기 지음 / 홍익출판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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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그러나, 아무도 관심 두지 않던 분야인
마애부도 연구의 마중물이 될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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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 고현학 ㅣ 애지시선 38
이민호 지음 / 애지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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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제목부터
제목과 시들의 관계도
대개의 시들이
모호하다.

냉장고 안, 몇 해 지난 된장 단지를 보며 돌아가신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시(우리가 세상을 낳았다는 말)처럼 정서나 상황이 분명할 때, 공감할 수 있었다.
아래 밑줄긋기 할 두 시가 그랬다.

바람아래 꽃지에서 울었네


무거운 집을 버린 앞발 큰 게와 껍질을 벗고 바닷가를 거닐며 뇌 없는 바다가재 이야기를 나누었네. 옆구리로 짜디짠 수액을 흘리는 고로쇠나무도 한 장 날갯죽지를 잃어 파득이는 고추잠자리도 저수지 갯가에 기대어 가쁜 숨 을 내쉬는 참붕어도 여러 대 뺨을 맞았던 죽은 햄스터도 해풍에 밀려 하루하루 서너 발자국씩 뒷걸음질 치는 붉은 해송도 발아래 놓였던 모든 어린 목숨도 졸졸졸 힘없이 흐르는 냇물도 저 파란 하늘도 하물며 하물며 떠도는 바람도 행복했던 순간보다는 고통 안에서 모두 하나다 우우 너희가 우리에게 고통을 안기려느냐 그러면 우리는 하나다 - P17

학살


예취기로 모두 날려 버린

가을
무덤 무덤들
피비린내 풀내음
어디선가 풀벌레
울음소리 끊어질듯
힘없이 무릎 꿇는
붉은 저
노을

한 장 부끄러운 이력을 가슴에 품고
가을 산 중턱에 서 버린 중년

때론
모든 것이 모질되
한갓 풍경이라는
절박한 패배주의 - P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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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도 떠날 곳 없는 시대에 ㅣ 문학과지성 시인선 68
문충성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8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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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하지 않는다.
1986, 87년에 씌어진 시를 1988년에 낸 시집이라는데
그 1987년을 겪고도 그는
직설하지 않는다.

“반세기를 살아도 삶은 하나로 아프게 칼날처럼 눈떠 있고”141

“세상은 어디론가 떠가는데
무심무심 대낮이 오고
눈부신 세상 개같이 더웁도다” 36

“떠나도 떠날 곳 없는 시대에 비는
비만 내리게 하는구나” 38
라고 할 뿐.

“폭풍우 속을 헤매던 젊은 날이여
반만년을 비록 길 잃어 가없이 떠돌았을지라도
우리는 참으로 구차하게 살아 남았으니
얼마나 구차하게 살아 남는 법에 익숙해 있느냐
그러나 다시 떠나야 하리
구차한 삶을 향하여
그 속에 우리가 가야 할 구차한 길이 있으므로” 67

그는 꿰뚫어 보고 있었을까. 87년 성난 파도 같은 봉기의 힘이 늘 우리에게 있어도, 기득권이 군림하는 세상이 지속될 것을.

“바다를 다스리려 마라
하늘을 다스리려 마라
우리는 신이 아니므로 사람이므로 얘야
사람을 다스리려 마라
그 권한도 없으면서
그 능력도 없으면서
까부는 것은 자유지만
다른 사람들 자유롭게 하라
…착하게 살고자 하는 사람들 착하게 살게 하라
다스릴 게 없거들랑 네 그림자나 다스려보아라
해가 되게
달이 되게
별이 되게
한줌 흙이 되게
참으로 얘야
부끄럽구나” 97

아래 ‘밑줄긋기’ 할, 두 시는 이즈음에 읽어도 지독하게 시리다.

다시 명령법 연습 3


거초옹
살기 위하여
명중시켜라
단방에 명중시키지 못할 때
죽음을 각오해야 된다
정조준하여
숨을 죽이고
방아쇠를 당겨라
그리움의 젖꼭지를 만지듯
일단
이단
탕, 탕, 탕탕 쏘아야 될
우리 시대의 타깃은 어디 있니?
찾아도 찾아도 안 보인다
푸른 하늘을 향하여
정처 없이
날아가는
나의 청춘이여 - P101

달 밤


매미 소리 달밤을 깬다
달밤이여 오늘도 불쌍한 것들 재우고
불쌍한 것들 잠속을 기웃대어도
불쌍한 것들은 불쌍한 것들끼리
다리 오그리고 잠을 잘 뿐
잠속에서라도 할 수만 있다면
웃으며 낄낄 넉넉하게 살게 해다오
매미는 대낮인 줄 알고 노래하지만
세상이 밝다고 그저 노래만 부르겠느냐
아무리 가로등이 밝아도
길거리에 어둠은 깔리고
아무리 밝은 세상이라 해도
도둑은 도둑질을 그만두지 않으니
우리가 언제까지 멍텅하게 노래하는
대낮도 달밤도 분별하지 못하는
매미로 살아야 되겠느냐
눈뜨고 달밤을 지새우며
도둑을 지켜도 겁만 나고
하나도 역사는 달라지지 않는구나 - P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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