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 고현학 애지시선 38
이민호 지음 / 애지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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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제목부터
제목과 시들의 관계도
대개의 시들이
모호하다.

냉장고 안, 몇 해 지난 된장 단지를 보며 돌아가신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시(우리가 세상을 낳았다는 말)처럼 정서나 상황이 분명할 때, 공감할 수 있었다.
아래 밑줄긋기 할 두 시가 그랬다.

바람아래 꽃지에서 울었네


무거운 집을 버린 앞발 큰 게와 껍질을 벗고 바닷가를 거닐며 뇌 없는 바다가재 이야기를 나누었네. 옆구리로 짜디짠 수액을 흘리는 고로쇠나무도 한 장 날갯죽지를 잃어 파득이는 고추잠자리도 저수지 갯가에 기대어 가쁜 숨 을 내쉬는 참붕어도 여러 대 뺨을 맞았던 죽은 햄스터도 해풍에 밀려 하루하루 서너 발자국씩 뒷걸음질 치는 붉은 해송도 발아래 놓였던 모든 어린 목숨도 졸졸졸 힘없이 흐르는 냇물도 저 파란 하늘도 하물며 하물며 떠도는 바람도 행복했던 순간보다는 고통 안에서 모두 하나다 우우 너희가 우리에게 고통을 안기려느냐 그러면 우리는 하나다 - P17

학살


예취기로 모두 날려 버린

가을
무덤 무덤들
피비린내 풀내음
어디선가 풀벌레
울음소리 끊어질듯
힘없이 무릎 꿇는
붉은 저
노을

한 장 부끄러운 이력을 가슴에 품고
가을 산 중턱에 서 버린 중년

때론
모든 것이 모질되
한갓 풍경이라는
절박한 패배주의 - P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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