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람이 사는 것이다항꾼에
아버지에게는 사상과 사람이 다른 모양이었다… "사식 넣어주는 사램 한나 읎는 가난뱅이들헌티 다 노놔주드라. 단 한멩도 빠짐없이 글드랑게. 종교가 사상보담 한질 윈갑서야." - P47
사람이 오죽하면 그러겠느냐,는 아버지의 십팔번이었다. 나는 아버지와 달리 오죽해서 아버지를 찾는 마음을 믿지 않았다. 사람은 힘들 때 가장 믿거나 가장 만만한 사람을 찾는다. 어느 쪽이든 결과는 마찬가지다. 힘들 때 도움받은 그 마음을 평생 간직하는 사람은 열에 하나도 되지 않는다. 대개는 도움을 준 사람보다 도움을 받은 사람이 그 은혜를 먼저 잊어버린다. 굳이 뭘 바라고 도운 것은 아니나 잊어버린 그 마음이 서운해서 도움 준 사람들은 상처를 받는다. 대다수의 사람은 그렇다. 그러나 사회주의자 아버지는 그렇다 한들 상처받지 않았다. 그들이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은 사회의 구조적 모순 탓이고, 그래서 더더욱 혁명이 필요하다고 믿기 때문이었다. - P102
아버지는 갔어도 어떤 순간의 아버지는 누군가의 시간 속에 각인되어 기억을 떠올릴 때마다 생생하게 살아날 것이다. - P110
긍게 사람이제.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내가 목소리를 높일 때마다 아버지는 말했다. 긍게 사람이제. 사람이니 실수를 하고 사람이니 배신을 하고 사람이니 살인도 하고 사람이니 용서도 한다는 것이다. - P138
"지한테 득이 안 된다 싶으면 가차 없이 등을 돌리는 것이 민중이여. 민중이 등을 돌린 헥멩은 폴쎄 틀레묵은 것이제." - P175
여기 사람들은 자꾸만 또 온다고 한다. 한번만 와도 되는데. 한번으로는 끝내지지 않는 마음이겠지. 미움이든 우정이든 은혜든, 질기고 질긴 마음들이, 얽히고설켜 끊어지지 않는 그 마음들이 , 나는 무겁고 무섭고, 그리고 부러웠다. - P197
70년대 초반처절하고 피눈물 나는 시절시가 음산할 수밖에당대가 고스란히 담겼다.한 줌의 희망도 서정도 없다.
이내 걸어야 할 길숨막힌 밤 속을 뚫고갑옷을 뚫고가야 할 길은 천리함께 걸어야 할 그리움에몸부림치는 이름없는 벗들못내 떨치고 가야 할 길은 만리 - P57
창 밖으로 뛰쳐나간 어떤 가을은거리의 술꾼들이 던진 소주병에 머리를 얻어맞고통금이 지나도 일어서지 못하고 피를 흘린다 - P65
이빨이 깨어지고 두 눈 갈라져새벽 끝을 기는 부싯돌 같은 눈알오늘 어둠 속에서 불거진 친구목도 없이 무릎 꿆고 일어서서너 혼자 잘살아라 한다 - P84
말없이 걸리는 돌멩이에도 새하얗게 질린 사람들. - P85
일어서서 벽을 잡고 다시 굴러도이 밤은 대답 없고주먹만 내미는구나새벽까지 고요히 내미는구나 - P92
잿빛 거리 아래에선 팔다리도 없는 사람들이 어깨를 치고 오랜만이야. 오랜만이군. 심장 속에서 새까맣게 탄 손을 꺼낸다. - P117
당대는 지나간다오늘은 늘 잊혀진다신문이며 방송 등의 그때 살아 숨쉬던 언어들은 쉽사리 사라지고문학이 남는다.그러나, 소설은 픽션. 세계는 넓으나 결국 거짓.시가 남아 시대를 운다.1974년에 이 시집에 제1회 만해문학상을 안기면서 김광섭은 말했다. “한국의 현대시가 반세기 후에 얼마나 남을 것인지 예언할 수는 없으나, 오늘의 농촌을 반세기 후에 시에서 보려면 시집 <농무>에 그것이 있다 하겠다.”
빗발 속에서 피비린내가 났다바람 속에서도 곡소리가 들렸다한여름인데도 거리는 새파랗게 얼어붙고사람들은 문을 닫고 집 속에 숨어 떨었다 - P98
이 외진 계곡에 영 봄이 오지 않으리라는 - P100
살아 있는 것이 부끄러워내 모습은 초췌해간다 - P101
나는 내가 미치지 않는 것이 희한했다 - P106
생을 소비시켜 하루를 연명해야 하는 나 언제쯤 껍데기인 채로 모래톱에 버려질 수 있을까?평야에 발 디디자 나 몰래 몸이 먼저 울다 - P11
가스라이팅, ‘데이트폭력’을 다룬 만화모든 지옥은 소통의 단절로부터 시작된다.집중이 집착으로 변질되고, 너의 친구와 가족과 만나는 일상을 구속한다면그것이 어찌 사랑이리.지옥의 전염, 지옥의 전수에 불과하지.오사가 내민 손을 받아주는 시스템이 이 땅에도 있을지 염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