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로 걷는 길 창비시선 521
황규관 지음 / 창비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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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규관은 여전히 가난하다.
가난은 그의 시의 원천이고, 삶이고, 현재다.
지긋지긋한 그것을 여전히 붙들고 있으며 매여 있다.
벗어날 수 없는 노동자다.

그러나 구질구질하지 않다.
당당하다.
“가난이 적의 심장을 관통하듯
말이 되지 못한 그리움이 동을 틔우기 때문”

동학을 읊은 연작시가 유난히 좋았다.
단단하고 씩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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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나를 살아주고 있어 창비시선 527
백무산 지음 / 창비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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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도끼를 처음 만든 사람은 

자신이 한 일에 스스로 놀라워 

마음 끌리던 사람에게 먼저 달려가 선물을 주고 

처음으로 입을 열어 사랑을 고백했을 것이다

처음 돌도끼는 시였다가

훗날에 가서야 연장이 되었을 것이다"

- 기원에 대하여


사랑의 고백이고,



"나는 그 사내에게 시의 행방을 묻네 

쌓아둔 지식도 전답 같은 권력도 

남의 노동으로 얻은 낭만도 고래등 같은 자아도 

족보 같은 자의식도 비단 같은 기교도 버리고 

집을 버리고 나오지 않겠느냐고 

맨발로 훌훌 걸어 나오지 않겠느냐고"

- 집을 버리고


지식, 권력, 낭만, 자아, 자의식, 기교 따위는 당연히 버려야 하는 것이고, 집마저 버리고 맨발로 훌훌 걸어 나와야 얻는 것이다. 자본에 예속되어 있으면서, 알량한 문학 권력을 추구하는 자의식과 기교들을 비판한다. 19세기 요절 시인 이언진이 떠오른다.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려거든 밥그릇을 걷어차고 남들이 간 길을 가지 말라던.



"누구였을까 물결 위에 피었다 바람에 지는 꿈들을

처음 바위에 새기려던 자들은 

돌아서면 다시 고쳐 써야 하고 

자고 나면 박박 지워버리고 싶던 말들 누가 처음 바위에 붙들어놓으려고 했을까 

바위를 향해 이건 '나'라고 처음 외친 자는 누구였을까 

자아에도 기원이 있다면 

풀잎처럼 피어나는 시의 마음이었으리"

- 기원의 역사 반구천 암각화 앞에서


풀잎처럼 피어나는 자연스러운 것이며, 자아의 기원이다. 나를 나라고 외치는 것이 시다.


 

"내 고향에는 오래된 시 무덤이 하나 있지

임진왜란 때 싸우다 죽은 의병장 

적진에 있는 그의 시신을 찾아올 수 없어 

그가 쓴 시와 그를 아끼는 사람들이 쓴 시를 묻어

봉분을 만든 것인데

시 아닌 그 무엇도

그 사람을 대신할 수 없었다는 것인데"

- 주인 잃은 저들이 비바람 속에서


사람이라는 한 존재를 대신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다.


백무산은 시인이다.

그의 직업은 "슬픔을 노래할 의무가 있어 사라진 것들을 애도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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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누가 올려다보나 걷는사람 시인선 130
허유미 지음 / 걷는사람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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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섬, 제주, 해녀, 4•3, 이주노동자
가 시의 내용이다.
그런데 꼭 ‘새로운 언어’를 써야 하는 것일까?
해녀들도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는 시가 아닌 것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시적 대상과 멀어지는 언어다.
정방폭포 앞에서 무조음악을 연주하는 꼴이다.
물론 그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담백한 언어로 다룰 수 있을 대상이라 아쉽다. 그저 내 취향의 고백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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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다섯살을 반성함 창비시선 531
윤제림 지음 / 창비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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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면 짬뽕이 달린다
때절은 흰까운이 달린다…”
백창우 노래로 윤제림을 처음 들었다.
그때부터 도시 일상어를 쉽게 구사하는 그를 좋아했다.

역시 편하다.
자연에 순응하는, 도시에 등 돌린 이들이 읊는 것과 소재가 다른데 결국 한곳에서 만나는
순한 자연스러움이 있다.

무엇보다 기교 따위 없이
너무나 쉬운 일상어로 시를 쓰는데
맹물같이 재미없는 시와 달리
엄청 재미있다.
쉬운데 개성이 넘친다.

시를 안 읽는 이에게도 권할 수 있는 시집이다.

간만에 골똘하지 않고도 느긋하게 한 세계에 빠져들었다. 어디 머나먼 데도 아닌 여기를 읊으면서도 살짝 새롭고 애틋한 시선들. 라면 받침으로 쓰다가 라면 부는 줄도 모르게 또 빠져들 시들.
좋구나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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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그대
심현보 지음, 곽수진 그림 / 반달서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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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의 늘 변함없는 사랑을 노래한다.
그대를 넓게 읽고 싶은데
그림이 엄마로 한정한다.
잔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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