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들의 시간 창비시선 494
김해자 지음 / 창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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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워지지 않는
뼈와 살이 타는 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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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백 延白 세계사 시인선 158
함동선 지음 / 작가세계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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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조차 묘한, 실향의 이름
황해도 연백군.
그래서 기대했던, 1930년 생 시인의 시선.

“…
6•25 전쟁 일어나던 날 어머니의
˝잠깐일 게다˝는 말과 함께 떠난
61년의 이별 그 아픔
서해 연평도가 북의 해안포 공격당하던 날
내 어깨 짓눌렀다
그때 자주포에 올라탄 해병의
방탄모 턱끈과 전투복 목 언저리가 그을린 사진을 본
무수한 얼굴들의 가슴 군인의 표상이라 손뼉 친다
그 손뼉은 긴 어둠 물러나게
언제나 한 발자국 앞서 우리들 가슴에 솟는 아침햇살 광화문에 걸어놓고
봄 기다리며 손잡는 날까지
북한산의 나무와 풀 칼이 되어야 한다
모래알도 총알이 되어야 한다“ 35-36. 오방색 입은 아침햇살

어떤 분야의 박사로 실향민의 후예라는 사람의 말이 떠오른다. ‘광주사태’는 북한군의 남파로 벌어진 일이다. 그것이 상식이고, 표준이다.

시인이란 무엇을 하는 자인가?
아픈 사람
죽임 당한 사람
말 못하는 사람
슬픈 사람
억울한 사람
들의 마음을 들여다 보고 대신 떠안는 사람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꽤 구리고 후진 생각일 수 있겠으나, 시의 근본적 소임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자신들은 안온한 곳에 머물면서
혐오와 증오를 가득 안고
멋모르는, 젊은이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소리를 시인이 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분단의 비극 때문에 생긴, 무고한 젊은 죽음을 안타까워해야지
어떻게 ”모래알도 총알이 되어야 한다“고 할 수 있나?!

마침 이 시인을 등단하도록 추천한 자, 이 시집 자서에 저자가 ’전율로 떨었다‘며 언급한, 그 자가 낸 어떤 시집의 서문 “저널리즘이 만든 어떤 쇼와도 무관한•••••• 차근차근한 걸음걸이”를 쓴 자는
일제강점기 자살특공대 카미카제를 찬양한

“수백 척의 비행기와
대포와 폭발탄과
머리털이 샛노란 벌레 같은 병정을 싣고
우리의 땅과 목숨을 뺏으러 온
원수 영미의 항공모함을
그대
몸뚱이로 내려쳐서 깨었는가?
깨뜨리며 깨뜨리며 자네도 깨졌는가―
/장하도다
우리의 육군항공 오장 마쓰이 히데오여
너로 하여 향기로운 삼천리의 산천이여
한결 더 짙푸르른 우리의 하늘이여” <오장(伍長) 마쓰이 송가(頌歌)>
를 쓴 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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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암 정약전 시문집 민속원학술문고 25
허경진 지음 / 민속원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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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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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여, 살아 있다면 힘껏 실패하라 - 최정례의 시읽기
최정례 지음 / 뿔(웅진)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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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된 시간을 살고 있는 우리 존재의 근원적 슬픔”이 깔려 있다. 자주 볼 수 있는, 한 시인의 다른 시인 시 읽기 책인데, 돌아가신 지 얼마 안 된 시인의 글이기도 하고, 워낙 시리게 날카로운 시각이 단단하게 들어앉아 있어서 특별하다.

그는
“이미 나 있는 길만 따라가서는 도달할 수 없는 곳에 간 시들, 개척된 땅에 포진하여 잘 살고 있는 세력으로부터 칭찬받는 것을 포기하는 대신 시의 극지에 닿은 시들을 나는 사랑한다” 10

싫어하는 시를 설명하고, 그래서 최승자를 사랑한다.
“시를 쓴다는 것이 단지 일상의 언어를 능숙하게 좀 더 풍부한 수사와 이미지를 동원하여 그들의 음악적 자원을 조화롭게 늘어놓는 것은 아니리라. 멋진 풍경이 있다, 그럴듯하다, 거기서 한 깨달음을 얻었다, 라고 반복하여 늘어놓은 상투적인 시들을 볼 때마다 최승자를 생각한다. 다른 사람들이 이 세상의 허망함에, 거짓 의식에, 욕망과 욕망의 찌꺼기인 슬픔을 등에 업고 그의 창가를 스쳐 흘러갈 때 자신만은 결코 흘러가지 않겠다고, 끝까지 싸워보겠다고 했던 그의 고독한 의지와 에너지를 생각한다.“ 24

시는, 예술은 이렇게 어려운 일이다.
“아름다움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시는 무엇을 말해야 하는지 그것이 시가 되기 이전에는 알 수가 없다. 우리가 기존의 아름다움을 흉내 내고 그 형식을 복제하려고 하는 순간, 그동안 우리가 아름다운 것이라 믿었던 것은 저만치 굴러가 시들어버린다.” 28

인간은 절망인가, 희망인가?

“누가 여행을 돌아오는 것이라 틀린 말을 하는가. 그렇다. 한번 간 것들, 그것들은 가서는 절대로 다시 오지 않는다. 내 곁을 떠난 후 처음 첫 얼굴 그대로 고스란히 돌아와 있는 것이 지금 무엇이 있단 말인가? 첫 키스? 첫 여자? 첫 슬픔? 그것들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먼 것으로 여행 가버리고 우리는 그날 떠나는 그 순간의 이미지만을 기억 속에서 더듬을 수 있을 뿐이다.” 44

“이곳에서 우리와 얽혀 있던 무엇인가가 우리를 끈끈하게 그리고 간절하게 붙잡고 늘어지더라도 우리는 결국 가게 될 것이고 돌아올 수 없을 것이다. 누가 여행을 돌아오는 것이라 하는가? 그것은 시인의 말대로 틀린 말이다. 여행은 돌아오지 않는 것이고 우리는 돌아올 수 없기 때문에 그로 인하여 눈부신 존재로 잠깐 여기에 더욱 찬란하게 존재해야만 하는 것이다.”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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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동파에게 시를 묻다 청동거울 문화점검 49
안희진 지음 / 청동거울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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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북경대에서 소식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얼마나 소식을 연모하는지 소식의 고향인 사천에 정착해 살 계획이었다고 한다.
“공부하고 일을 하며 그냥 거기서 살다가 죽을 생각이었다.” 6

자신의 박사 학위 논문을 고쳐 쓴 책이며, 제목이 매력적이지 않은가. 동파육만 먹기엔 거대한 이, 소동파에게 시를 묻다니.

시를 짓고자 하는 뜻이
“봄을 맞아 저절로 터지는 꽃봉오리처럼 억제할 수 없는” 것이라고 한다. 찬찬히 읽어야겠다.

맑고 고요한 영혼의 눈을 회복했을 때, 비로소 참된 자아와 세계를 만날 수 있다고 여기는 소식은, 또한 숙련된 기예만이 이를 자유자재하게 그려낼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 시와 예술이 최고의 경지에 이르게 되면 이 세계는 오히려 담담하고 질박한 표현으로 나타난다고 보았다.
소식은 가슴속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시가 가장 아름답다고 여긴다. 그러나 그가 지적하는 자연스러움에는 두 가지 조건이 있는데, 그 하나는 자기 자신의 마음을 맑고 순수하게 하는 일이며 다른 하나는 노래하고자 하는 대상의 내적 본질을 파악해내는 일이다. 이 과정에서 자아를 순수하게 하는 일은 곧 대상의 본질을 포착하는 첩경이 된다. 이렇게 해서 참된 자아(시인의 정신)와 참된 대상(사물의 정신)이 만나게 될 때 시인은 비로소 노래하고자 하는 시의를 자연스러우면서도 깊은 감동으로 그려낼 수 있다.
여기까지의 단계를 시의(道)의 숙성과정이라고 한다면, 그 숙성된 시의가 언어로 표현되기 위한 창작의 과정이 필요하다. 소식은 여기서 법도에 바탕을 둔 언어의 기예(技)를 강조한다. 자연스러운 시의는 또한 자연스러운 언어로 노래돼야 하는 것이다. 시의의 자연스러움이란 치열한 사유를 통해 회복된 맑 은 영혼을 말함이요, 언어의 자연스러움이란 현란한 기교가 극치에 달에 오히려 담백하고 평범한 경지로 되돌아온 것을 의미한다. 이 두 가지 조건이 어우러진 시를 소식은 이상적인 작품이라고 여겼다. - P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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