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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백 延白 ㅣ 세계사 시인선 158
함동선 지음 / 작가세계 / 2013년 6월
평점 :
품절
이름조차 묘한, 실향의 이름
황해도 연백군.
그래서 기대했던, 1930년 생 시인의 시선.
“…
6•25 전쟁 일어나던 날 어머니의
˝잠깐일 게다˝는 말과 함께 떠난
61년의 이별 그 아픔
서해 연평도가 북의 해안포 공격당하던 날
내 어깨 짓눌렀다
그때 자주포에 올라탄 해병의
방탄모 턱끈과 전투복 목 언저리가 그을린 사진을 본
무수한 얼굴들의 가슴 군인의 표상이라 손뼉 친다
그 손뼉은 긴 어둠 물러나게
언제나 한 발자국 앞서 우리들 가슴에 솟는 아침햇살 광화문에 걸어놓고
봄 기다리며 손잡는 날까지
북한산의 나무와 풀 칼이 되어야 한다
모래알도 총알이 되어야 한다“ 35-36. 오방색 입은 아침햇살
어떤 분야의 박사로 실향민의 후예라는 사람의 말이 떠오른다. ‘광주사태’는 북한군의 남파로 벌어진 일이다. 그것이 상식이고, 표준이다.
시인이란 무엇을 하는 자인가?
아픈 사람
죽임 당한 사람
말 못하는 사람
슬픈 사람
억울한 사람
들의 마음을 들여다 보고 대신 떠안는 사람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꽤 구리고 후진 생각일 수 있겠으나, 시의 근본적 소임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자신들은 안온한 곳에 머물면서
혐오와 증오를 가득 안고
멋모르는, 젊은이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소리를 시인이 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분단의 비극 때문에 생긴, 무고한 젊은 죽음을 안타까워해야지
어떻게 ”모래알도 총알이 되어야 한다“고 할 수 있나?!
마침 이 시인을 등단하도록 추천한 자, 이 시집 자서에 저자가 ’전율로 떨었다‘며 언급한, 그 자가 낸 어떤 시집의 서문 “저널리즘이 만든 어떤 쇼와도 무관한•••••• 차근차근한 걸음걸이”를 쓴 자는
일제강점기 자살특공대 카미카제를 찬양한
“수백 척의 비행기와
대포와 폭발탄과
머리털이 샛노란 벌레 같은 병정을 싣고
우리의 땅과 목숨을 뺏으러 온
원수 영미의 항공모함을
그대
몸뚱이로 내려쳐서 깨었는가?
깨뜨리며 깨뜨리며 자네도 깨졌는가―
/장하도다
우리의 육군항공 오장 마쓰이 히데오여
너로 하여 향기로운 삼천리의 산천이여
한결 더 짙푸르른 우리의 하늘이여” <오장(伍長) 마쓰이 송가(頌歌)>
를 쓴 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