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자리 - 나무로 자라는 방법 아침달 시집 1
유희경 지음 / 아침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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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여름

더위를 피해 옥상에 올랐을 때 우리는 그 밤의 피해자처럼 굴었지 구석에 숨어 울음을 흉내 내던 사람은 분명 너였고 낄낄대며 웃었던 것은 나였고 그제야 가을이 찾아왔는데, 생각해보면 가을이 찾아온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가을을 찾아간 것이었지만 노랗고 빨갛게 번진 우리는 버릇처럼 말했다 이 잔만 비우고 일어나자 그 잔 속에 가득 찬 것이 기름 같은 우리의 수치여도 - P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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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은 생각한다 창비시선 471
문태준 지음 / 창비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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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합니다.
잔잔한 서정시들인데
저는 오직 3부만 좋아요.
< 점점 커지는 기쁨을 아느냐>가 절창으로 다가옵니다. <미련스럽게>의 따뜻함, “닭의 바깥에서 뾰조록이 더 올라오는 어린 봄”, “파밭에는 매운 맛이 새살처럼 돋았다” 같은 표현과 마무리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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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의 통쾌한 농담 - 선시와 함께 읽는 선화
김영욱 지음 / 김영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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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종화를 푼 책인데, 제목이 내용과 안 어울립니다. 안 웃기거든요.
제목과 상관없이 그림도 좋거니와 선사들의 이야기, 관련 한시 등 풍부한 읽을거리가 담긴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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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물어도 돌아갈 줄 모르는 사람 창비시선 456
이상국 지음 / 창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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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지구(天長地久)

어떻든 세상은 정상이다.
주 오일제가 되고도 송아지 다리는 넷이고
죽니 사니 해도 주말이면
사람들은 벌떼처럼 맛집을 찾아나선다.
얼마나 외로우면 댓글주의자가 되었겠니.

•••

생은 대부분 우연이고
사람은 사람에 대하여 아무것도 아니다.
내가 알던 사람들은 어느날 죽기도 했지만
그들도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오죽하면 컴컴한 노래방에 들어가 춤을 추겠니.
살아보니 집은 작은데 비밀번호가 너무 많다.
어떻든 세상은 오래되었고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 - P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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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무당거미 현대시학 기획시인선 18
복효근 지음 / 현대시학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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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고무신에 대한 소고

윗집 죽산댁 할머니가
댓돌 위에 눈부시게 닦아놓은 남자 흰 고무신 한 켤레

영감님 쓰러져 신발 한번 신어보지 못한 몇 년 동안도
가신 지 몇 년이 지난 오늘도
늘 그 자리

바람이 신어보는 신발
가끔 눈발이나 신어보는 그것에
무슨 먼지와 흙이 얼마나 묻었다고

마루를 내려서기도 힘든 노구를 움직여
없는 남편 신발을 닦아 당신 신발 곁에 놓으시네

저 신발 신고
꿈결에 오셨을라나
후생의 먼 길을 걷고나 계실라나

주인 없는 신발을 닦는,
신을 일 없는 신발을 놓아두는 저 마음 헤아릴 수 있다면
바위를 깎아 석가탑을 세우는 일을 알 수 있으리

작은 쪽배 같은 신발 한 켤레로
이생과 후생이 이웃 같은 시간이 이렇게 있네 - P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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