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로맨스가 이루어진다.마차와 자동차의 각축전이 나오기도 하고.결말을 어떻게 낼지 무척 궁금해진다.
누구도 가라고 하지 않았으나걸을 수밖에 없었을 노동자, 노동운동가 주변의 고난과 신산을 진득하게 여러 모습으로 보여준다.단편소설집인데 각 편들의 내용이 이어지는 듯해 장편 느낌이 들기도.서술자의 어머니는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아버지는 태어나자마자 그 어머니에게 버림받은 이였고, 그 여인은 집안에서 내쫓긴 것이었고. 남동생은 아버지랑 함께 죽으려고 집에 불을 질렀다 실패하고 외국에 가 있다.그 서술자는 지금은 아니지만 20대에 노동운동을 했고, 남편은 노동자이면서 노조를 조직했다가 해고 당하고 복직 투쟁뿐 아니라 사용자 쪽의 배상 소송까지 당하며 기약없는 싸움을 해야만 한다. 잊을 수 없는 것들잊어서는 안 되는 것들이있다.
시인은 되고 싶은 게 많다.무당벌레 26은어 18노고지리 15소금 13정암사 수마노탑 풍경 55 “당신들은 말로 뜻을 전하는 유일한 동물이 인간이라고 한다. 사람이 된 원숭이인 나는 당신들의 말에 늘 치 명적인 독이 묻어 있는 걸 보고 놀란다. 당신들의 말에는 청산가리가 섞여 있다. 날이 서 있다. 불신과 허장성세로 부풀어 있다. 철조망을 자르고 호시탐탐, 몰려드는 구호와 함성 속에서 흔히 최루탄이 터진다. 인간 폭탄이 된 사람이 보턴을 누르고, 적들의 찢긴 시신이 널부러진다. 타격이 참혹할수록 당신들의 말은 열광한다. 승전의 희열에 넘친다. 그러나 짐승들의 말은 늘 그냥 풀밭이다. 이슬에 젖은 패랭이꽃 위로 뭉게구름이 뜨고 미풍이 스친다.” 52 자연을 사랑하니 인간이 싫은 건 당연. 인간사 비판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 이건청 시의 특질은 아래와 같이, 평이한 언어이다. 누군가는 편해서 좋다고 할 것이고, 누군가는 시답지 않다고 할 것이다. 그냥 편지여도 좋을 시.
편지 도시를 떠나 산촌으로 집을 옮긴 지 만 6년이 되었습니다. 집을 지으며 옮겨 심은 나무들이 제법 튼실합니다. 삽이며 곡괭이에 다쳤던 아픈 뿌리들이 제자리를 찾아든 모양입니다. 새순을 내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매다는 나무와 풀의 소임을 제대로 해내고 있습니다. 바람 부는 비탈에 심어진 나무들 중, 봄이 와도 싹을 틔우지 못하는 것들도 있습니다. 둥치가 말라버린 ’배롱나무‘ 밑동, 겨우 살아남은 뿌리가 5월이나 6월도 지내고 나서, 죽은 둥치를 들치고 여린 싹을 밀어 올립니다.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그냥, 산비탈 어디나 무연히 서 있는 것처럼 보이는 나무며, 풀이며, 거기 깃들인 딱정벌레까지 힘든 적응을 거치고 나서야 해와 달과 구름과 바람을 만납니다. 사람도 그렇습니다. 일상 속에서 만나는 얼굴들 모두가 환난과 좌절을 딛고 있음을 알겠습니다. 치장을 버리고 나니 맨살의 풍경들이 새로 보입니다. - P96
생은 어떤 흐름을 거스를 수 없는 파도 위의 작은 돛단배쯤 된다는 말인가. - P64
작아서 주머니에 쏙 들어간다.알차게 정보를 담고 있어서봄이 오면 훑어 보곤 한다.자꾸 잊어먹으니 끼고 살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