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한강 4 : 독재
김세영 지음, 허영만 그림 / 가디언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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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앞 역사가 워낙 격류여서 그런가
작중인물들이 직접 겪은 것이 아니고 구경에 가까워 그런가
광주도 잔잔해 보인다.
주인공이 강토의 아들 석주로 넘어갔다.
석주의 로맨스는 강토의 것과는 두 여자 이상이 나온다는 점에서 같고, 시대의 영향을 덜 받는다는 점에서 다르다. 공감하기 어려운 듯 이해가 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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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 Denma S.E. 라미 레코드
양영순 지음 / 네오카툰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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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도 유예하는, 절절한 모녀의 사랑. 분단에서 비롯된 비극이라 더욱 와닿고.
‘태모신교’와 평행우주
이것이 어떻게 덴마 본편이랑 연결될지 궁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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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 뉴욕에 가다 - 역사 모노드라마
하워드 진 지음, 윤길순 옮김 / 당대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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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마르크스의 재림. 연극 무대에서 모노드라마로 보여 주는 그의 삶과 어떤 변명과 여전히 뼈저리게 의미심장한 분석과 가슴 벌렁이는 제안.

우선 재밌다. 곳곳에 위트와 웃음이 앉아 있어서.
마르크스가 외치는 “나는 마르크스주의자가 아니다” 43
아내 예니의 [자본론]에 대한 평가. “독자들이 읽다가 잘 거야.” 50 “당신은 검열 당국이 왜 이 책의 출판을 허락했는지 알아? 이 책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야.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그럴 거라고 생각하고“ 82

노동자를 백주대낮에 두드려패고 소위 자유주의자들이 득세하는 이 시국에 마르크스 입을 통해 듣는 하워드 진의 일갈은 아 무섭게 통렬하다.

“여러분의 정치가들은 자만심에 빠져 있습니다. 그들은 바야흐로 세계는 ‘자유 기업 체제‘로 나아갈 거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그 동안 모두들 바보가 되었나요? 그들은 자유 기업 체제의 역사를 전혀 모르는 겁니까? 정부가 부자들을 위해서는 모든 걸 다하면서 민중을 위해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던 그 때를요? 여러분의 정부가 철도 회사에는 수천 만 에이커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숫자의 땅을 무상으로 주면서도, 그 철도에서 중국과 아일랜드 이민자들이 하루 12시간씩 노동하며 더위와 추위를 못 이겨 죽어가는 것은 못 본 체하던 때 말입니다. 그리고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고 반란을 일으키면, 정부가 나서서 그 노동자들을 박살내기 위해 군대를 보내던 그 때를요.” 123

"혁명은 일어날 거야. 그런데 그것이 피퍼 같은 사람에게 넘어가는 것. 권력이 없을 때는 알랑거리는 아첨꾼이다가 권력을 잡으면 난폭한 깡패로 변해 큰소리나 뻥뻥 치는 허풍선이가 되는 사람들 말이야. 이런 사람들이 프롤레타리아 계급을 대변한다면 내 사상을 세상에 해석해 줄 거야. 그리고 새로운 성직 계급을 조직하겠지. 파문과 금서목록, 종교재판, 총살형 집행대가 있는 새로운 위계질서 말이야.
그리고 이 모든 것이 공산주의라는 이름으로 행해질 거야. 자유가 있는 공산주의는 한 백 년쯤 뒤로 미루어 놓고, 세계를 자본주의 제국과 공산주의 제국 두 개로 나누고 말이지. 그들은 우리의 아름다운 꿈을 짓밟고, 그 꿈을 흔적도 없이 없애버리기 위해 또 다른 혁명을 감행할 거야. 어쩌면 그게 두 번 세 번이 될지도 몰라.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바로 그거야." - P45

세상에 정치경제학에 관한 것을 읽는 것보다 더 지루한 일이 있을까요?(잠시 생각한다.) 아, 있지요. 정치경제학에 관해 쓰는 것. - P47

여러분, 올리버 골드스미스(Oliver Goldsmith)의 시 <황폐한 마을>을 아십니까?
(시를 읊는다.) "재난을 재촉하며 땅이 황폐해지고 약탈당하니, 부는 쌓여 가는데 인간은 쇠락해 가는구나." - P51

엥겔스는… 그래요, 성인이었습니다. 그에 대해 달리 어떻게 표현할 수 있겠어요. 수도가 끊기고 가스가 끊겨 어두컴컴한 집 안에서 우리가 시무룩해 있을 때도, 엥겔스가 밀린 청구서를 대신 지불했지요. 엥겔스 아버지가 맨체스터에서 공장을 가지고 있었거든요. 그래요…(빙그레 웃으며)… 자본주의가 우리를 구해 줬어요! - P58

『자본론」은 자본주의 체제가 어떻게 역사의 일정한 발전 단계에서 나타나, 엄청난 생산력 증가와 전세계 부의 어마어마한 증가를 가져왔는지 보여주고 있지요. 그리고 본성상 자본주의 체제는 그 부를 노동자의 인간성뿐 아니라 자본가의 인간성까지 파괴하는 방식으로 분배하게 된다는 것도. 그리고 자본주의 체제는 원래 자신의 무덤을 파는 사람들을 만들어내게 되어 있어, 결국은 훨씬 인간적인 체제에 자리를 내주게 되어 있다는 것도 보여줍니다. - P81

예니는 나의 생각을 믿었습니다. 그러나 그녀가 보기에 어쭙잖게 고고한 학자인 척한다 싶으면 도저히 참지 못했어요. 그래서 가끔 내게 말했어요.
"지상으로 내려오시죠, 헤어 독토르."
예니는 내가 잉여가치론을 평범한 노동자들도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기를 바랐습니다. 그래서 내가 말했어요. "먼저 노동가치설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그리고 왜 노동력이 생계유지비에 의해 그 가치가 결정되면서도 다른 모든 상품에 가치를 부여하는, 그것도 항상 노동력의 가치보다 더 많은 가치를 부여하는 특수한 상품인지 이해하지 못하고서는 어느 누구든 잉여가치론을 이해할 수 없어."
그러면 그녀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말했습니다. "아니, 그러면 안 돼. 당신은 그냥 이렇게만 말하면 돼. 그러니까 여러분의 고용주는 여러분이 겨우 먹고 살 수 있을 만큼만 임금을 준다. 그러니까 간신히 생존하면서 일을 할 수 있을 만큼만 주는 것이다. 그러나 고용주는 여러분의 노동력에서 여러분에게 지불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얻는다. 그래서 여러분은 계속 가난한데, 고용주는 갈수록 부자가 된다." - P89

(그가 한숨을 푹 내쉬더니 매주 한 모금을 들이켜고 박지 위에 놓여 있는 신문을 본다. 그리고 한 장을 집어 든다)
저들은 소비에트가 붕괴되었으니 공산주의도 죽었다고 합니다.
(고개를 설레설레 내젓는다.) 이 얼간이들은 공산주의를 뭐로 알지요? 동료 혁명가를 살해하는 암살자가 통치하는 체제가 공산주의라고 생각하는 것일까요? 바보 얼간 이 같은 놈들!
이 따위 말을 하는 기자나 정치가들은 도대체 어떤 교육을 받았지요? 그들은 엥겔스와 내가 스물여덟, 서른 살에 쓴 「선언을 읽어보기나 했을까요?
(그가 탁자에 있는 책을 집어 들고 읽는다.) "낡은 부르주아 사회 대신에, 그 사회의 계급과 계급 갈등 대신에, 우리는 각 개인의 발전이 모든 사람의 발전의 조건이 되는 연합 체를 갖게 될 것이다." 알겠어요? 연합체!
그리고 저들이 공산주의의 목표를 알기나 할까요?
개인의 자유! 동정심 있는 인간 존재로서 자 신을 계발하는 것을!
저들은 스스로 공산주의자나 사회주의자라고 말하면서 깡패처럼 행동하는 사람들이 공산주의가 뭔지 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요?
자신과 의견이 맞지 않는 사람을 총살하는 것-그것이 어떻게 내가 평생을 바친 공산주의일 수 있습니까? 옛 동지들을 총살형 집행대 앞에 세우고 러시아에서 혼자 모든 권력을 틀어쥐었던 괴물, 마치 종교적 광신도처럼 나의 사상을 해석하기를 고집했던 그 괴물이 국민들에게 내가 『뉴욕 트리분지에 기고한 편지를 읽을 수 있게 했겠습니까? 나는 그 편지에서 스스로 문명국가라고 부르는 사회에서는 결코 사형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썼습니다... (성난 목소리로) 사회주의는 자본주의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해서는 안 됩니다!
여기 아메리카에서도 여러분의 감옥은 사람들로 가득가득 차 있지요. 그 감옥 안에 누가 있을까요? 예, 가난한 사람들입니다. 물론 그 가운데 일부는 폭력적인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은 강도 아니면 도둑, 마약 판매자들이지요. 예, 그들도 자유 기업 체제를 신봉합니다! 그래서 자본가들이 하는 짓을 똑같이 하지요. 그러나 자본가들이 하는 것에 비하 면 새 발의 피지요…
(그가 다른 책을 집어 든다.) 여러분은 엥겔스와 내가 감옥에 대해 뭐라고 썼는지 알고 계십니까? "범죄를 저지른 개인을 처벌하기보다는 오히려 그와 같은 범죄를 낳은 사회 조건을 없애고, 개인이 저마다 자신의 삶을 항상시키는 데 필요한 사회적 조건을 마련해 주어 야 한다." 이렇게 썼습니다.
아. 예, 우리는 ‘프롤레타리아 독재‘에 대해서도 말했습니다. 그러나 당의 독재, 중앙위원회의 독재, 일인 독재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말한 것은 노동자 계급의 일시적인 독재였습니다. 프롤레타리아 독재 아래서는 민중 대다수가 국가를 접수하여 모든 사람을 위해 통치합니다 - 국가 자체가 필요 없어져 점차 사라질 때까지 말입니다. - P100

보나파르트는 찬란한 영광을 원했습니다. 그리하여 비스마르크 군대를 공격하는 잘못을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그렇지만 그는 금방 무너져 버렸고, 이에 의기양양해진 비스마르크 군대는 파리로 진격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을 맞이한 것은 총부리보다도 무서운, 침묵이었습니다. 그들은 파리의 조각상들이 상복을 걸치고 있는 것을 발견했지요. 눈에 보이지 않는 엄청난, 말없는 저항을 말입니다. 비스마르크 군대는 현명했습니다. 행진을 하여 개선문을 통과해서는 서둘러 떠났으니까요.
그리고 프랑스에는 다시 공화제가 들어섰습니다. 그렇지만 자유주의자들은 - 예, 그들은 스스로를 그렇게 불렀습니다 - 감히 파리로 들어오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두려움에 떨고 있었지요. 독일 군대가 떠나자 이제 파리는 노동자와 가정주부, 사무원, 지식인, 무장한 시민 들이 장악하고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파리의 민중은 정부가 아니라, 그보다 훨씬 영광스러운, 어떤 정부든 두려워하는, 즉 민중의 집단적 에너지인 코뮌을 형성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코뮌 드 파리였습니다!
프랑스 군대가 파리를 겹겹이 에워싸고 하시라도 쳐들어올 기세로 으르렁거리고 있을 때, 파리 시민들은 도시 곳곳에서 하루 24시간 내내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함께 토론하고 함께 결정을 내렸지요. 그리하여 파리는 세계 최초의 자유 도시. 전제 정치에 둘러싸인 세계 최초의 해방구가 되었습니다.
내가 바쿠닌에게 말했어요.
‘내가 말한 프롤레타리아 독재가 뭔지 알고 싶어? 그럼 파리 코뮌을 봐. 그게 진짜 민주 주의야."
선거가 일종의 서커스가 되어버린 영국이나 미국의 민주주의, 사람들이 결국은 구질서의 수호자 가운데 한 사람을 뽑아, 어떤 후보가 이기든 여전히 부자가 통치하는 나라의 민주주의가 아닌 진짜 민주주의 말입 니다.
파리 코뮌. 그것은 몇 개월밖에 가지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파리 코뮌은 인류 역사상 최초로 가난한 사람들을 대표한 합법적인 정치기구였죠. 파리 코뮌에서는 법이 가난한 사람을 위해 존재했습니다. 그래서 부채를 탕감하고, 집세의 지불을 유예하고, 전당포들에게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생활필수품을 되돌려 주게 했습니다. 코뮌 사람들은 노동자보다 월급을 많이 받는 것도 거부했습니다. 그리고 빵 굽는 노동자들의 노동 시간도 줄이고, 누구나 극장에 공짜로 들어갈 수 있는 방안도 계획했지요. - P111

예, 그들은 파리 코뮌을 그대로 놓아둘 수 없었습니다. 그들이 보기에 코뮌은 위험하기 짝이 없었으니까요. 온 세계를 뒤흔들 고무적인 사건이었으니까요. 마침내 그들은 코뮌을 피바다 속에 빠뜨려 익사시켜 버렸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세계 어디선가 사람들이 - 무슨 이데올로기 때문이 아니라 바로 자신의 삶에 분노하여 - 옛 질서를 밀어내고 새로운 생활 방식을 시도하려고 할 때마다 그걸 결코 가만히 놔두는 법이 없습니다. 이런 움직임이 있으면 그들이 - 여러분은 내가 말하는 그들이 누군지 알 겁니다- 때로는 교활하고 은밀하게 때로는 대놓고 폭력적으로 파괴해 버리려고 들죠.
(신문을 보며〉 그래서 그들이 계속 "자본주의가 승리했다‘"고 말하는 겁니다. 그런데 승리했다고요? 어째서요? 주식이 하늘 높을 줄 모르고 치솟고 주식을 소유한 사람들이 전보다 훨씬 부유해졌다고 해서? 승리했다고? 미국 어린이의 4분의 1이 빈곤에 허덕이며 살고 있고, 그 가운데 4만 명이 해마다 돌도 채 넘기지 못하고 죽는데?
(신문에 실린 기사를 읽는다) "뉴욕 시에서는 2천 개의 일자리를 놓고 그중 하나를 얻기 위해 동이 트기 전부터 10만 명이 줄을 섰다." 그럼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돌아 서는 9만 8천 명은 어떻게 되지요? 그래서 여러분은 감옥을 더 짓고 있는 건가요? 예, 자본주의는 승리했습니다. 그런데 누구에게요?
여러분은 과학기술에서 엄청난 발전을 이루었고 사람을 성층권에도 보냈지만, 지상에 남은 사람들은 어떻게 되었나요? 왜 그들은 그렇게 두려워하지요? 왜 마약에 빠져 들고, 술에 빠져 들고, 왜 그렇게 광포해져서 사람을 죽이지요? (신문을 든다) 예, 신문에 그렇게 써 있어요.
여러분의 정치가들은 자만심에 빠져 있습니다. 그들은 바야흐로 세계는 ‘자유 기업 체제‘로 나아갈 거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그 동안 모두들 바보가 되었나요? 그들은 자유 기업 체제의 역사를 전혀 모르는 겁니까? 정부가 부자들을 위해서는 모든 걸 다하면서 민중을 위해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던 그 때를요? 여러분의 정부가 철도 회사에 는 수천 만 에이커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숫자의 땅을 무상으로 주면서도, 그 철도에서 중국과 아일랜드 이민자들이 하루 12시간씩 노동하며 더위와 추위를 못 이겨 죽어가는 것은 못 본 체하던 때 말입니다. 그리고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고 반란을 일으키면, 정부가 나서서 그 노동자들을 박살내기 위해 군대를 보내던 그 때를요. - P123

1843년에 내가 예니와 파리에서 살 때, 내 나이 스물다섯 살이었죠. 그때 나는 새로운 산업 사회에서는 사람들이 자신의 일에 만족하지 못하고 자신의 일에서 소외된다고 썼습니다. 그리고 기계와 매연, 악취, 소음이 사람들의 감각에 침투하면서 -사람들은 이것을 이른바 진보라고 부릅니다만-자연으로부터도 소외되지요. 사람들은 또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며 서로 적대하면서, 만인 대 만인의 투쟁이 일어나면서, 서로에 대해서도 소외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신의 삶이 아닌 삶을 살면서, 자신이 정말 살고 싶은 삶을 살지 못하면서, 그런 삶은 꿈이나 환상 속에서나 가능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기 자신으로부터도 소외되지요.
그렇지만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여전히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으니까요. 예, 물론 나도 그것이 가능성일 뿐이라는 걸 인정합니다. 이제는 그게 분명해졌습니다. 나는 지나치게 확신을 가지고 있었지요. 그러나 이젠 나도 입니다.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그러나 사람들은 엉덩이 털고 일어나야 합니다. 떨쳐 일어나야 합니다!
여러분에겐 내 말이 너무 래디컬하게 들리세요? 그러나 명심하세요. 래디컬하다는 것은 바로 문제의 뿌리를 파악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뿌리가 바로 우리입니다.
내가 제안 하나 하겠습니다. 일단 여러분 엉덩이에 뾰루지가 났다고 가정하세요. 그래서 엉덩이 붙이고 앉아 있으면 너무 아파서 당장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세요. 여러분은 움직여야 합니다. 행동해야 합니다.
이제 더 이상 자본주의니 사회주의니 하는 말은 하지 맙시다. 그냥 이 지구의 엄청난 부를 인류를 위해 쓰자고 합시다.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을 주도록 합시다. 식량과 의약품, 깨끗한 공기와 맑은 물, 나무와 풀, 즐거운 가정, 몇 시간의 노동과 그보다 많은 여가 시간을 줍시다. 그리고 그걸 누릴 자격이 있는 사람은 누구나고 묻지 마세요. 인간은 누구나 그럴 자격이 있으니까요. - P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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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아랍인 Vol.1 - 중동에서 보낸 어린 시절 (1978~1984)
리아드 사투프 지음, 박언주 옮김 / 휴머니스트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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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다피 치하의 리비아,
하페즈 알아사드 치하의 시리아.
금발 소년 리아드의 천진한 시선으로 본
독재 국가의 맨얼굴” 이라는 판촉 구호는 아니고

프랑스인 어머니와 시리아인 아버지를 둔
사내아이의 세상 관찰기인데
프랑스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아버지가 온 가족을 끌고 아랍으로 가 살려는 의지를 관철하는 바람에
리비아 2년, 그리고 대부분 시리아에서의
친척 아이들에게 유대인이라 모욕받거나 행인의 구경거리가 되는 등
반인반수 취급받는 이방인의 삶이 잔잔히 그려진다.

어머니가 언제까지 참느냐, 아버지의 뿌리를 언제 보느냐가 관전 포인트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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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집 애지시선 28
정군칠 지음 / 애지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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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에 나온 시집을 이제 읽는다.
읽자마자 좋아 시인의 다른 시집을 읽고자 알라딘에서 검색을 해 본다.
이럴 수가. 2012년에 돌아가셨다.
이 시집이 두 번째 시집이자 생전에 낸 마지막 시집이다.

가족, 고향의 풍경이 담겼다.
그런데, 제주다.
그러므로, ‘구겨진 섬의 비명’이 가득할 수밖에.

시인의 아버지는 보리 수확을 하면서, 거기 깃든 꿩을 위해 수확의 ‘가처분 신청’을 하는 분이다.
“점심을 내 온 어머니는
성으로 남은 보리밭을 둘러보며
심드렁하게 말 한마디를 얹는다
또 알을 품은 목숨이 있는 모양이구먼”55
그도 깊은 애정을 담아 읊는다. 그래서 처절하기만 하지는 않다.

그리고, “탈탈탈,
경운기 한 대가 지나가는
농로 위 저 문체가 간결하다” 94

지나침이 없다.
과잉도 간과도.

지주목


디스크를 앓는 맏형
열다섯 터울인 나는 어린나무였다
마디 굵은 지주목에 등 기대면
달착지근한 아버지 냄새가 풍겼다
내가 서너 차례 어긋났을 때
비바람에 무너진 과수원 돌담을 고쳐 쌓듯
바람막이가 되어주던 등허리
서서히 헐거워진 몸에서
끙끙 앓는 소리가 들려온다
이제 나도 잎 무성한 성목인데
허옇게 센 머리와 아픈 허리 곧추세운 지주목은
퇴행된 디스크에 각인되어 있는
가계의 멍에를 내려놓으려 하지 않는다
허리를 펼 때 우두둑 뼈마디 성긴 소리가
끙, 목을 타넘지 못하는 소리로 변주되는
지주목
바람 세찬 날이면 아직도
그 한쪽 어깨에 온몸 기대고 싶을 때가 있다 - P44

절벽


모래무덤을,

바람이 들고 나던 바위그늘을,

물 속 골짜기마다 무늬를 새겨 넣던 노을을,

그림자도 없이 혼자서 판독하며 걸어와

펑펑 우는 바다 - P58

풍토병을 앓는 바람이 굽은 능선을 타고 내린다
오래전 이 길 걸어간 누군가의 속울음이
내게로 번지는 듯하다

철 늦은 물매화 꽃향유 쑥부쟁이
들꽃들의 메마른 사유가 쓸쓸하다
꽃 한 송이 피우는 게 생의 전부였을
몸의 감옥에서 한순간도 벗어나지 못한

꽃의 울음인가 그 울음의 그늘인가

누구일까, 방금 아니 오래전에라도
무엇이 내 몸을 훑고 지나가긴 지나간 것인가

내 눈은 오래도록 밖을 향해 있었으니
나를 읽은 적 한 번도 없다 - P104

孤內


얼마나 외로웠으면 고내리 가는 길은
등뼈 다 드러나도록 검게 타들어간 채
안으로만 길을 내었을까

화를 낸다는 것은
자기 안의 화를 다른 이에게 넘기는 일

외로운 자들은 제 안의 화를 제 안에 태운다 - P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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