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 열전 1 - 잊힌 사건을 찾아서 독립운동 열전 1
임경석 지음 / 푸른역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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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장 배신
을 읽었다.

너무도 익숙한 기득권을 본다.
한때 그들의 저쪽 비밀결사에 깊게 몸담았다가 조직의 구성원 명단 등 핵심 정보를 이쪽에 넘기고
이후로 승승장구하는.

그들이 “왕자와 공주는 오랫동안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동화적 결말을 보이는 현실을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
참담하여 길게 해당 글을 남긴다.

오현주는 3.1운동 수감자를 돕는 활동으로 시작한, 독립운동 비밀결사인 ‘대조선독립애국부인회’의 초대 회장이었다.
그런데,

1919년 11월 28일이었다. 애국부인회 구성원들에 대한 일제 검거가 개시됐다. 회장 김마리아를 필두로 전국에 걸쳐 70명의 애국부인회 회원들이 체포됐다. 정신여학교 교사를 비롯해서 그에 관계된 여성들이 11명으로 16퍼센트를 점했다. 검거된 사람의 53퍼센트는 세브란스병원이나 동대문부인병원 등의 관계자로 대부분 간호부들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애국부인회와 깊은 관련이 있던 비밀결사 청년외교단 구성원들도 10여 명 체포되고 말았다.
수사를 담당한 경찰관서는 유근수가 소속되어 있던 경상북도 경찰부였다. 체포된 사람들은 모두 대구정찰서로 압송됐다. 그들은 입에 담기 어려울 정도로 가혹한 고문을 받았다. 피의자들은 고문 후유증으로 중병에 시달렸다. 김마리아 회장이 특히 위중했다. 그는 코와 귀의 화농 증상이 심했고, 머리를 심하게 가격당하여 제정신이 아니었다. 심지어 불에 달군 인두로 여성 생식기에 ‘화침질‘을 놓는 야만적인 고문을 겪어야 했다.
가장 나이가 많던 결사부장이자 부산지부장인 백신영은 어떤 고통을 겪었는지 심각한 위장 손상을 입었다. 아무것도 먹을 수 없어서 빠에 가죽만 남은 것처럼 삐쩍 말랐다. 거의 빈사 상태였다. 서울지부장 이정숙은 발에 동상을 입었다. 진물이 흐르고 통증이 심해 걸음을 제대로 걸을 수 없었다.
애국부인회 사건의 피고인들은 조선총독부 재판정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 김마리아 회장과 황애시덕 충무는 3년 징역형을, 이의경 서기, 이정숙 적십자부장, 장선희 재무부장, 김영순 서기는 징역 2년형을, 유인경 대구지부장, 이혜경 원산지부장, 신의경 경기도지부장, 백신영 부산지부장은 각각 1년 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오현주 부부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대구경찰서로 연행됐다. 하지만 큰 차이가 있었다. 오현주는 단 하룻밤만 유치장에서 보낸 뒤 석방됐다. 남편 강낙원도 조사를 받았지만 1주일 뒤에 풀려났다. 처벌받지 않고 풀려난 것은 오현주의 언니 오현관도 마찬가지였다. 아카이케 경무국 장의 약속이 차질 없이 잘 이행됐던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혹여 진술이 필요할지 몰라 대구에 5개월간 체류해야 했는데 숙식에 아무런 어려움도 겪지 않았다. 대구경찰서 형사 유근수의 가옥에서 융숭한 대접을 제공받았다.
돈도 받았다. 3,000원의 기밀비를 수령했다는 소문이 쫙 돌았다. 신문 기자 월급이 40~50원, 일용노동자의 하루 일당이 1원쯤 하던 시절이었다. 오늘날 화폐 구매력으로 환산하면 3억 원에 해당하는 돈이었다. 오현주 부부는 1922년 가을에 이사를 갔다. 연지동 43번지 작은 가옥을 처분하고, 원서동 196번지 크고 넓은 집을 새로 사서 옮겼다. 옛집의 판매대금은 1,200원이었고, 새 집의 구매 대금은 4,200원이었다. 새 집이 만족 스러웠는지 부부는 수십 년간 그 집에 눌러 살았다.
오현주 부부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일상으로 되돌아갔다. 남편은 휘문고보와 연희전문학교에서 체육교사로 재임하면서 ‘중류‘의 생활수준을 뒷받침했고, 아내는 아들딸 낳고 집안을 잘 건사했다. 기독교 신앙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서울 안국동에 소재하는 안동교회에 적을 두고서 성실한 신앙생활을 계속했다. 그 교회 집사, 권사에 차례로 선임됐다. 중등부 여학생반을 지도하고 교회 창립 50주년 기념위원회 재정부원으로서 소임을 다했다. 대리석 현판을 자비로 제작하여 기증하기도 했다.
해방 후에도 순탄했다. 남편은 한민당 창당 발기인에 참여하더니 남한 단독정부 수립을 지지하는 정치 진영에 깊숙이 가담했다. 1948년에는 전국 규모의 극우 단일 청년 단체인 대한청년단 핵심인물로 떠올랐다.
그들에게도 딱 한 번 위기가 있었다. 해방 후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 원희가 발족됐을 때였다. 1949년 3월 16일에 오현주 부부는 "밀정 행위로 독립운동을 방해" 한 혐의로 체포됐다. 그러나 길지 않았다. 오현주는 그해 5월 4일, "남편의 요구에 따랐을 뿐이며, 고의가 아니라"는 이 유로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1개월 20일간의 짧은 구금과 조사를 거친 뒤에 석방됐다. 남편은 약간 더 고생했을 뿐이었다. 강낙원은 반민족행 위처벌법에 따라 기소됐지만, 머지않아 보석 조치로 석방됐다. 그해 8월 11일에는 공소시효가 만료됨으로써 모든 반민족행위자들이 베개를 높이 베고 편히 잠들 수 있게 됐다.
오현주는 1989년에 병사했다. 향년 아혼여덟 살의 천수를 누렸다. - P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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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 창비시선 238
문태준 지음 / 창비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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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뒤란에서 박 속을 긁어내는 풍경”68
이 시집에 가득하다. 시인의 고향에서 길어낸 시들이다.

‘그믐이라 불리던’ 조모, 눈에 검불이 들어간 화자의 눈동자를 ‘핥아주시던’ 어머니, ‘구정물에 담근 듯 흐린 나의 물빛을 맑게 해주는’ 곱사등이 이발사, 화자의 ‘숨결이 꺼져가는 화톳불같이 아플 때 머위잎처럼 품어주던’ 화령 고모, ‘친정 왔다 돌아가는 눈물 많은’ 누이, 비료를 지고 열무밭으로 나가는 절름발이 학수형님 등등의 사람들이 있다.

시인의 말에서 “꽃이랑 풀, 낯빛이 어두운 사람, 별과 여울, 미루나무를 만났다. 습지와 같은 그늘을 드리운, 낱낱이 오롯한 존재들을 만났다. 그들과의 대화가 이번 시집을 낳았다.”고 밝힌 바대로 온갖 푸나무와 짐승들과 벌레들이 나온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이. 그 틈이자 아득한 그것이 가슴을 후빈다.

“무논에 써레가 지나간 다음 흙물이 제 몸을 가라앉히는 동안
그는 한 생각이 일었다 사라지는 풍경을 본다
한 획 필체로 우레와 침묵 사이에 그는 있다” <황새의 멈추어진 발걸음> 27쪽

살구꽃은 어느새 푸른 살구 열매를 맺고
이 사이
이 사이를 오로지 무엇이라 부를 수 있을까
시간의 혀끝에서
뭉긋이 느껴지는 슬프도록 이상한 이 맛을 - P33

뜨락 위 한 켤레 신발


어두워지는 저녁에 뜨락 위 한 켤레 신발을 바라본다
언젠가 누이가 해종일 뒤뜰 그늘에 말리던 고사리 같다
굵은 모가지의 뜰!
다 쓴 여인네의 분첩
긴 세월 몸을 담아오느라 닳아진
한 켤레 신발이 있다
아, 길이 끝난 곳에서도 적멸은 없다 - P32

어리숙한 나에게도 어느 때는 당신 생각이 납니다 - P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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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아랍인 Vol.2 - 중동에서 보낸 어린 시절 (1984~1985)
리아드 사투프 지음, 박언주 옮김 / 휴머니스트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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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속편이 있어야만 하는 결말.
리아드 가족은 휴가 마치고 돌아왔고
사촌누나를 ‘명예살인’ 한 고모부는 존경받는다.
이렇게 끝나기에는 리아드의 뒷 일상이 너무 궁금.

찾아보니 이후의 삶을 다룬 책이 5권까지 나왔음. 번역이 안 된 것. 이거이거 불어를 배워야 하나, 아마존에서 영어 책을 사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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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텃밭작물 - 텃밭작물의 모든 것
텃밭지기들 엮음 / 아이템북스(홍진미디어)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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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략하다
학명도 없고
출처도 없다.
부제 ‘텃밭작물의 모든 것’이 민망하다.

영어 이름이 나와서 읽어 보았다. 청경채의 영명이 ‘Pak choi’라고 한다.
근대 꽃은 처음 봤다. 브로콜리 닮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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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런의 전쟁 - 제2차 세계대전으로 송두리째 바뀐 소년병 코프의 인생 여정
에마뉘엘 기베르 지음, 차예슬.장재경.이하규 옮김 / 휴머니스트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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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한 것
끝이 보이지 않고
뭐라 뭉뚱그릴 수 없이
자질구레한 많은 것들의
만남과 헤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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