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미숙의 인생 특강 - 욕망과 자유에 대한 비전 탐구
고미숙 지음 / 북튜브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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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강의.
동의보감과 서유기에서 길어낸
‘원초적 욕망과의 대면’

우리가 지금 노동, 화폐, 소비 이 사이클 안에 들어가 있잖아요. 그래서 비전 탐구를 안 하는 거죠. 정•기•신에서 신을 쓰지 않는다고 말씀드렸죠. "그냥 좋은 일 자리를 얻어서 돈 벌어서 소비하는 것이 내 인생의 방향이야"라고 정해 버렸어요. 그래서 그런지 하여튼 심장병 환자가 많아요. 심장을 전혀 주인으로 쓰고 있지 않기 때문에 그런 겁니다. 그런데 4차 산업혁명이 오면서 이런 도식이 깨지니까 다 좌절을 해요. 재산이 많은 분들도 명퇴나 정년퇴직을 하면 우울해하세요. 재산을 어떻게 재미나게 쓸까, 그동안 못한 공부를 해야겠어, 이렇게 방향을 바꾸지 않는 거죠. 방향을 바꿔야만 되는 거예요. 그래서 이 노동, 화폐, 소비의 사이클을 대면하고, ‘아, 이렇게 가면 계속 결핍만 느끼 겠구나‘, 이것만 알아채도 이 상황을 조율하고자 하는 힘이 생깁니다.
그래서 궁극적으로 욕망은 에너지와 질량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어요. 거기에는 어떤 가치가 없어요. 도덕적이고 비도덕적인 것이 없어요. 사람마다 다 다를 뿐이에요. 중요한 건 뭐냐면 이 발산, 수렴, 생성, 소멸의 과정을 내가 조율하는 것입니다. 당연히 내가 지금 당장 조율 못하죠. ‘어쩌란 말이나‘ 하는 반발심 때문에 욕망에 더 몰입하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는데, 그게 아니라 내가 이걸 조율해야겠구나 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어야 해요. 당연히 지금 당장은 안 돼요. 그런데 방향을 틀고, 가고자 하는 방향을 보고 있으면 내가 힘이 생길 때 한 걸음씩 갈 수 있어요.
저는 이게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이 십만팔천 리를 간 비결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그들은 가면서 그 욕망을 계속 썼어요. 하나도 숨기지 않고 썼어요. 너무 추하고 너무 더럽고 너무 파괴적이고 ‘쓰레기‘라는 말로도 부족하거든요. 그 중에서 특히 저팔계한테 정말 감동했습니다. 저런 쓰레기 같은 인간도 끝까지 가는구나. 나는 쟤보다는 나은데, 저 정도는 아닌데, 하는 거죠. 어느 방향을 향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이쪽이냐 저쪽이냐. 방향을 바꾸지 않으면 절대로 이 사이클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이게 저의 결론인데, 에로스와 로고스의 향연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방향은 소유를 향한 것인데, 소유를 버리는 건 나중에 하셔도 돼요. ‘당장 어떻게 버리냐’, 이런 고민을 하고 있으면 안 되고, 일단 ‘존재’쪽으로 방향을 틀기만 하면 됩니다. 소유를 향하고 있으면 계속 증식되어야 하거든요. 증식이 아니라 내 존재의 끊임없는 생성을 향해야 합니다. 소유를 향한 길로 가면 기필코 우주적 왕따가 됩니다. 소유, 증식을 하는데 친구가 생길 리 없어요. 방향을 틀어야 우리는 이 무한한 공감의 바다로 나아갈 수 있다는 거. 이게 저팔계도 간 길이라는 걸 잊지 마셔야 합니다. 그러면 욕망을 숨기거나 내가 그걸 저장해 놨다가 몰래몰래 쓰거나 하는 이런 어리석은 일을 하지 않아도, 있는 그대로 그걸 끌어안고 한 걸음씩 갈 수 있습니다. 여기에 우리가 비로소 욕망으로부터 해방되는, 내 인생의 주인이 되는 길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상으로 강의를 마치겠습니다. - P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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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한강 5 : 투쟁 - 완결
김세영 지음, 허영만 그림 / 가디언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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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한 과제도
깜짝 놀랄 만큼 잊혀진 숙제도.

긴 여정은 6•29에서 끝난다. 더 찬찬히 길게 보여줬다면 좋았겠다. 5권이 너무 짧게 느껴진다. 그런 역사 속에 우리는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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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숙의 인생 특강 - 욕망과 자유에 대한 비전 탐구
고미숙 지음 / 북튜브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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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고스가 뭐냐고 아주 구체적으로 묻는다면, 다시 말해, ‘진리에 대한 열정을 어떻게 훈련합니까‘라고 물으면 간단해요. 읽고 쓰고 말하는 거예요. 우리가 저 사람이 지성이 있는지 없는지는 말을 들어 보면 그냥 압니다. 글을 보면 압니다. 어떤 책을 읽는지 보면 알아요. 성적이 얼만지 스펙이 얼만지는 알 수가 없어요. 우리가 매일 검찰 포토라인에 서 있는 분들을 보잖아요. 그분들은 공부 정말 잘하시는 분들이에요. 그런데 지성을 연마하는 시간은 없었겠죠. 지성의 기쁨을 모르면 모두가 다 화폐를 향해 달려갑니다. 그 다음에 화폐로 소비를 하고 화폐로 사람을 지배하는 쾌감을 누리고 싶어해요. 우리 안에도 그런 유혹이 끝도 없이 꿈틀거리죠. 돈이 많으면 상품을 소유하고 사람을 지배하는 쾌감을 누릴 수 있다는 걸 다 알고 있습니다. 그런 게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권력의 현장이거든요. 거기에는 진정한 기쁨은 없어요. 인간의 몸이 지복감을 느끼는 건 지성의 환희밖에 없습니다. 신체적으로 그래요. - P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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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숙의 인생 특강 - 욕망과 자유에 대한 비전 탐구
고미숙 지음 / 북튜브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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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귀 기울이게 되는
말씀.
좋다.

삶이 무엇인가, 이걸 근원적으로 한 번 살펴보면, 산다는 건 어느 날 어떤 시간과 공간, 시공에 내가 던져지는 거예요. 그런데 내가 왜 지금 하필 여기에 던져져 있는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걸 아는 사람이 있을까요? 그걸 알면 여기 안 오겠죠, 그걸 아는 존재는 다 아는데 왜 옵니까. 그리고 이것은 너무너무 평등한 거예요. 금수저건, 흙수저건, 엘리트건 평생 꼴찌만 한 사람이건, 모두에게 동일한, 무지라는 생명의 토대, ‘모른다‘라는 것.
그래서 삶은 다 어디서 시작하냐 하면 ‘모른다‘에서 시작하는 거예요. - P17

제 생각에 앞으로 청년들도 일자리는 안 생길 것 같고요, 중년은 노동에 지쳤고요, 노년은 정년퇴직 했는데 시간이 너무 많고요. 그래서 백수로 사는 게 21세기의 존재론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믿습니다!(^^) 그러면 백수는 무엇을 해야 되는가? 근원적 질문을 하는 거예요, 근원적 질문. 그러니까 정보를 찾고 사회적인 문명지 안에서 노는 건 정규직이 하는 거예요. 그건 정규직들에게 맡기고 백수는 지혜의 파동에 접속한다, 그러면 지금까지 이룬 문명과 기술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그 배치를 바꿀 수 있는 그런 길이 나오지 않을까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삶에는 삶 그 자체 말고 다른 가치와 의미가 필요 없다는 것, 이 앎과 접속을 해야죠.
이 앎은 침묵과 영성의 세계이기 때문에 지평선 같은 거예요. 지평선은 달려갈 순 있지만 도달하지는 못합니다. 도달할 필요도 없고요. 그래서 끝없이 인간이 묻고 또 물으면서 한걸음씩 갈 수 있는 그 길이 저는 앎의 지평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지평선에 접속할 때 그것이 바로 우리가 지혜라고 하는 우주의 파동과 마주치는 지점이 아닐까 하고 생각합니다. - P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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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목한계선 리본시선 3
정군칠 지음 / 한그루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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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도
제주의 아픈 역사도
쉬이 접할 수 없는 숨비꽃(순비기나무), 갯메꽃, 해국 등을
볼 수 있으나,

순서가 틀렸다.
<물집>을 먼저 봐서는 안 되었다.
같은 시인 같은 정조 비슷한 문체라도
첫 시집과 무르익은 시집의 거리는 상당할 수밖에.

묵혔다가 다음엔 순행적으로 읽어야겠다.

아래 밑줄긋기로 넣은 시 두 편은 너무도 좋아 읽고 또 읽었다.

동백, 말간 생


산수유 환한 그늘 아래
무리져 쏟아진 저 무덤들
살아서 빨간 루즈만 바르던 여자

"나, 입만 가지고 살았어요" - P98

저기 본다
- 제주억새


후벼진 가슴이 다 메워질 순 없다
바람에 쓸리며 말아 쥔 허공
겹겹 이불을 덮고도 신음 중이다. 산은

사월이 옹이처럼 각인된 이 섬에선
무한천공 빗금 긋는 내 사랑도
등짝 후려친 자죽으로 남아
드러나지 않는 시퍼런 슬픔이
오래도록 웅크려 있다

다시 말하면
야생으로 냉동 처리된
적멸 같은 것 - P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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