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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게구름을 뭉개고
나기철 지음 / 문학의전당 / 2004년 12월
평점 :
절판
화자의 일상이 고스란히 드러난 시집이다.
‘나이 오십 되었는데 큰 시인과 사상가가 못 되고‘
’옆자리에서 일 년 동안 같이 쓰던 휴지통, 신학기 되어 아무 말 않고 그의 오른쪽으로 옮겨놨다고, 토라져 여러 달 말 안 했‘다가 ’휴지통이 바로‘ 자기였다고 반성하고,
딸이 다니는 서울 소재 대학교에 가 ’같이 점심 먹고 교수도 만나고‘
‘대학 합격하고 내려와 있는 아들이 홧김에 아빠는 어렸을 적부터 나와 놀아준 적 있느냐는 말’을 하고
아내는 협심증에 걸렸고,
‘재작년에 간 누이 딸 내일 대학 졸업에 뭘 보내나’ 하고
자신의 ’근본인 칠십의 어머니는 저 신촌 마을에 홀로 건재하시다.‘
짝사랑이었을까, 헤어진 연인일까.
”은난초 피어난 자리
다시 만날 수 없을 것 같은
4월 부활절 날 아침
산보 길에서 만난
그 여자“ 63
도 있고,
”그대와 오래도록 함께 있기 위하여
그대에게 다가가지 않습니다
/저는 그저 텅 빈 가을 들녘
바라볼 뿐입니다“ 19
라고 전근대 성리학에 짓눌린 여성들처럼 수동적인 연애관을 내비치기도 한다.
딱 거기서 그치고 만다. 일상의 소묘 외에 그 무엇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