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사 간 ‘개를 기르다‘에 실린 세 편.늙어 죽는 개 톰, 집에 들어온 고양이 보로, 외조카 얘기는 동일. 청년사 책에는 없는지로가 기른 개와 관한 에세이가 실렸고,‘100년의 계보‘가 실림. 묘한 이야기. 독일 개의 혈통이 일본에 이어졌다가 2차대전 와중에도 살아남아 미국 거쳐 다시 고향 일본에 돌아오는 이야기. 기이하고 끈질긴 인연으로 보면 되지만, 2차대전 일본의 얘기를 바라볼 때는 묘한 기분이 듦.‘반딧불이의 묘‘처럼.
어제 올린 글은 100자평이라 밑줄긋기가 안 되어다시 쓴다.맑다.물처럼.여운이 있어 무미건조하지 않다.근본적으로 염결한 사람이고 조심하는 사람인 듯하다.
묘비명오래도록 기다리던 당신내게로 올 때,나 이제 세상에 없으리니,햇살 따스히 내리는 이 언덕에 잠시,쉬었다 가라. - P34
선암사말을 버리고 명상에 잠긴나무들의 고요 숲의 고요인적은 하나도 보이지 않고모두들 풀과 나무가 되어가끔 바람에 흔들릴 뿐. - P48
귀향 2오랜만의 귀향잿간에 앉아 똥눌 때,문틈으로 비치어드는 햇살이여,햇살에 자세히도 자세히도 보이는 먼지여,세상이여. - P54
안부 4출근길에 문득, 국화가 피었구나,나는 늘 무언가에 사로잡혀 산다. 산당화 열매 몇 개 노오랗게 익어 있고,당신의 작은 어깨 너머에서,낙엽들은 하나 둘 떨어지기 시작한다. - P66
고목을 보며상처를 남기지 말자상처를 만들지 말자저 많은 생채기들을 지우느라 고목은,평생을 온통 고통으로 뒤틀리고악몽으로 온밤을 뒤척인다. 다시는 상처를 남기기 말자. - P70
볼 만한 것들그래 그래 하며 휙 지나간다여운이 일지 않는다오래 머물지 못했다
시인이 80년대 후반에 쓰고, 90년대에 낸 시집이다.나는 그저께 아래와 같은 시를 읽으며참 오래된 일처럼 느껴서 독후감도 남기지 않았는데,21세기에 완전무장한 군인이 시민을 짓밟으려는 시도를 또 보게 되니 아 아직 나는 휴전 지역에 사는 위태로운 존재였음을 절감한다.분노와 무력감을 떨칠 수가 없다.“모두들 큰 소리로만 말하고 큰 소리만 듣는다큰 것만 보고 큰 것만이 보인다 모두들 큰 것만 바라고 큰 소리만 좇는다그리하여 큰 것들이 하늘을 가리고 큰 소리가 땅을 뒤덮었다 작은 소리는 하나도 들리지 않고 아무도 듣지를 않는 작은 것은 하나도 보이지 않고 아무도 보지를 않는 그래서 작은 것 작은 소리는 싹 쓸어 없어져버린 아아 우리들의 나라 거인의 나라” 83 거인의 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