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릿길 문학동네 시집 38
김익두 지음 / 문학동네 / 199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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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올린 글은 100자평이라 밑줄긋기가 안 되어
다시 쓴다.

맑다.
물처럼.
여운이 있어 무미건조하지 않다.
근본적으로 염결한 사람이고
조심하는 사람인 듯하다.

묘비명


오래도록 기다리던 당신
내게로 올 때,
나 이제 세상에 없으리니,
햇살 따스히 내리는 이 언덕에
잠시,
쉬었다 가라. - P34

선암사


말을 버리고 명상에 잠긴
나무들의 고요 숲의 고요
인적은 하나도 보이지 않고
모두들 풀과 나무가 되어
가끔 바람에 흔들릴 뿐. - P48

귀향 2


오랜만의 귀향
잿간에 앉아 똥눌 때,
문틈으로 비치어드는 햇살이여,
햇살에 자세히도 자세히도 보이는 먼지여,

세상이여. - P54

안부 4


출근길에 문득, 국화가 피었구나,

나는 늘 무언가에 사로잡혀 산다.

산당화 열매 몇 개 노오랗게 익어 있고,

당신의 작은 어깨 너머에서,

낙엽들은 하나 둘 떨어지기 시작한다. - P66

고목을 보며



상처를 남기지 말자
상처를 만들지 말자
저 많은 생채기들을 지우느라 고목은,
평생을 온통 고통으로 뒤틀리고
악몽으로 온밤을 뒤척인다.
다시는
상처를 남기기 말자. - P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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