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수선화가 있었어요 문학과지성 시인선 419
홍영철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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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도 희망도 아무 곳에나 있는 줄 알았어요
바라면 얻을 줄 알았어요
찾으면 보일 줄 알았어요
두드리면 열릴 줄 알았어요
그런데, 지금
다들 어디로 갔나요?
비는 저토록 간절히 문을 두드리는데” 15 달콤한 어머니

결국 없다. 사랑이고 희망이고.
그래서 그는 ’아프다, 살았다는 것밖에는 아무 추억이 없을 하루‘를 꾸역꾸역 보낼 뿐이다.

“어디 가나?
내가 나에게 물었지만 대답하지 않았어
길이 끊기고 막혔을지 모른다고 했으나
가야 한다고, 갈 수 있다고 어둠 속을 달렸어 어디까지 갔나?
내가 나에게 물었지만 대답하지 않았어
할 수 있는 일은 달려가는 것뿐이었어
어쩔 수 없는 희망이었어, 구원이었어“ 81 폭우 속을 달리다

깊은 구멍이 뚫린 듯 어둡다.

그런데, 그는 또 읊조린다.

“위험한 풍경이 아름다워 보이기도 하듯이
때로는 아픔도 사랑하고 싶을 때가 있다“ 76 저녁비

제 속으로만 들어가지 않는다. 하찮은 것 또는 말하지 못하는 것과도 공명한다.

“사당동 네거리와 이수교 사이
길 한가운데 늘어선 화단 속에
한때는 푸르게 빛났을 풀도 다 마르고
한때는 붉게 타올랐을 꽃도 다 스러졌는데
검은 가시덤불 속에서
죽은 듯 살아서 고개 떨군 채
바람 따라 떨고 있는 시든 장미 한 송이
오늘은 너도 참 사람만큼 아프겠다” 79 너도 참 아프겠다

그리고 뚜벅뚜벅 걷는다.

“괜찮아, 그럴 수 있지
그래야만 했었기에 그랬던 거지
길 위에서는 길을 잃을 수도 있기에” 82 자못골 감자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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